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만 임대해도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저가에 아파트분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를 생각할 때 우리가 명심해야할 분명한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부동산투기의 진정한 원인은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건물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가치가 하락하는 반면, 그 건물이 입지하고 있는 토지의 가치는 증가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불로소득의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고 하는 기대 때문에 발생하는 부동산투기의 진정한 원인은 토지불로소득이며, 부동산투기를 제거하는 확실한 방법은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투기의 본질이 이러하기 때문에, 막대한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를 제거하고, 실수요 중심으로 판교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면, 토지만 임대해도 그 효과가 확실하다. 그리고 토지만 정부가 임대해도 건물가격에서 토지비용이 빠지기 때문에, 현재 아파트 가격의 절만 이하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건물까지 임대하면 품질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한편에서 “공공임대아파트”방식의 공영개발에 대해서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임대아파트의 ‘품질저하’이다. 이런 생각이 기우가 아닌 것은, 이 방식이 민간 건설업체가 아파트를 지어 발주처인 정부 또는 공사에 납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① 건설사는 소비자의 관심과 취향보다는 공공기관의 눈치를 보게 되고, ② 공급이 수요와 동떨어지기 쉬우며, ③ 공공기관과 건설회사와의 유착으로 인한 비능률과 부정부패가 발생하기 쉬워진다.
그러나 토지만 임대하는 “토지공공임대ㆍ건물민간분양”방식은 민간이 아파트를 건설하여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파트의 ‘품질저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민간 건설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오로지 소비자의 취향과 선택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필자는, 건물은 민간이 건설하여 분양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시장 친화적인 “토지공공임대ㆍ건물민간분양”방식
건물까지 분양하는 공공임대아파트는 필연적으로 정부의 비대화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은 작은 정부ㆍ큰 시장을 지향하는 시대흐름과 맞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는, 시장에 방임하는 것보다 정부의 개입이 효과적일 때로 한정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도로와 가로등처럼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용배제가 불가능한 상품의 공급은 정부개입의 영역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사용배제가 가능한 건물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다시 말해, 토지임대를 통해 부동산투기의 원인인 토지불로소득이 환수된 상태에서, 건물과 같은 상품은 정부라는 매개자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대면하여 공급자가 수요자의 소비성향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추어서 생산이 이루어지도록 놔두는 것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필자는 “토지공공임대ㆍ건물민간분양”방식을 ‘시장 친화적’ 공영개발방식이라고 부르고 싶다.
서민들에 대한 배려는 저리의 장기대출로 해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임대아파트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면, 그것은 아마도 주택임대료를 낮게 책정하여 저소득층에게 주거 기회를 늘려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주택임대료를 시세보다 낮추면 그 혜택이 입주자에게만 돌아가고, 시세와의 차이가 불로소득이 되어 입주권 투기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소수의 운 좋은 입주자를 위해 주택임대료를 낮추기보다는 서민들을 위해서 건물가격을 저리로 장기 대출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보다 낳은 방안이라 할 것이다. 지금도 주택 장기대출을 하는 주택금융회사가 있을 뿐 아니라, 혹 그런 회사의 조건이 서민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정부가 주선하여 입주하는 집을 담보로 잡고 주택은행 등을 통해 대출을 해주고, 공공주택으로 했을 때의 임대료와 비슷한 금액만큼씩 분할상환을 하도록 하면 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에 가까운 “공공임대아파트”방식
경북대 김윤상 교수가 언급하였듯이, 필자도 “공공임대아파트”방식을 보면 ‘지나치면 부족함보다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다시 말해 건물까지 임대하는 방식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부동산투기근절이라면 부동산투기의 진정한 원인인 토지불로소득만을 제거하면 된다.
* 필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