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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투기와의 전쟁’은 독도처럼
일본은 한국의 미래, 엉성한 조세개혁은 부동산 투기와 국민저항 부추겨
 
이태경   기사입력  2005/03/25 [16:37]
투기와의 전쟁? 그 한없이 공허한 선언!
 
정부의 10. 29대책으로 잠시 오름세가 주춤했던 부동산 가격이 꿈틀댈 기미가 보이자 노무현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서둘러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부동산 가격이 강남과 분당 등을 중심으로 앙등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판교 신도시 분양을 11월로 일괄연기하고, 개발이익 환수제를 5월부터 시행키로 하는 등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와 판교 신도시를 부동산 가격 폭등의 뇌관으로 지목하고 단행한 정부의 일련의 조치들이 효과를 발휘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부동산 가격은 진정된 듯 보인다.
 
그러나 일견 안정된 듯 보이는 부동산 시장의 내면에는 마치 분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활화산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부동산 시장을 잠시 살펴보면 잠실과 용인 등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아랑곳 없이 가파른 상승을 거듭하고 있고, 개발 호재가 있는 전국 도처의 토지가격도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거듭하고 있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특기할 것은, 전국의 부동산 가격은 2001년부터 2003년에 걸쳐 기록적인 상승을 기록한 후 10.29대책으로 인해서 가격 상승이 주춤거리고 있는 상태일 뿐이라는 점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땅값과 주택 가격은 면적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당당히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투기심리의 만연이 가져올 가공할 악영향을 모를 리 없는 노무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여정부의 집값 안정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내외에 천명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도대체 부동산 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정책을 사실상 결정하는 대통령의 거듭된 신호를 시장이 본체만체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아마도 그 원인은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 대부분이 부동산과 관련한 정부의 투기대책이 모두 나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상당부분 기인하는 듯 하다.
 
일부의 착각과는 달리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부 투기꾼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대한민국 국민 전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그 동안의 반복학습으로 인해서 대통령의 의지를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는 정부의 시도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할 수 있는데 첫째는 투기지역지정이나 거래신고제 등으로 상징되는 규제를 통한 것이고 둘째는 2기 신도시 건설로 대표되는 공급의 확대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정책은 역대 모든 정권이 사용해 왔던 방법의 답습이고, 그 결과 또한 그간의 경험이 증언하는 것처럼 참담한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째서 그런지 살펴보자!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을 통해 거부가 된 사람이나 달랑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 사람 혹은 무주택자들이 부동산에 목을 메는 이유는 부동산이 그 어떤 자산 보다 가장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물론 전적으로 불로소득이다-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한번 가정해 보자! 당신의 친구가 몇 년 전 강동구에 소재한 재건축 아파트를 2억에 구입한 후 최근 5억에 매도하여 3억에 이르는 소득을 얻었다. 그와 비슷한 기회가 당신에게 주어졌을 때 당신은 초연할 수 있는가?
 
수십년전 판교 인근에 토지를 매입한 후 최근 토지수용에 대한 보상금으로 물경 200억원을 수령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말자! 분명 투기목적으로 토지를 구입하지는 않았을 그 토지소유자는 자신이 매수한 가격 보다 정확히 5000배에 이르는 소득을 얻었다고 한다.
 
이처럼 부동산 소유 등을 통해서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온존하는 한 사회구성원들은 결사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몰두할 것이며, 이는 국민경제 측면에서는 재앙에 다름아니지만, 미시적인 차원에서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키기 위한 궁극적이고도 유일한 해법은, 부동산 소유 등을 통한 불로소득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봉쇄시키는 것이며 이는 일종의 공리(公理)와도 같다. 많은 학자들은 이를 실현시킬 구체적인 방법으로 보유세율의 현실화를 들고 있다.
 
투기지역지정이나 거래신고제, 분양권 전매제한, 개발이익환수제, 취·등록세 및 양도소득세 인상 등의 조치로는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의 발생을 근원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다만 투기심리를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또한 2기 신도시 건설로 대표되는 공급위주의 정책도 그 효과가 극히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는 지난 80년대 말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1기 신도시의 경험이 잘 말해주고 있는데 1기 신도시가 건설된 직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집값은 얼마 안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심지어 2기 신도시 건설이 예정되어 있는 주변의 땅값과 집값이 날로 치솟고 있는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는 것처럼 신도시 건설은 오히려 부동산 투기의 뇌관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은 이미 실패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게다가 사정을 한층 악화시킨 것은 가뜩이나 미흡하기 이를 데 없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일관성마저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10.29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잠시 숨고르기를 하자 이헌재 전 부총리 등을 위시한 정책 당국자들과 집권 여당에서는 끊임없이 건설경기를 부추기는 발언과 정책들을 양산해 왔다.
 
기업도시 건설과 종부세 완화, 농지법 개악, 각종 개발정책 등이 숨가쁘게 쏟아져 나왔고 이는 시장참여자들에게 언제라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신호롤 해석되었던 것이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기열풍이 마치 죽지않는 좀비처럼 살아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뜩이나 불완전한 부동산 정책이 일관성 마저 없으니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각종 정책에 내성이 생겨 잠시 숨고르기를 하다가 상승하곤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좀비와도 같이 죽지 않는 투기심리를 일소할 방법은 정녕 없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이미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는 강력한 보유세제의 도입이라는 최선의 카드가 정부의 수중에 남아 있다.
 
사실 참여정부가 역대 정부와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부동산정책이 바로 보유세를 통해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꾀한다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불행히도 보유세제에 대한 참여정부의 인식과 의지는 대단히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최근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가 발표한 계획은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게 만든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는 중장기 조세개혁 과제를 담당할 조세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2년간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을 연구해 입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문제는 조세개혁특별위원회가 추진하고자 하는 조세개혁의 내용인데,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법인세와 소득세 등의 세율을 낮추고 자영업자와 전문직 등의 소득파악률을 높여 과세하겠다는 취지이다.
 
조세개혁특별위원회가 추진하고자 하는 조세개혁의 대강 어디에도 토지보유세의 실효세율을 대폭 높여 소득양극화를 완화시키고 국민경제를 살찌우겠다는 내용은 없다.
 
이는 정부당국자들과 주류 경제학자들이 내리고 있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겠다. 이들은 여전히 부동산-그중에서도 토지-가 경제와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각종 자료와 눈 밝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소수에 의한 토지가치의 독점이 바로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소득양극화와 내수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다. 경제부문이 한 국가의 다른 영역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심대함을 생각할 때 토지가치의 독점은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모순들에 크건 작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일본식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생각해보면 해방 후 대한민국이 여러 부면-정치, 사회, 문화, 과학 등-에서 이룬 눈부신 성취들은 기실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경제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이러한 경제성장이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부동산 가격을 딛고 이룩되었다는 점이다.
 
재기발랄한 사업가들이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사업을 벌이고 노동자와 농민들이 저임과 저곡가를 묵묵히 감수하면서 이룬 경제성장의 과실은 고스란히 부동산 부자들의 주머니로 흘러들어 갔고 이들은 주체할 수 없는 부를 축적하였다.
 
토지가치의 독점에서 비롯된 부동산 투기의 폐해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사정이 한결 심각한 것은 참여정부가 들어선 지 한참 지난 지금도 부동산 투기의 문제가 도무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조세개혁특별위원회의 조세개혁 방향을 보면 앞으로도 부동산 투기는 결코 진정되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토지가치의 독점을 통한 불로소득의 발생을 근원적으로 봉쇄할 방법은 오로지 보유세율의 현실화 뿐이다.
 
만약 부동산 가격이 지금처럼 경향적으로 높아진다면 이는 더욱 극심한 소득양극화와 내수부진으로 연결될 것이고 투기심리의 만연은 근로의욕을 결정적으로 저해할 것이다. 또한 과도한 부동산 담보대출 비율의 증가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순간 금융권 전체 더 나아가서 국민경제 전체를 송두리째 삼킬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지금 조세개혁위원회가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은 토지 보유세 인상과 노력소득 감면등을 뼈대로 하는 패키지형 조세개혁이다. 여러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패키지형 조세개혁은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을 제외한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복음이 될 것이다.   
 
만약 조세개혁위원회가 기존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조세개혁을 추진해 나간다면 감세와 경기회복 등을 통해 더욱 풍부해진 유동성은 부동산으로만 한사코 몰려들 것이고 마침내는 대한민국을 끝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조세개혁위원회의 일대 각성과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 편집위원
 
* 필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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