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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보 1호 만큼은 바꿔야 한다
[논단] 광복 60돌이 지나가기 전에 국보 1호는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이대로   기사입력  2005/11/12 [01:57]
감사원이 11월7일 “국보 1호를 문화재적 가치에 따라 다시 지정하도록 문화재청에 권고하겠다" 라고 밝힌 데 대해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국보 전체를 흔드는 것은 엄청난 일이지만 최소한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은 교체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생각한다.”라며 “이 안건을 14일 문화재위 국보심의분과에 올리겠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감사원과 문화재청장의 생각에 찬성한다. 남대문이 국보로서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평소 마음속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귀중한 보물(문화재)은 '한글(훈민정음)'이라고 생각한 사람으로서 내 의견을 밝힌다.
 
1. 광복 60돌을 맞이해 일제 식민지 찌꺼기를 씻어내는 뜻에서도 명분이 충분하다.
 
남대문이 국보 1호가 된 것은 일제 식민지시대인 1934년 조선총독부가 숭례문(남대문)을 ‘조선 고적 제1호’로 지정한 것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란다. 광복 60돌을 맞이해 일제 식민지시대 찌꺼기를 씻어내는 의미에서도 우리가 문화재 가치와 국보 1호가 갖는 상징성을 따져서 다시 지정하는 일은 오히려 늦은 일이다.
 
더욱이 한상범(동국대 법학)교수가 지은 "한자 숭배 나라 망친다."라는 책에 보면 우리 문화재 보호법이 일본 문화재 보호법을 그대로 복제했다고 한다. 다른 우리 법도 문장이나 차례까지 일본 법을 그대로 베낀 게 많아서 이제 우리말다운 문장으로 바꾸자는 소리가 높다. 국보를 정한 것도, 문화재보호법 문장도 일본 것을 그대로 따른 것은 독립된 자주국가다운 모습이 아니다.
 
1950년에 일본이 만든 문화재보호법(제214호) 제1조와 1982년에 한국이 만든 문화재보호법 제1조를 견주어 보자.
 
일본 법률 제1조: 이 법률은 문화재를 보존하고 또 그 활용을 도모하며, 그럼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향상에 이바지함으로써, 세계 문화의 진보에 공헌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 법률 제1조: 이 법은 문화재를 보존하여 이를 활용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함과 아울러 인류 문화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위 두 나라 문화재 법 문장을 보면 일본이 '세계 문화의 진보'라고 한 것을 한국은 '인류 문화의 발전'이라고 고친 것뿐이다. 국보 지정도 문화재 법도 일본 것을 그대로 이어간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제 일제로부터 독립된 나라로서 나라다운 꼴을 갖추고 싶다면 이 문제를 가볍게 보지 말고 우리다운 꼴로 바로잡아야 한다. 숭례문이 일제 찌꺼기라는 말이 아니고, 일제가 정한 보물 차례를 그대로 국보 차례로 정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남대문이 국보로서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 생각대로 다시 국보 1호만은 다시 정하자는 것이다.
 
2. 온 국민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재, 세계 으뜸가는 우리 문화재를 국보 1호로 정해야 한다. 
 
지금 문화재가 그 가치를 따져서 번호를 매긴 건 아니다. 그러나 '국보 1호'는 그 상징성이나 교육 목적에서 볼 때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고 국민 누구나 소중하게 여기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정하는 게 좋다. 어떤 이는 문화재는 다 소중한 데 순위를 매긴다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나라 살림이 어려운데 왜 바꾸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일리는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문화재에도 그 귀중함에 따라 '국보'가 '보물'이 있고, '지방 문화재'로 나누어 지정하고 있다. 나라 살림이 어렵지만 수천억 원을 들여 청계천도 복원하고 그걸 알리는 홍보비만도 수십억 원을 쓰는 판이다.   
 
문화재보호법 제1조에 있는 "문화재를 활용하여 국민 문화를 향상시키고 인류문화 발전에도 이바지한다."라는 뜻에서도 국보 1호는 예술 가치만 따질 게 아니라 그걸 활용해서 문화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문화재를 국보 1호로 정해야 한다. 그런 뜻에서 1996년에 '국보 1호'를 바꿔야 한다는 소리가 대단했으나 문화재 위원들이 무시했다. 남대문을 국보 1호로 두는 게 좋다는 국민이 많았다고 말하지만 예술분야 분들이 많은 문화재 위원들 뜻이었다고 본다.
 
새 국보 1호는 우리 겨레의 우수성과 독창성, 상징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정하자. 그렇지 않아도 우리 문화는 중국 문화의 곁가지라고 하는 데 '국보 1호'는 세계 어디에 내 놔도 우리 자주성과 독창성이 뚜렷한 문화재여야 한다.
 
3. '훈민정음 해례본'이 국보 1호 감이다.
 
지금 새 국보 1호로 떠오르는 문화재가 '훈민정음 해례본', '팔만대장경',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또는 금관이나 도자기들이 있다. 모두 자랑스럽고 좋은 우리 문화재다. 그런데 불교 와 유교 유적이나 유물, 미술작품은 중국이나 인도에도 많다. 중국 자금성이나 대만의 박물관에 있는 유적과 유물에 우리 것을 견주면 외국인 눈에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글은 세계 어느 나라나, 어느 국민에게 내놓아도 자신 있고 또 인정해준다. 한글은 우리 겨레의 창조성과 우수성, 우리 문화가 높은 수준임을 보여주는 으뜸 문화유산이다. 또 우리 문학과 철학, 학문을 꽃피게 할 문화창조 도구와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문화재이다. 그런 우리 글자를 언제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려주는 '훈민정음 해례본'은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의 보물 가운데 으뜸가는 보물이다.
 
1996년에도 지금도 가장 많은 국민이 '국보 1호는 훈민정음(한글)'으로 정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한글이 잘 되는 것을 싫어하는 일부 사람들이 억지 주장을 하면서 훈민정음이 국보 1호가 되는 것을 교묘하게 가로막고 반대하고 있어 안 되고 있다.
 
광복 60돌인 올해가 가기 전에 역사 바로 세우기 뜻에서, 민족 자긍심을 키우고 지키는 뜻에서도 국보 1호를 우리 국민뿐 아니라 세계인이 알아주는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다시 지정해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온누리에 우리 문화를 드높여주길 간절히 바란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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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1/12 [01:5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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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구라 2006/09/28 [11:56] 수정 | 삭제
  • 이딴게 다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