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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어느땐데 '파업 기관장회의' 열리나
[서태영의 달구벌 '메나리'] 참여정부라면 '파업 기관장회의'를 불허하라
 
서태영   기사입력  2006/07/27 [19:32]
'파업 기관장 회의'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도시에서는 사라진 유물이다. 유신의 몰골을 한 지방토호들의 유사 통치기구다. 악령은 죽지 않았다. 독재망령의 부활은 솔직히 쇠파이프 화염방사기보다 위험하다. 박통향수 진통하는 삼공사공 패러다임의 지역을 짓누르고 있다. 
     
경북대구에서는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때부터 이른바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뻔질나게 해왔다. 지방자치 경쟁구도에서 낙오한 지역에서 생긴 신종 지방자치병이다. 민의를 억누르려고 철권통치 시절의 위법기구를 가동시킨 것은 유감스럽다. 그때가 대구지하철참사가 터진 무렵이었다.

  © 경북일보 7월 14일자 1면 pdf
당시 한국재난연구원 원장을 지낸 조해녕 대구시장은 지하철참사 수습과정 실전에서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시장 책임 아래 진행된 수습 활동엔 물청소에 현장훼손, 심지어 사체유기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의 줄리아니를 기대했던 시도민은 실망을 넘어 분노했다. 민심이반 조짐이 일었다. 시장직을 내놓아야 할 위기에 몰렸다. 한나라당엔 빨간불이 켜졌다. 그들은 가진 네트워크를 다 동원해 조해녕 체제를 사수해야 했다.

2003년 3월 12일 지역발전 방안과 공동 관심사를 논의한다는 취지로 대구·경북지역 발전협의회가 발족했다. 미묘한 시점에 문희갑 전 대구시장 시절 폐지됐던 '지역기관장'(수요회) 모임이 다시 대경발전협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났다. '대경발전협'은 언론사 사장단, 경북지사, 대구시장, 지역 대학총장, 시의회 의장, 도의회의장, 교육감, 상공회의소 회장, 경찰수뇌, 검찰수뇌 등 대구경북의 주요 기관·단체장이 참여하는 권력연합체였다. 2003년 3월 19일 그랜드호텔 열린 회의에 참석한 매일신문사 사장 정재완 신부는 "이 세상 어느 나라에 술 취한 주정꾼이 파출소에 들어가 컴퓨터를 부수는 세상이 어디 있냐? 미국 같으면 총이라도 맞았을 것"이라며 지하철참사 유족들을 매도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매일신문사 사장은 언론사가 권력기구에 초대받아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잘 보여준 반면교사 사제였다.

무슨 꿍꿍이 속인지 끼리끼리 짝짝쿵 속닥속닥 회의해야 할 것이 경북대구에서는 많은 모양이다. 그때 이후 관계기관대책회의가 상설화되다시피했다. 특히 '파업 대책 기관장 회의’에 공영 언론기관인 KBS 포항총국장이 개념 없이 참석한 것은 땅에 떨어진 언론의 체통을 말해준다 하겠다. KBS 차원의 수치였다. 수신료 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정선언을 촉구한다. 공영방송까지 이지경이니 상업언론의 풍기문란을 탓해서 뭐하랴.

유생상소의 언론전통이 옹골졌던 경북대구엔,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던 몽향의 기백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지역언론계는 토호들의 고민을 대서특필하고 그들의 위기관리기구에 명함이나 내미는 하품언론으로 전락했다.

토호들이 계모임하듯 관계기관대책회의를 가지는 곳은 골치아픈 동네다. 대구시와 경상북도, 포항시는 한물간 관계기관대책회의를 한다고 야단이다. 관계기관대책회의는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악마성을 드러내는 법이다. 사회적으로 손가락질 받는 관계기관대책회의를 경북대구 아닌 곳에서 한다는 소식을 듣질 못했다.

경남부산은 울산에 이어 창원, 진주, 거제를 낳은 경쟁도시로 분화발전하고 있을 때 경북대구는 통합한다고 뒷걸음질이다. 경북대구통합이 여의치 않으면 경상도통합론을 외칠 사람들이다. 묻는다. 서울경기도 나눠져서 잘 해 나가는데 왜 경북대구만 통합해야 하는지? 지방자치 적응장애증상이 아닌지 진단해 보기 바란다. 
 
아직도 구시대 망령에 줄을 대고 사는 경북대구는 21세기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 허울 좋았던 박정희, 박근혜 부녀의 3040, 전두환 노태우 시절의 5060에 인질처럼 붙잡혀 있다. 대구경북통합만이 살길이라고 무모하게 복창하는 지역언론의 목청에선 우물안 개구리 소리가 들린다. 지방자치 경쟁시대에 언론이 지방자치의 실패를 감시비판하지 않고 두둔한다면 경북대구의 정체성은 영원하리라.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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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7/27 [19:3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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