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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지금 스스로 죽어가고 있다
강준만 교수의 <노무현 죽이기>에 대한 반론
 
장신기   기사입력  2003/07/24 [14:50]

▲노무현죽이기, 강준만 지음/ 월간인물과 사상   
강준만 교수님의 새로운 책 '노무현 죽이기'를 읽었다. 이 책에서 강준만 교수는 악의적으로 정권을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수구 세력들과 전체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성급한 비판에 몰두하는 진보 진영을 동시에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강교수 본인의 입장은 비판과 옹호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중간파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하였다.

강교수는 이 책에서 노무현 죽이기를 하고 있는 세 가지 세력들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악의에 의한 '노무현 죽이기'다. 수구 신문들의 '노무현 죽이기'기 여기에 해당된다. , 둘째 부화뇌동에 의한 '노무현 죽이기'다. 노무현과 노 정권에 대해 제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수구 신문들을 보고서 갖게 된 생각을 그냥 자기 생각인 양 글로 써대는 사람들이다. 셋째, 편협에 의한 '노무현 죽이기'다. 개혁 진보 진영의 '노무현 죽이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사안을 총체적으로 보지 않는다.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 하나에서 노무현이 어긋나면 그걸로 끝이다. 영원한 아웃사이더 의식으로 역지사지를 전혀 하지 않으려는 습속 때문일 수도 있다.(p8)

[관련기사]
취재부, 강준만교수, <노무현 죽이기>에서 수구, 진보진영 동시비판, 대자보(2003. 7. 22) 

위에서 보듯 강교수는 수구 보수 세력들과 진보 진영의 공세로 인하여 현재 노무현 죽이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강교수가 아주 중요한 부분을 빠뜨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노무현 죽이기'에서의 '노무현'은 노무현 정권의 역사적 의미의 압축적인 표현이라고 할 때 현재 '노무현 죽이기'에 있어서 중요 책임자가 바로 노무현이라는 사실을 강교수는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간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혼란에 있어서 노무현 대통령과 그 측근 세력들의 책임을 낮게 평가함으로 해서 노무현 정권의 일탈이 초래한 문제점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시각에 따라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노무현 죽이기’에 있어서 외부에서의 죽이기만이 언급되고 내부에서 이를 강화시키고 유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이 부족하다는 것의 필자의 생각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이 책의 전반적인 서술 방향과 접근 방법에서부터 나타난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을 통해서 현 상황에서 노무현 책임론이 전면에 등장해야만 하는 이유를 밝히려고 한다.

중간파에서 노무현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필자는 이 책에서 강교수가 언급한 ‘중간파’라는 규정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강교수 본인이 ‘중간파’라는 정치적 스탠스 위에서 현 정세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노무현의 노선을 ‘현실적 개혁주의’(pp. 57-59)라고 규정하면서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은 좌우 협공을 받기 쉬운 운명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이와 같은 시각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중간파적 시각이라는 포지셔닝과 노무현의 노선을 현실적 개혁주의라고 규정하면서 강교수는 현 정세를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좌 - 중간 - 우 라는 전체적 시각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몇 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시각이 강조되면 결국 노무현 대통령과 그 측근 세력들의 책임이 부각되지 않게 된다.

우선 강교수는 보수 - 중간파 - 진보 라는 구분을 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중간파에 대한 규정이 너무 포괄적이며 중간파 내에서 소위 친노 - 비노 - 반노의 구분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신당 문제 그리고 특검 문제 그리고 대북 대미 문제 등등 굵직굵직한 정치적 논쟁 과정에서 대선전에 같은 목적을 위해 대동단결했던 세력들이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갈등은 노무현 대통령과 그 측근 세력들에 의한 것이며 노무현 노선에 대한 많은 비판이 중간파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 세력들은 노무현에 대한 강한 비판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노무현 노선이 중간파의 정치적 노선에서 일탈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체 상황에 대한 고려없이 무차별적인 비판만을 하는 일부 진보 진영이 아니다. 중간파에 속하는 이들 세력은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정치적 학습 과정을 통해서 중간파의 고민과 현실적 위치에 대해서 깊게 이해하고 있는 세력들이다. 그런데 강교수의 구분법에서는 이들이 서야할 위치가 명확하지 않다. 이들은 노무현에 대해서 비판적이며 노무현에 대한 옹호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간파들이다. 그런데 강교수의 접근에서는 이들의 위치가 제대로 설정되어 있지 않고 있다.

만약 현재 중간파에 속한 사람들이 노무현에 대해서 일관된 지지를 보이고 있다면 현재 40%대의 지지율을 보일 수가 없다. 중간파에 속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구 세력들의 공세 그리고 일부 진보 진영의 성급한 비판에 대해서는 면역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이와 같은 공세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동안 접해오면서 단련이 되었기 때문에 좌우 협공은 중간파의 정치적 판단에 있어서 사실상 큰 영향력을 가지지 않는다. 문제는 중간파 내에서의 지지철회와 유보 그리고 노 정권에 대한 실망을 설명할 수 있는 뚜렸한 근거가 강교수의 주장에 부족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래서 강교수가 스스로 언급한 중간파의 목소리는 것은 그 실체가 사실상 명확하지 않다. 정치적 주장은 그 내용을 받아들이는 세력들의 의해서 강화되고 정치적 힘을 가지게 되는데 강교수가 말하는 중간파의 목소리라는 것은 명확하지가 않다.

강교수가 중간파라는 규정을 포괄적으로 사용함으로 해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또 있다. 강교수의 접근대로 하게 되면 보수 - 중간파 - 진보 와 같은 전체 세력 구도로서 현 정세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강조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혼란에 있어서 중간파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세를 펼치는 보수와 진보 세력들의 책임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노무현 정권의 책임이 가려지는 효과를 낳게 된다.

수구 세력들의 악의적인 공세 그리고 일부 진보 진영의 무책임한 비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과연 이들에 의해서 현재와 같은 난국이 형성되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노무현 정권을 중심적으로 지지한 세력들이 굳건하게 정권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지지를 보낸다면 그와 같은 공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문제는 바로 노무현이 스스로 자신의 핵심적인 지지 세력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변한 것은 노무현이지 노무현을 지지한 세력들이 아니다.

그런데 보수 - 중간파 - 진보라는 전체 구도만을 강조하게 되면 좌우 협공이라는 외생적 변수가 지나치게 확대 해석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은 현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그 측근 세력들의 책임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게 되는 효과를 낳게 된다.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 필자는 노무현 정권이 현 난국에 큰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외생적 변수를 강조하는 것은 현 정세의 본질을 파헤치고 이해하는 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강준만 교수는 노무현 정권을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이라고 하면서 이념적인 차원에서 좌우 협공을 받기 쉬운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중간파에 속한 사람들은 대체로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을 지지해왔고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노무현이 바로 이와 같은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에 충실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회의하고 있다는 점을 강교수는 간과하고 있다.

강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노 정권의 무능에 대한 비판은 그 자체로선 타당할 수 있어도 노 정권의 무능이 현 난국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게 나의 논점이다. 문제는 노 정권이 걷고자 하는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에 있다.“(p57)

그런데 과연 노무현 정권의 노선이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인가? 나는 노무현 정권의 노선을 현실적 개혁주의라고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권의 노선은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이 아니라 우경화된 노무현 노선(나는 현재와 같은 노 정권의 정치적 행태인, 완전 우익으로 전환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에 충실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상황에 대한 정확한 표현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를 노무현 노선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노무현 노선의 핵심은 철학의 빈곤에 있다고 생각한다. 철학이 빈곤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통할 수 없는 노선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게 되면 다시 후퇴하여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국정 운영 경험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거나 혹은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환의 비용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종종 현 상황을 시스템의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혼란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현 난국의 본질과 거리가 먼 생각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바꾸지 않아야 할 것을 바꾸려고 하다가 큰 비용만 지불하는 경우가 있고 또 하나는 전환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음에도 대통령과 측근 세력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하여 과다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것 모두 노무현 정권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고 이를 바꾸지 않으면 노정권의 앞 날은 더더욱 어두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노무현 죽이기는 수구 진보 두 세력의 공세에 의한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과 그 측근 세력들의 무책임하고 철학적 빈곤이 낳은 총체적 부실의 결과라는 점을 강교수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중간파에 대한 모호한 접근을 통하여 중간파의 분화을 명확하게 포착해내지 못한 점 그리고 외부 요인에 대한 강조에 비해서 내부 요인에 대한 비판이 낮게 이뤄지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노무현을 죽이고 있는 노무현과 그 측근 세력들

그러면 과연 현재 노무현 죽이기의 일차적 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과 그 측근 세력들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소위 노무현 노선에 이러한 문제점이 그대로 나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하자마자 신지역주의적 정치 행태를 보임으로 해서 지역통합은 커녕 오히려 지역분열주의를 강화시키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호남민중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호남민중들의 신의에 비수를 꽂은 행위에 대해서 노 정권은 석고대죄를 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국 정당화를 이룬다는 미명하여 무원칙한 탈호남, 탈DJ를 내세우면서 호남민중을 의도적으로 분리시킨 후 영남지역에서 지지를 얻어보겠다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것은 신지역주의로서 지역통합의 본 뜻과 거리가 먼 아주 잘못된 행동이다.

지역통합은 영남과 호남에서 동시에 의석을 얻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역분열은 그 뿌리가 한반도 냉전 체제에 있으며 그로부터 오랜 기간 구조화된 정치경제 사회 문화적 분열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섬세하면서도 오랜 기간의 노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노 정권은 마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나오면서 어설픈 논리와 행동을 함으로 해서 많은 반발을 초래하였다.

호남은 이미 노무현 후보를 1위로 만듬으로 해서 스스로 탈호남을 하였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의 핵심 세력들은 탈호남한 호남민중들에게 탈호남을 요구하였다. 이는 지역주의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 호남민중들에게 강압적으로 책임을 떠 넘기고자 하는 행위로서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95% 지지해서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탄생에 크게 기여한 호남민중들의 행동은 정당하며 역사적으로 높게 평가받아야 함에도 이러한 호남민중을 의도적으로 분리시켜서 기계적인 전국 정당화(‘10석이라도 전국정당’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라도 이루겠다는 것이 과연 정당한 행위라고 할 수 있는가?

필자는 집권 이후부터 진행되어온 이러한 신지역주의적 행태를 보면서 지역문제에 있어서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에 크게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통합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노력해온 것은 높게 평가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지역통합에 있어서 노무현의 철학과 방법은 잘못되었다. 노무현식 지역통합전략은 지역통합의 본질적 의미와 거리가 먼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논리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노 정권의 행태를 신지역주의적 논리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미 대북 문제에 있어서 햇볕정책의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햇볕정책의 기본 원칙은 이어가되 추진 방법상에서의 문제점을 수정하겠다고 하면서 소위 ‘평화 번영 정책’이라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노 정권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노 정권 스스로 햇볕정책의 기본 철학과 배치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햇볕정책의 기본 원칙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들이 햇볕정책의 핵심을 모르고 있음을 의미하거나 아니면 햇볕정책 지지자들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햇볕정책의 핵심은 '민족 공조와 한미 공조의 균형'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적 외교에서 벗어나서 전세계를 상대로 한 등거리 외교의 강화' '대북 문제에 있어서 정경 분리 원칙 강조' ' 민족 역량의 강화를 통한 민족 주체적인 세계화의 추진' 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조한 햇볕정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며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위와 같은 햇볕정책의 중심적 가치에서 크게 일탈한 상황이고 그에 입각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권은 햇볕정책의 원칙은 이어가되 방법상의 문제점을 수정한 평화번영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노무현 정권의 대북 대미 접근은 철학이 빈곤하고 있는 철학이라곤 현실론으로 포장된 친미일방주의 노선 뿐이다. 중심이 없기 때문에 미국, 일본, 중국가서 하는 말이 다르게 되고 이 과정 속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역학 구도 내에서 스스로 고립과 소외를 자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남한이 중심을 잡아가면서 민족 공조와 한미 공조 그리고 주변 강대국들과 등거리 외교를 통해서 한반도 정치의 중심적 역할을 해나갔던 김대중 정권의 모습과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이다. 혹자는 노무현 정권은 부시 정권과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김대중 정권 후반기에도 미국 대통령은 부시였으며 그 때에도 미국을 적절히 견제해나가면서 민족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갔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패배주의적이고 굴절된 현실론을 내세우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햇볕정책의 핵심을 이해하고 그에 입각해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왔다면 현재와 같은 자주성 상실과 소외를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반도와 민족 정치적 관점에서 볼 때 노무현 정권은 과거 우익 정권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 해서 중간파의 정치적 자존심과 역사성에 큰 상처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혹자는 남과 북의 합의 사항이 노무현 정권 이후에도 추진되는 것을 두고 노무현 정권의 민족 공조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은 본질과 거리가 먼 주장이다. 현재 진행되는 남과 북의 일들은 이미 김대중 정권 시절에 합의된 것들이 현 시점에서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노무현 정권은 미국의 대북 압박 봉쇄 전략에 이끌려 가고 있으며 방미 과정에서 이미 '추가적 조치'에 합의를 한 상황이다. 추가적 조치에 대한 여러 말들이 오고 가고 있지만 최소 수준에서는 미국이 대북 봉쇄 전략, 즉 경제 제재와 해상 봉쇄 등을 실제로 하게 될 때 한국 역시 이에 보조를 맞춰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 경협은 불가능하게 되고 금강산 육로 관광 역시 다시 막히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결국 노무현 정권의 대북 대미 정책은 이미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서 사실상 벗어난 것이며 민족 민주 운동 세력들의 피나는 노력 끝에 이뤄낸 6 15공동선언의 정신마저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의 대북 대미 정책에 대해서 햇볕정책 지지자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무현 노선은 다수의 중간파가 수용할 수 없는 것으로서 노무현 노선은 당장 폐기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게 될 경우 상황은 점 점 더 악화될 것임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노무현 살리기는 노무현 노선의 폐기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강교수가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성에 대해서 과신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필자 역시 노무현 대통령이 개혁적 의지와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서 동의한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철저하게 정책과 노선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지금까지의 노무현 노선의 결과에 대해서 필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리고 노무현 노선이 오늘날의 지지층 분열을 초래하고 있고 이것이 노무현 정권의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노선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행은 이제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행이 수구 세력들의 공세에 빌미르 제공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자꾸 지불하게 만드는 노무현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비판해야 한다. 노 대통령의 언행이 탈권위인 것은 사실이나 탈권위하는 데에 있어서 노무현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은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경우가 많으며 이는 이념적 성향가릴 것 없이 일반 사람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노무현 죽이기에 있어서 악의적인 수구 세력과 성급하고 무책임한 진보 진영의 비판을 강조하는 것은 현 정세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노무현은 분명 개혁과 평화 번영을 위해서 자신의 길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필자 역시 노무현이 개혁에 대한 열망과 소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의한다. 그런데 그는 지금 잘못가고 있다. 아무리 인간적으로 좋은 뜻을 가지고 출발한다고 하더라도 그 방향이 터무니 없거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면 결코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정권의 중심적인 지지 세력들이 이처럼 초기에 분열된 적은 없었다. 더군다나 그 분열은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이미 갈등의 골이 깊게 패이기까지 하고 있다. 이것에 있어서 노무현의 책임은 크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 죽이기를 막고 개혁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무현 스스로 노무현 죽이기를 중단해야만 한다.

* 본문은 본지와 연대매체인 시대소리(http://sidaesori.com)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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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24 [14: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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