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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가 누군지 알려고 하지 않는 세대
[도끼빗의 갈라치기] 현대사의 인과율에 무심한 세대, 물고기 닮아가나
 
도끼빗   기사입력  2007/01/16 [11:42]
요즘 20대 아이들이 박종철 열사가 누군지 모른다고 들었다. 흠...
 
북한에서 요즘 20대가 된 아이들은 식량 부족으로 성장기에 뇌손상을 입은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남한의 20대가 두뇌가 망가진 정도도 만만치 않다.

물고기들의 기억 지속 시간이 30초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바다를 떠돌던 놈들을 어항에 가두어도 지루한 줄 모르고 살 수 있다고 한다. 30초 전에 본 풍경은 모두 까먹으니 항상 새로울 테니까.
 
인간의 특징은 이성에 있다. 토마스 홉스는 이성이란 시간적 논리적 인과율의 길이를 아주 길게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다. 동물들도 구름이 끼면 비가 올 수 있다는 정도는 안다. 하지만 사람만이 그보다 훨씬 더 긴 인과율의 연쇄를 구성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동물은 상상하기 힘든 종류의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가 회환을 느끼듯 박종철 열사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 대자보 김한솔
 
나는 87년에 대학에 들어갔다. 그 20년 전에 68년 혁명이 있었고 통혁당 사건이 있었고 그보다 좀 후에 유신이 벌어졌다. 다시 그 20년 전엔 남북 분단이 있었고 그보다 좀 후에 한국전쟁이 벌어졌다. 대학에 들어가 머리가 좀 깨기 시작하던 그 당시, 나는 그 20년 그리고 40년의 시간적 인과 관계를 구성하여 내가 살고 있던 그 당시의 전두환과 좀 전의 광주 항쟁까지 이야기를 만들어보려고 몸부림쳤었다.
 
요즘 20대 아이들은 20년 전의 그 끔찍한 시대, 그 아이들보고 가서 살라고 하면 단 한시간만에 퍽큐를 날리면서 쿨하게 빠져나오려 하다가 어디 끌려가서 뒤지게 맞을 그 어처구니 없는 시대에 아무 아는 바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고, 누가 그딴 이야기 꺼내려 하면 짜증을 낸다. 인간이 물고기가 된 것이다. 20년의 인과율이 버겁다...

물론 핑게는 많이 댈 수 있다. 제도 교육의 문제가 어떠네 뭐가 어떠네...하여간 나는 물고기들과 같이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물론 그것들을 회쳐먹을 생각도 없다. 길에서 마주치면 포유류인 나와 어류인 그것들은 여기가 물속인가 공기중인가 서로 의아해할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 우습게 볼 것이다.
 
나는 누가 더 나은지 못한지도 관심없다. 누가 이 어류들을 만들어놓았는가도 지금은 관심없다. 물고기들이 싫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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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1/16 [11: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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