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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안아드립니다! (Free Hugs)"
[도끼빗의 갈라치기] 전 세계 감동의 물결로 뒤덮은 호주 두남자 이야기
 
도끼빗   기사입력  2006/10/16 [19:03]
Sick Puppies, "All the Same": 함 끌어안아보자!
 
음악성을 추구하는 고독한 인기 디제이 도끼빗입니다 (이하 반말체).
 
호주 시드니에 Juan Mann 이라는 남자가 있다. 긴머리에 큰 키 긴 팔을, 그리고 안경너머 그렁그렁 큰  눈을 가진 남자다. 할머니가 얼마 전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눈이 멀어버리셨다. 돌아간 할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눈이 멀어 헤매는 할아버지를 보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그래서 사람 많이 다니는 시내의 shopping mall 로 나온다. "공짜로 안아드립니다!(Free Hug)"라고 쓴 종이판을 들고.
 
미쳤다. 이 shopping mall 이라는 공간은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여 서로 누가 누구의 돈을 우려내느냐를 놓고 한판 전쟁이 벌어지는 psychological war 의 전장이다. 여기서 승리하기 위해 광고회사와 심리학 박사 100명이 몇 십억원 짜리 연구 프로젝트를 하고 또 그 성과물이 TV 광고로 shopping mall 의 전시판으로 나타나면, 또 닳고 닳은 약아빠진 소비자들은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장난을 친다. 핵무기 화학전 세균전은 아무 것도 아니다. 현대전의 진정한 최전선은 이 쇼핑 몰의 심리전이다.
 
이 뺀질거림의 공간에 "그냥 안아드릴께요"... 당연히 미친 사람이 된다. 사람들은 아예 웃지도 않고 이 미친놈을 5미터 반경으로 피해간다. 
 
▲호주의 Juan Mann이 펼친 '공짜로 안아드립니다' 운동은 삭막한 세상을 따뜻한 세상으로 바꾸는 등 전 새계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     ©U-tube 닷컴에서 화면편집
이 남자는 이 짓을 매주 1일씩 날을 정하여 1년이 넘도록 계속한다. 사람들 가슴을 닫아둔 빙벽에 조금씩 조금씩 금이 간다. 드디어 어떤 할머니가 그냥 그 남자의 넓은 가슴으로 달려든다. 그리고 그 젊은이가 아들이나 되는 것처럼 얼굴을 어루만진다.

 
그 다음엔 아이도 어른도 아저씨도 여고생도 모두 달려든다. 사람들은 이 포옹의 기쁨과 천진한 즐거움을 조금씩 회복해간다. 그렇게 안은 다음엔 괜히 자기들끼리 또 끌어안는다. 이 남자가 그 쇼핑 몰에 나타나는 날은 그래서 하루 종일 끊이지 않는 까르르 웃음소리와 끌어안는 기쁨과 따사로움이 동네를 덮는다.
 
그런데 어느날 시청이 드디어 나섰다. 이렇게 하루 종일 마구 끌어안다가 혹시 "사고"라도 나면 시 재정에서 그 병원비를 대야 하는데 네가 무슨 권리로 이런 짓을 벌이느냐. 안전사고 방지 차원에서 이 Free Hug 을 금지한다. 아니면 2천5백만 달러 짜리 public liabilities insurance를 들던가.. 그래서 곰같은 경찰들이 나타나서 포옹을 제지하기 시작한다. 
 
이 쇼핑 몰에서 일하던 스무살이 안 된 소년이 있었다. 록 뮤지션이 될 꿈을 가지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노래를 만드는 소년이다. 소년은 이미 1년전부터 이 가지가지 포옹 장면들을 비디오에 담은 바 있다. 이 소년이 열받아 버렸다.
 
그 남자도 열받았다. 그래서 서명 운동에 들어간다. 1만명 이름을 모아 간청하려고. 제발 "공짜로 끌어안을 수 있게 해달라"고. 소년은 이 모든 과정을 비디오에 담는다.
 
1만명 서명이 금새 이루어졌다. 시청은 아직 공식적으로 금지 조치를 풀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제 그들이 막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 같다. 이 쇼핑몰에 모여든 사람들은 이제 나타난 경찰까지 막 끌어안아 버린다. 소년은 기타를 퉁기며 노래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1년 내내 모은 포옹 장면의 clip 을 모아 동영상으로 편집하고 자신의 노래를 얹었다. 그리고 you tube 사이트에 올렸다.
 
기적이 벌어진다. 올린 뒤 조금 후 소년이 자신의 포스팅을 체크하니 댓글이 붙었다. good morning GMT 어쩌고...웬 GMT? 소년은 시드니 어쩌고 했더니 저쪽에서 아니 여기는 미국이거든이라고 한다...좀 있다가 러시아어 댓글이 올라온다. 좀 있으니 히라까나 댓글이 올라온다...하룻밤 사이에 전 세계의 수십만명의 젊은이들이 이 동영상을 보고 울고 웃고 하며 댓글을 붙인다....


 
토론토에 사는 어떤 소녀도 그래서 종이판에 Free Hug 라고 써서 토론토 시내를 활보하며 포옹을 한다. 포옹에 굶주린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 토론토 사람들도 아기처럼 팔을 열고 이 조그만 아가씨에게 우르르 달라붙는다...그 동영상이 올라온다.
 
테러와 테러로 얼룩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도 어떤 청년이 똑같이 팔을 열고 온 시내를 헤맨다. 여기 사람들도 똑같다. 모두 팔을 연다. 팔을 연 사람은 나무와 꼭도 닮았다. 도시의 콘크리트 위의 사람들이 아주 잠깐이나마 나무로 변하여 서로 몸을 부빈다.
 
1주일째, you tube 싸이트는 이 최초의 시드니 동영상에 붙은 온갖 댓글, 댓동영상, 그리고 각국에서 벌어지는 이 Free Hug의 물결의 보고로 밤을 새우고 있다.
 
두 젖꼭지를 이은 선과 가슴뼈가 만나는 지점을 중단전이라 하고 요가에서는 제 4 차크라라고 한다. 우리의 사랑의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깃드는 곳이다. 사람이 살면 사랑이 저절로 만들어져 이곳에 고인다. 아기를 낳은 어머니의 가슴에 젖이 가득 차듯이. 그렇게 모인 사랑은 아무런 댓가없이 다른 이들에게 다른 것들에게 뿌려지게 되어 있다. 어머니의 모유가 아기에게 공짜로 주어지듯이. 그렇게 가슴이 텅비면 밥만 먹고 숨만 쉰다면 또 사랑은 저절로 채워지게 되어 있다. 퍼낸 우물에 더 많은 우물이 괴듯이.
 
하지만 이 가슴에 저절로 고이는 사랑을 함부로 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주었다가 그 사랑이 거부당하고 조롱받고 심지어 준 상대가 칼로 내 가슴을 후벼대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을 겪었으니까. 그래서 가슴 열기가 무섭고 사랑 주기가 무섭고 중단전과 바로 이어져 있는 눈동자를 마주치기가 무섭다. 네가 나에게 무슨 관계다라는 장부 정리가 분명히 되지 않는한 포옹도 눈마주치기도 미친 짓이다.
 
젖먹일 아기를 빼앗긴 어머니는 줄 곳이 사라진 젖으로 퉁퉁 부어오른 가슴을 부여안고 아파 몸푸림친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가슴의 사랑을 뿌릴 대상을 빼앗기고 또 스스로 잘라버린 우리 약아빠진 도시의 어른들도 줄곳잃은 사랑으로 퉁퉁 부어오른 가슴을 쥐어뜯으며 몸부림친다. 하지만 그렇게 몇해 몇 십해를 보내고 나면, 내 조카의 표현대로, 우리의 가슴은 가뭄을 만난 논바닥처럼 바짝 말라 조각조각 딱딱하게 갈라지게 되고 웃음도 눈물도 모두 말라버린다. 
 
그렇게 빠닥빠닥 갈라진 가슴의 영리한 어른보다는 저 동영상의 남자처럼 팔을 넓게 벌려 가슴깊이 아무나 끌어안는 바보가 되고 싶다. 저 남자가 할머니와 젊은이와 아이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라. 포옹하는 사람을 자기 가슴속으로 한없이 집어넣는다. 정말이지 사람의 가슴은 그 깊이가 한이 없다.
 
언제부터 우리 하늘이 딱딱한 논바닥이 되었는지 세기조차 아득하다. 그래도 얼마 안 남았다. 한 남자와 한 소년의 이야기는 6일만에 전 세계로 퍼졌다. 우리 모두의 가슴은 이 사랑으로 흥건히 차고 넘치는 새 하늘에 목말라 있다. 그래서 만들어가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울 엄마를 꼭 안았다. 

괜찮아, 어디서왔든

너는 내게로 왔잖아.
근데 네가 네 꿈을 이야기할 때 내가 힘들어
잘 모르겠어.


I don't mind where you come from
As long as you come to me
But I don't like illusions I can't see
Them clearly

네 마음 속에  아무도 모를  뒤틀린 상처가 있어
나는 그걸 건드릴 자신도 없고 그럴 자격도 없어.
네가 그랬지. 나중에 나중에 네가 정말 뭘하고 싶은지.
됐어 그럼. 난 알아. 난 믿어.

i dont't care no I wouldn't dare
To fix the twist in you
You've shown me eventually what you'll do.

난 변하지 않아.
난 괜찮아.
네가 내 옆에 있으니까.

I don't mind
I don't care
As long as you're here

그래 맘대로 해. 또 나를 떠나겠다고.
그래도 다시 막 달려서 내게로 올줄을 알아. 
네 상처난 심장을 손에 들고서
항상 그랬지.

Go ahead tell me you'll leave again
You'll just come back running
Holding your scarred heart in hand
It's all the same

네 있는 모습 너의 본래 모습 그대로 널 사랑해.
네가 날 소중하게 생각해준다면

And I'll take you for who you are
If you take me for everything

그래, 첨부터 다시하겠다고. 해봐
그래도 똑같아 바보야.

Do it all over again
It's all the same

시간이 지나고 날이지난다.
기다렸다. 네가 내게 돌아오기로 맘먹기를.
얼마든지 여기 머물러도 돼.
네 옆이 내가 있을 곳이니까.

Hours slide and days go by
Till you decide to come
However long you stay

It's all there I am

난 변하지 않아.
난 괜찮아.
네가 내 옆에 있으니까.

I don't mind
I don't care
As long as you're here

그래 맘대로 해. 또 나를 떠나겠다고.
그래도 다시 막 달려서 내게로 올줄을 알아. 
네 상처난 심장을 손에 들고서
항상 그랬지.

Go ahead tell me you'll leave again
You'll just come back running
Holding your scarred heart in hand
It's all the same

네 있는 모습 너의 본래 모습 그대로 널 사랑해.
네가 날 소중하게 생각해준다면

And I'll take you for who you are
If you take me for everything

그래, 첨부터 다시하겠다고. 해봐
그래도 똑같아 바보야.

Do it all over again
It's always the s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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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0/16 [19: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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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학생 2007/01/28 [02:08] 수정 | 삭제
  • 논술 공부에 찌들어서 기사 찾아보다가 오늘 처음 알게 되었네요^^
    도끼빗님의 글..

    너무 마음이 따뜻하네요^^
    저를 포함한 이 세상에 모든 고3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이 기사.
  • 안젤라지연 2006/10/20 [19:40] 수정 | 삭제
  • "사람들과의 포옹하며 껴안는것은 우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며
    진정한 삶이다" ㅡ Free Hugs Campaign by Juan Mann

    와 나무가 되는 사람들이라, 마음이 정말 뭉클뭉클 따뜻해집니다~
    아직 그래도 세상은 아름다운 기적들이 많은것 같아 좋네요^^
  • 도끼빗 2006/10/20 [11:08] 수정 | 삭제
  • 가슴에 담기는 힘은 사랑인데요. 그게 용기가 되기도 합니다. 플라톤은 그래서 가슴의 힘이 발달한 사람들이 나라를 지키는 용사가 되어야 한다고 했죠. 연약한 아가씨가 억척스런 어머니로 변하여 세상을 뚫고 나가는 힘이 아이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가봅니다. 약해질 때 누구를 안아서 가슴에 고이는 힘으로 삶을 헤처나간다...저도 그래야겠습니다.
  • 아멜리에 2006/10/20 [09:49] 수정 | 삭제
  • 엄마를 안아드렸어요
    그러고나니깐 자꾸 엄마엄마 부르고 싶어졌어요
    아이처럼 연약해질때는
    꼭 안을래요

    참, 안아달라고 예약도 받았답니다^^
  • 프랜츠 2006/10/19 [21:09] 수정 | 삭제
  • 세상사람모두가
    저랬으면좋겠습니다.

    모두가 아니여도 좋습니다.
    단10명...아니 단한명이라도
    저런분이 계시기에
    모둔사람들의 마음이 포근해 집니다.

    "꽁짜로 안아드립니다(Free Hugs)"

  • 아멜리에 2006/10/19 [11:46] 수정 | 삭제
  • 마음이 울렁거립니다
    눈물도 그렁거립니다

    꽁꽁싸둔 마음을 열어서
    도닥여주시는 선생님이 알려주셔서 보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안아본게 언제인지..
    도끼빗님처럼 오늘저녁에는 엄마를 꼭 안아보고
    또 글 올리겠습니다
  • 불한당 2006/10/17 [23:31] 수정 | 삭제
  • Sick Puppies 의 All the Same 이라는 곡입니다.
  • 황진태 2006/10/17 [19:48] 수정 | 삭제

  • 다시 좋은 글들 읽게 되니까 고딩때부터 애독자로서 저야 반갑네요.
    P모 매체에 연재한 FTA 기사도 잘 읽었는데..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청산하시고.. 도끼빗으로만 나가셔도 될 듯한데요.^^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건필하세요.



  • 태진이 2006/10/17 [12:53] 수정 | 삭제
  • 이노래 제목이 너무 알고싶습니다..아시는분은 꼭 댓글남겨주세요
  • 나그네 2006/10/17 [10:32] 수정 | 삭제
  • 어제 밤에 처음 보고 아내와 한참을 보고 또 보았습니다.
    가사번역까지 친절하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끼빗님 복받으실 겁니다.
    곁에 있다면 공짜로 안아드릴 수 있을텐데...
  • 소시민 2006/10/17 [10:22] 수정 | 삭제
  • 세상에 아름다운 일을 말로 설명하기도 글로 옮기기도 힘든데..
    도끼빗님은 글을 참 잘 쓰시는군요. 동영상이 옆에 있으니 마치 친절한 나레이터 같이 감동이 확 밀려옵니다.
    좋은 글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이 삭막한 세상, 힘이 되는 글을 많이 소개 부탁함다.
  • 나그네 2006/10/17 [01:19] 수정 | 삭제
  • 잘 봤습니다. 퍼 갑니다.
  • 체 게바라 2006/10/16 [20:46] 수정 | 삭제
  • 부시여 이 동영상을 보라!
    이게 바로 천국 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