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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제 변경해야’ Vs ‘국민이 결정’
유시민 노회찬 진중권, ‘연정’ 둘러싼 정당정치 토론회에서 치열한 설전
 
이명훈   기사입력  2005/08/03 [16:07]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의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을 두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벌이는 설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제의에 대해 진정성을 토로하며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해 왔으나 박 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단호한 거부에 적극적인 공세를 연일 펼치고 있다.

우리당은 3일 이규의 부대변인을 통해 '집 돼지도 팔 년이면 말귀를 알아듣는다'며 한나라당이 2일 노 대통령을 향해 도박정치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또한 한나라당은 우리당을 '서당 개'라고 표현, 연정을 둘러싼 인신공격성 발언이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립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의하며 프로포즈를 취한것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식적인 거부에 우리당은 제의취지가 무색할 만큼 '집 돼지'라는 극단적인 표현 방식을 써가면서 비난하는 입장으로 돌변한 것은 과연 연정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정당간의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4시, 2시간에 걸쳐 국회도서관 지하대강당에서는 참여정치실천연대(이하 참여정치연대, 회장 이광철)주최로 <우리나라 정당정치, 이대로 좋은가>라는 정치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에는 송재호(제주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토론에는 노회찬(민주노동당) 의원, 유시민(열린우리당) 의원, 정해구(성공회대) 교수, 진중권(시사평론가, 중앙대 겸임교수) 등이 참석했다.

토론주제는 '87년 1노 3김의 합의체제가 우리 정치에 남긴 영향, 선거구 제도 개혁과 정당정치의 정상화, 바람직한 정당정치를 위하여 등'이며, 토론방법은 별도의 발제 없이 토론자들의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토론은 참정연 홈페이지(www.modni.net)으로 생중계 되었으며, 별도의 객석토론시간이 주어져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이 병행됐다.

참여정치연대는 7월 27일 발표된 노 대통령의 '당원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지역구도 등 정치구조 개혁을 위한 제언' 편지를 배포하며, 선거구 제도 개혁과 정당정치 정상화 등에 관한 주제에 대해 객석토론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송재호 교수는 '지역구도를 이용한 분열주의'와 '선거구 제도 개혁을 촛점으로 종합적으로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며 토론회를 시작했다.

또한 송 교수는 '한나라당의 참석은 당론 등으로 불참한 것 같다'며 토론회에 불참한 한나라당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유시민 의원은 '지난 18년동안 정치발전은 없었다', '국회의원들이 다음번 선거구에서 당선되기 위해 지역구를 이용하고 경쟁당에 대한 불신, 혐오 등을 조장함으로써 전혀 달라진 모습이 없다'라고 자조에 섞인 발언으로 포문을 열었다.

노회찬 의원은 '국어사전에 걸맞는 정당이 과연 대한민국에 얼마나 되느냐'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서로 맞지 않는 정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진중권 교수는 '지역주의, 정책 정당이 아닌 지역중심으로 가다 보니 시장잡배가 모여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정해구 교수는 '국민이 정치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것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며 '세계화의 영향과 양극화 현상, 지역주의라는 구조와 비판만을 위한 정치 진행'을 조심스럽게 거론했다.

유 의원은 현재의 달라진 선거풍토를 말하며 정-언의 유착은 거의 사라졌으나 '집단적 정치'는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며 본인이 하는 이런 말 자체가 지역중심 정치에서는 극단적인 정서상의 감정적인 대립이 생길 수 있음을 주장했다.

노 의원은 1노3김 체제를 언급하며 3김시대는 아직 최종적으로 막을 내리지 않았다며 정치세력을 재생산해내는 시스템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야당의 불참을 거론하며 '나이가 몇살인데 가지 말란다고 해서 오지 않느냐'며 한나라당의 불참을 비꼬았다.

노 의원은 '지역주의 투표를 조장해서 자신들의 권력과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국회의원 경우에는 정치토론회에 못온다'라고 주장하며 야당의 불참을 비난했다.

진 교수는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3김시대에 대한 정의로 '87년 후보단일화 실패로 인한 영호남의 분열을 지적하며, 노태우 후보가 유세할 때 돌이 날아온 사건을 거론하며 지역주의로 돌아설 수 밖에 없었던 영남의 정서를 거론했다.

정 교수는 '지역주의가 가지고 있는 패거리 정치를 벗어나야 한다'라고 언급하며, 현재 신자유주의 확산과 정치의 취약성이 민주주의가 약화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시장이 확대될 수록 정치가 축소되는 현상을 언급했다.

유 의원은 특정지역, 특정정당이라는 제도화된 구도를 지적하며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도 지역분할로 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하고, 선거구제를 변경하지 않으면 다른 어떤 노력도 필요 없다고 토로했다.

노 의원은 낡은 지역정당들이 없어져야 한다며 이것을 유지시켜 온 것이 선거제도라며, 제도를 변경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한나라당과 우리당은 공통점이 의외로 많다고 주장하면서도, 극우파의 보수정당은 한나라당이며 중도보수는 우리당이라고 주장하고 민주노동당은 과격한 정당이라 본인이 갈 수 없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앞으로 정치는 합리적 보수와 진보세력으로 방향을 이끌어 가면서 선거구제를 이용해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하며, 비례대표 확대(독일과 일본), 중앙정치에서 지방정치 활성화를 위해 권역별 정당정부 신설, 지역주의 완화 효과 등 선거구제의 전반적인 개선책 등을 지적했다.

진 교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예상 효과 등을 언급하며 국내 정치제도는 독일식 체제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유 의원은 우리당 의원들이 지역구 선거구제를 통해 얻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악순환을 거듭한다고 밝히면서, 의원수가 40 여 명이었을때는 중대선거구 제도를 대외용으로 내세운 적이 있지만 과반수를 확보한 뒤에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국민들에게 현재의 정치모습을 잘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며, 노 대통령이 언급한 연정은 순수성이 있는 것 같지만 국민 설득은 쉬운 일이 아니며 특히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은 더욱 쉬운것이 아니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지역구보다 더 매력있는 대체물이 등장하기 전에는 기존의 낡은 제도는 없어지지 않으며, 새로운 제도가 훨씬 좋다는 검증 이후에 자리를 잡는 정치제도 개선 현실의 장벽을 지적했다.

송 교수는 소선거구제에서 비례대표제 확대와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바람직스럽지만 현실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정당간의 이견과 입장으로 쉽지 않다고 말한 토론자들의 발언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회의원수를 늘려야 하며 국민정서에는 상충되지만 한국정치가 잘 되기 위한 것이라 주장하고, 독일식 제도가 어려워서 국회의원들도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며 독일식을 변형하여 중대선거구제 등 복합선거구제 병행과 비례대표제 확대를 주장했다.

유 의원은 정 교수의 독일식제도 도입주장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반대하는 입장이고, 다음번 선거에 불출마를 각오해야 만 국회의원수를 늘일 수 있는 건의가 가능하다고 일축하고, 노 의원이 주장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낡은 제도를 없애자는 것은 지금 제도가 더 좋은 제도를 막는 걸림돌이라며, 신구도를 만들어서 구제도를 척결한다는 주장은 불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선거제도의 최대 수혜자인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비상한 방법과 충격요법을 도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이같은 유 의원의 지적에 노 의원은 '불필요한 말을 하는 것은 (노대통령과) 닮았다'며 유 의원의 발언을 일소하고, 선거제도 개편은 선거제도방식 등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국민들이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유 의원과 노 의원의 발언을 정치인들이 정치제도 개선은 불가하다고 말한 것으로 지적하며, 결국 선거제도 개선은 국민들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정 교수는 선거구제도 개선에 대한 최종 결정을 국민투표와 개헌으로 거론했으나 유 의원은 국민투표라는 것 자체가 선거구제도개선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하며 이것이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노 의원은 대연정은 수단이며 결국은 선거구제 개편이 목적이기 때문에 연정이라는 말은 아예 꺼내지 않는것이 좋다고 지적하고, 연정으로 성공한 사람은 '배연정'뿐이라며 현 정치의 연정론에 대한 의견에 일침을 가했다.

유 의원은 노 대통령이 국회 다수당에 의해 탄핵을 당해 위기를 극복하고 현재의 우리당이 과반수 정당을 이룬 것이라며, 결국은 이런 배경에서 노 대통령이 연정을 제안하고 현 선거구제에서 나오는 폐해를 개혁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노 의원과 유 의원은 연정에 관한 서로의 반대입장으로 연신 공방을 주고 받았으며, 토론에 참석한 한 시민은 정치토론회 자체가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토론회'임을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작 정책 파트너인 한나라당이 빠진 허공에 치는 한손 박수처럼,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일방적인 입장과 민노당 노 의원의 양당을 향한 소신있는 발언이 돋보인 자리이며, 결국은 정치권이 노 대통령의 발언을 국민들에게 최종적인 책임을 넘기면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제도가 거론된 공허한 공론자리에 불과한 듯 하다.

토론 방청객은 '노 대통령의 연정 발언으로 X-파일 등을 통해 재벌개혁 할 수 있는 기회를 물타기 한 것이 아니냐'며 연정을 둘러싼 정치토론회에 따끔한 지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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