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World News도 하루 종일 북 핵실험 이야기고 한국은 물론, 아사히 신문도, 블룸버그도, 온통 세상이 북핵 이야기다. 근데 막상 한국 사람들은 워낙 이 상황에 훈련이 되어 별 동요가 없다. 혹시나 이 글 보는 분들 중 걱정되는 분 있으면 안심하시라. 나름대로 지구 정치의 향방의 예측에 있어서 그런대로 자기 견해가 있는 도끼빗은 분명코 이걸로 해서 당장에 군사적인 차원에서의 위기가 올리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런데 문제는 더 근원적인 것이다. 이 사태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는, "구조 변환"에 해당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북의 핵이 대륙 세력을 향하게 될 지 해양 세력을 향하게 될 지 남한을 향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일본은 물론 심지어 남한조차 핵무장을 하게 될 수 있는데, 이 경우 한반도는 핵의 최밀집지역이 되고 극도의 군사화가 벌어질 것이다. 아마도 7, 80년대의 이스라엘과 중동지대가 이쪽으로 이동하는 느낌이다. 이는 이 지역의 자금의 흐름과 산업 구조도 군사적인 방향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인 것은 어쩌면 비교적 덜 중요한 것일 수 있다. 한반도처럼 4대 강국이 치열하게 부딪히는 곳도 드물지만, 그 교차점에 해당하는 소국이 또 독자적인 핵을 가지고 어느 쪽에건 자주를 외치는 경우도 드물고, 그 교두보와 같은 민족이 사는 바로 남쪽 지역은 해양 세력의 발판이 되어 있는 형국이다. 이 형국 자체가 냉전시대를 훨씬 능가하는 긴장과 공포의 상황이므로, "안보"라는 절체절명의 지상 과제가 모든 합리성의 근본적 척도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차원에서도 근원적인 구조 변환이 시작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경제적 사회적 구조 변환의 동력인 안보 불안은, 그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간헐적으로 실제 상황을 벌이게 될 것이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9.11 사태’를 TV로 보면서 직감으로 든 생각은 "어제의 세계는 끝났다"였다. 오늘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오늘 든 생각은 "드디어 내일의 세계가 왔다" 였다. 아직 평온하다. 북한도 남한도 조용하며 무슨 군사적 위기 같은 것은 결코 없다. 하지만 "능금 한알이 추락하여" 동북아는 부서지리 만큼 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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