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반세계화 운동 신호탄 된 15분의 공연
[도끼빗의 갈라치기] 락음악을 넘어 세계사 바꾼 U2의 1985년 런던공연
 
도끼빗   기사입력  2006/09/25 [18:31]
"I am so sick and tired of all this bullshit"

1985년 Boomtown Rats의 Bob Geldof 가 동을 뜨고, 여기에 대서양 양쪽의 온갖 팝스타들이 호응하여 아프리카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Live Aid  공연이 열린다. 인공위성이 또 대서양 양쪽을 이으면서 실시간으로 이것을 텔레비젼으로 방송한다. 전두환이 지배하던 쌍스럽게 짝이없던 당시의 한국 TV와 문화계, 소위 젠체하는 인간들조차 그저 "We Are the World"나 따라부르며 그 공연의 꽃이 마이클 잭슨이라고들 떠들고 있었다. 천만에. Queen 도 뛰어났고 Bruce Springsteen 도 있었지만, 그 공연의 진정한 월계관은 스물 다섯살 짜리 아일랜드 촌놈들 U2 에게 돌아갔다. 
 
▲락 음악사의 전환을 이끈 U2의 런던 웸블리 구장 실황공연     © U2 BAD Live Aid 1985

오늘 그 필름을 다시 보았다. 이 역사적인 15분, 록 음악의 역사 그리고 록 음악의 의미를 영원히 바꾸어 놓은 이 엄청난 15분의 의미를 기념하는 글을 쓸 일이 언젠가 있을지 모르겠기에 간단히 메모만 남겨놓는다. 
폭력과 폭력과 폭력으로 얼룩진 아일랜드. 거기서 신교도 아버지와 구교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Bono. 이들의 처음 두 장의 앨범은 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저주와 슬픔과 좌절로 꽉 차 있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말도 안되는 흉칙한 폭력이 벌어지고, 그러면 자기는 또 말도 안되는 이유로 한 쪽을 선택하여 또 말도 안되는 짓거리들을 해야 하고, 또 말도 안되는 행동을 어린 것들에게 요구하고 그렇게 흘러온 세상. 거기에서 태어나 이제 갓 스물을 넘겨버린 아이들. 도대체 어쩌라고. 아무도 욕하지도 못하고 아무도 사랑하지도 못하고 또 상황에서 도망가지도 못하고 하지만 상황으로 들어가지도 못한다. 그래서 호숫가를 방황하며 요정들과 이야기하기도 하고 달을 보면서 혼자 울먹이기도 한다.

그런데 3집으로 가면 이들은 분명히 말한다. "민족 독립"이고 "혁명의 영광"이고 개나발이고 신물이 난다고. 도무지 이해못할 거창한 개소리로 사람을 이리저리 개끌고 다니듯 하면서 온갖 끔찍한 짓을 다시키는 데에 정말로 지긋지긋하다고. 나는 내 가슴으로 사랑하고 내 눈으로 보고 내 팔로 내 다리로 내 손으로 살아가고 옆의 사람들을 만지고 때리고 끌어안을 것이라고. 그렇게 해서 다시 새롭게 눈을 뜬 세상은 이제 전혀 외롭지 않다. 아일랜드에서 폴란드 미국 아프리카 할 것 없이 이 지구는 온통 자기들 같은 사람들 투성이이니까. 모두 다 지쳤고 슬프다. 힘도 없다. 3집은 그래서 자기 자의식의 얘기는 사라지고 모조리 이 내눈에 새롭게 밟히기 시작하여 곧 마음을 가득 채워버린 사람들 이야기 세상 이야기 뿐이다.

이제 Live Aid 이다. 구호는 Feed the World! 이다. 세상을 먹이자. 밥이 하늘이요 사람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여기에 무슨 개소리가 필요하며 선전이 필요하며 논리가 필요한가. 마르크스고 자본주의고 민주주의고 개나발이고 씨부릴 놈들은 씨부려라. 우리는 살리고 먹고 사랑하고 끌어안을 것이다. 이 젊은 음악인들은 무서울 것도 없었다.

60년대의 개폼 잡는 "히피"들 비틀스고 레드 제플린이고 옛말이다. 이들은 블루스도 우드스탁도 비트 제너레이션도 요가도 명상도 모른다. 없는 집구석에 태어나 퇴학 정학 임신 낙태 감옥 마약을 오가면서 70년대와 80년대의 험한 '비열한 거리(mean streat)'를 거쳐온 뜨내기 양아치들일 뿐이다. Art Rock이고 뭐고 그런 거 모른다. 하지만 먹고 싶고 먹이고 싶고 살고 싶고 살리고 싶은 마음은 다 마찬가지다. 이들이 땀냄새 나게, 아프리카를 먹이자는 단순무지 명쾌한 마음 하나로 모였다.

가슴이 뛴다. 마음이 훈훈하고 뭔가 지금 이 순간 다른 세상이 시작될 것 같은 두근거림이 Wembley 구장에 모인 젊은이들의 머리 위를 뒤덮는다.

그 공기 속에서 Bono는 먼저 Sunday Bloody Sunday 를 부른다. 고만 좀 죽여라. 작작 좀 해둬라. 혁명이고 민족이고 나발이고. We're so sick of it!!!
그 다음 노래 Bad에서 그는 속삭이고 꼬실르고 악을 지른다. Let it go, and fade, fade, fade away!!

이 fucking desperation과 isolation, temptation, .....다 흘려 보내고 헝클어버려라...그냥 사라져 버려라...

Bono도 사람들도 이제 서서히 지상을 떠나기 시작한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말도 안되게 흘러온 지금까지의 세상과 무언가 다른 세상이 오늘 시작될 것 같다. 인공 위성의 도움으로, 내몸의 땀냄새나는 정성과 악과 열정으로, 끌어안고 부여잡는 따스함으로 온 세계가 하나되고 같이 먹고 같이 노래하는 세상, 뉴욕과 런던 사이에 실시간으로 그게 된다면 어디고 어느 나라고 안될 것이 무엇인가. 그래 다 흘려보내고 헝클어버리자.

Bono는 이런 사람들의, 바로 85년 그 웸블리에 모인 사람들의 간절한 열망을 읽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단 15분의 시간을 가지고 그래서 도박을 한다. 연주하기로 되어 있는 다음곡을 포기하고, 무대와 관중들 사이에 접촉이 없어야 한다는 엄격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관객 중 한사람을 포옹을 하기로 한다. 
 
▲락 음악사의 명장면. U2 공연중 Bono가 한 청중을 끌어안고 춤을 추고 있다.     © U2 BAD Live Aid 1985

자칫 싸구려 구역질나는 뻔히 들여다 뵈는 쇼맨십으로 보일 행동이다. 하지만 이 순간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허용된다. Bono는 그래서 무대 끝으로 걸어가 사람들에게 손짓한다. 이리로 오라고. 하지만 쉽지 않다. 청중과 무대 사이에는 깊은 홈이 있고 그 홈을 건장한  보안 요원들이 지키고 있다.

그래도 보노는 계속 꼬신다. 이리로 오라고. 이리로 오라고. 그리고 청중의 한 명을 손가락으로 찍어서 외친다. 당신, 그래 바로 당신, 지금 여기로 오라고. 날 안아달라고. 그 여인은 온갖 장애물을 뚫고 담을 넘어가려 몸부림치지만 여의치 않다. 보노는 보다보다 마침내 자신도 몸을 날려 어른 키 두 배는 될 법한 그 홈 아래로 그냥 뛰어 내린다.

막상 웸블리 구장에 있었던 청중들은 이 홈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인공 위성으로 이 순간을 지켜보던 전 세계 인민들은 전율하면서 본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낡은 세계를 갈라놓은 장벽처럼, 그 객석과 무대를 갈라놓은 깊고 넓고 살벌한, 깡패같은 보안 요원들과 온갖 장비와 전선으로 살풍경인 그 곳에서 록 스타와 청중속의 한 아낙네가 땀냄새 그대로 꼭 끌어안고 볼을 부빈다. 그리고 부둥켜 안은 채 고막이 터질 듯한 록 음악에 맞추어 천천히 춤을 춘다...5초 동안.
무대 뒤의 Bob Geldof 와 U2 매니저 Paul McGuiness는 서로 끌어안고 엉엉 울어버렸다. 록 음악의 의미와 존재 이유를 바꾸어버린 이 순간. 웸블리 구장의 그리고 당시 티브이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아마 새로운 세상이 이 순간 열렸다는 직감을 얻었을 것이다.

Another world is possible 이라는 90년대 후반 이후의 반세계화 운동의 구호의 아이디어의 씨앗은 그 때 대기권에 뿌려졌다고 나는 믿는다. 핵무기와 이데올로기와 물질주의와 폭력으로 갈라지고 찢어진 어제의 세계가 아니라 아주 단순 명쾌한 사랑과 인륜과 믿음과 헌신으로 경계선없이 인종없이 계급없이 종교없이 부둥켜 안고 춤추고 노래하고 웃는 세상. 우리가 몇 천년 동안 꿈꾸어 온 가장 크고 아름다운 이상 하지만 동시에 utopia 라는 허무한 딱지를 붙여 접근 금지로 만들어버린 그 꿈, 그 비젼이 어쩌면 가능한 것일지 모른다. 이성이 논리가 이념이 비웃는다 해도 좋다. 내 마음이 내 몸이 내 머리가 그것에 얼마간 호응하기 시작했고 그것에 끌리기 시작했다는 사실, 이것 자체가 그 논박불능의 증거이다. 누가 이렇게 크고 아름답고 멋진 꿈을 준 적이 있었는가.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그 때 뿌려진 이 생각의 씨앗은 결코 죽지 않았다. 살풍경의 90년대, 길거리의 레게 공연장에서 99년 씨애틀에서, 그 잘난 현실주의자들과 냉소주의자들과 싸우며 괜한 에너지 낭비하는 일 없이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벌써 20년이 넘게 흘렀다. 영광의 그 순간으로부터. Bob Geldof는 귀족 작위를 얻어버렸고 그때 모였던 젊은이들은 90년대의 여피들이 되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후 세상이 변해 버렸다는 내 판단은 갈 수록 강해진다. 이상 김해경이 말했듯 "능금 한알이 바닥에 추락하였다. 지구는 부서지리 만큼 상하였다" 그리고 온갖 새로운 정신이 發芽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모습이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그 누구도 우리가 이해 못하는 말과 논리와 명분으로 서로 굶기고 때리고 울리는 짓은 허용되지 않는다. 아니, 서로 굶기고 때리고 울리는 짓이라면 그 어떤 논리와 명분과 우상을 가져다 댄다고 해도 엿이나 먹어라.

세상은 순환되기도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것도 있다. 새 세계를 바라는 사람은 용기를 내어 앞으로 갈 일이다. 아직 깜깜해 보이지만 벌써 새벽이다. 미래는 당신들에게 있다.

내게 비디오 파일이 있는데 블로그에 어떻게 올리는게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 인터넷 잘 뒤져보라. Wembley U2 Bad 같은 검색어로. 한 20분짜리 비디오 파일이 분명 어디 있을 것이다. 정 못찾겠으면 쪽지라도 보내시라. 맨입으로는 안 되겠고 나도 꼭끌어안고 함께 춤을 출 아낙네라도 소개.....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6/09/25 [18:31]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정보처리사 2006/09/27 [14:23] 수정 | 삭제
  • 구글에 가셔서 Wembley U2 Bad 를 치시면 바로 뜹니다. 즐감되시길....
  • 레인맨 2006/09/27 [13:13] 수정 | 삭제
  • 대자보에서 최근들어 가장 멋진글 이었습니다
    도끼빗님 Wembley U2 Bad 파일 주소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꼭꼭 끌어안고 춤을 출 아낙네는 소개 시켜드리지 못하지만
    막걸리는 한사발 대접 하겠습니다.
    cadlin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