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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3사, 부안사태 소극적 보도
공영성 실종, 한나라당-조중동 방송장악 무방비 노출
 
윤익한   기사입력  2003/08/07 [14:34]

▲주민들에 대한 대화와 설득, 동의없는 일방적인 결정은 철회해야 한다.     ©참세상방송국
전북 부안군 위도의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 논란에 대한 방송 3사의 TV뉴스가 대부분 부안군 지역 사회의 맥락과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중계보도로 일관한 것으로 나타나, 공영성을 실종한 방송의 개혁이 시급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과 거대족벌신문인 조선·중앙·동아일보가 방송법 개정을 주장하는 주된 이유도 방송이 공영성을 상실하고 중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어서, 방송이 스스로 개혁적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방송법 개정의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송종길 책임연구원이 2003년 7월 14일(전북 부안군 위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 신청 시점)부터 8월 3일까지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의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선정 관련 보도 분석 결과, TV뉴스가 현금보상 문제와 주민의견수렴 절차 부족 등의 쟁점에만 초점을 둘 뿐, 국책사업 추진과정의 문제점이나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의 안전성, 위도의 부지 적합성 등의 쟁점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윤익한, 공중파 3사에서 장애인, 성적소수자 실종 (대자보 2003.8.7)

분석기간 동안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관련 TV뉴스는 KBS 19건, MBC 19건, SBS 11건이었다. 이 가운데 정부와 주민의 대응 중심 보도가 KBS 16건, MBC 17건, SBS 8건으로 대부분이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에 대한 지역 주민 대응과 정부의 대응을 중심으로 보도되었다. 반면, 방사성폐기물처리장에 관련된 주요 쟁점들을 중심으로 보도된 경우는 KBS 3건, MBC 2건, SBS 3건에 불과했다.

▶ 전북 부안군 위도의 방사성폐기물처리장유치 관련 TV뉴스 보도 분석 전문보기(한국방송영산산업진흥원)

이와 관련 7월 24일 KBS <뉴스 9> "결정 무효 집회", MBC <뉴스데스크> "대규모 반대 시위", SBS <8 뉴스> "위도 핵폐기장 무효 요구 시위" 처럼 정부의 위도 부지 확정 발표와 부안군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주로 다뤄졌다.

반면 쟁점보도는 전체 8건 가운데 6건이 7월 28일 MBC <뉴스데스크> "현금보상잡음", 같은 날 KBS <뉴스 9> "현금보상 잡음", 7월 27일 SBS <8 뉴스> "보상금 놓고 뒤숭숭" 등처럼 현금보상을 다루고 있을 뿐, 기타 다른 쟁점들은 거의 다루고 있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TV뉴스의 보도형식에 대해서도, KBS1과 SBS에서는 주민과 정부의 대응 중심의 단순보도, 단순해설보도가 많았고 MBC의 경우에도 단순보도와 단순해설보도가 각각 7건과 10건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분석보고서는 또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측 입장 혼선을 지적하는 보도, 국책사업 추진에 필요한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에 대한 점검보도, 부안군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이 매우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절차상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 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 학생시위모습 ©참세상방송국
이처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위도 유치 논란에 대해 TV뉴스가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국책사업의 당위성에 가려 정부의 입장만을 강조한데서 따른 문제점 때문으로 보인다.

분석은 또 언론의 님비현상 보도의 개선점을 지적하면서, 뉴스제작과정에 해당 기피시설에 관련된 전문적 지식의 습득 또는 전문가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고, 지역사회의 반대 움직임을 무조건적으로 지역이기주의로 몰아 비판해서는 안되며, 중앙 정부를 포함한 시행 주체에 대해 감시와 비판의 기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연구원은 "방사성폐기물처리장과 같은 기피시설의 건설 부지를 결정하는 데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배경과 요인들이 고려되어야 한다"면서 "언론은 기피시설의 건설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 자체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반대 또는 찬성의 입장을 갖게 된 원인과 배경, 맥락을 심층적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TV뉴스가 정부와 위도 주민의 현금보상을 둘러싼 갈등에 초점을 두면서 사안 자체를 단순화시켜 보도함으로써 안전성, 부지 적합성, 절차의 비민주성, 지역경제 지원의 실질적 효과 등의 중요한 쟁점들을 간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은 갈등과 대립의 조정, 중재의 장을 제공해야

송 연구원의 분석처럼 다양한 계층에서 일고 있는 님비(NIMBY) 현상은 최근들어 정도가 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럴때마다 언론은 지역이기주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라며 비판해왔다.

나아가 언론은 장례식장, 쓰레기소각장과 매립장,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등 각종 기피시설의 설치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시위 등의 반대운동으로 무산시켜 '국익'이 훼손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국가적, 사회적으로 필요한 시설들이 부지를 찾지 못해 건설사업 자체가 표류하는 것이 전부 지역이기주의 때문인 것으로 몰아부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분석 자료를 보더라도 애초에 위도 주민과 정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의 본질이 국민들에게 잘못 전달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일부 언론에서는 지역이기주의가 참여정부 출범이후 급증했다는 식으로 보도하면서 정치공세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위도주민과 정부 사이에 외줄타기를 하면서 언론이 본질을 흐려 정치공세로 몰고 갈 빌미를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TV뉴스는 전파의 속성상 공공재이다. 사영방송인 SBS와 공영방송인 KBS, MBC가 보도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국민의 알권리 침해를 넘어 여론 조작의 가능성도 갖고 있어 단순히 우려로만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조중동 등 일부 거대족벌신문과 한나라당이 외피에는 공영성을 강화한 방송법 개정을 주장하면서도 속으로는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과 국정현안을 비판하고 반대급부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모습은 방송이 제 역할을 못하는 데서 연유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신문의 왜곡과 불공정거래가 신문시장을 혼탁하게 하면서 의제설정기능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처럼 방송이 중립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경우, 방송이 신문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방송의 내부개혁 의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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