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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영화와 다큐멘터리 경계 허문 파격적인 시도
시네아스트 아녜스 바르다와 제인 버킨의 사적 다큐멘터리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
 
임순혜   기사입력  2024/02/16 [00:09]

영화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는 여성 감독으로는 최초로 제68회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녜스 바르다와 프렌치 시크의 아이콘이자, 영화 같은 생애를 살았던 제인 버킨의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영화로 1988년 제작된 영화다.

 

▲ 영화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의 한 장면  © (주)안다미로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는 아녜스 바르다가 카메라 앞으로 제인 버킨을 초대해 당시 막 마흔 살을 앞둔 그녀의 솔직한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며, 배우와 감독이라는 단순한 관계를 벗어나 동시대 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표현해 낸 다큐멘터리 영화로, 지난 2014년 아녜스 바르다가 직접 색보정에 참여해 복원한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국내에서 36년만에 개봉한다.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는 누벨바그 최초의 여성 감독이자, 형식과 경계를 넘나드는 거장 아녜스 바르다 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집대성한 화제작으로, 제인 버킨의 유년 시절과 여러 작업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평소 친분이 깊던 아녜스 바르다와의 솔직한 대담 방식으로 풀어낸다.

 

▲ 영화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의 한 장면  © ㈜안다미로


아녜스 바르다는 사진작가로 예술계에 입문, 1955년 ‘라 푸엥트 쿠르트로의 여행’으로 데뷔, 두 번째 장편 영화 ‘5시부터 7시까지 클레오’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여성 서사를 현실적으로 담아낸 ‘행복’으로 196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 ‘방랑자’로 1985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아네스 바르다의 해변‘으로 2008년 세자르시상식 최우수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였으며, 2015년 칸영화제 명예황금종려상 수상,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등의 작품으로 세계 3대 영화제까지 석권하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아녜스 바르다는 1956년 데뷔부터 2019년 타계 전까지 지난 60년 간 사진, 영화, 설치 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치며 누벨바그의 유일한 여성 기수이자, 무한한 가능성으로 여성 영화인의 시초를 열었으며, 오랫동안 현역으로서 실험적인 활동을 이어가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다큐멘터리로 장르를 전환해 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열였다는 찬사를 받았다.

 

▲ 영화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의 한 장면  © (주)안다미로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는 크리스 마르케(Chris Marker), 알랭 레네,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 알랭 로브그리예(Alain Robbe-Grillet)와 더불어 좌안파(Rive Gauche)로 분류되는 감독이다. 좌안파는 문학에서의 누보 로망(Nouveau Roman) 운동에 깊이 연결되어 있었으며, 정치적으로 좌파에 속했고, 누벨 바그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서로의 영화 작업에 긴밀히 협력했다. 

 

아네스 바르다는 여성이라는 담론적 주체에 관한 성찰, 사물에 특별한 생기를 불어넣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뛰어넘는 실험을 계속하며, 창조적이며 개성이 뚜렷한 여성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 영화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의 한 장면  © (주)안다미로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허문 파격적인 시도로 화제의 대상이 된 영화로, 제인 버킨의 새로운 몽타주를 담아내고, 두 사람의 대담 형식으로 큰 틀은 구성되어 있지만, 제인 버킨이 출연한 가상의 영화 장면이 등장해 새롭고 색다른 재미를 안기는 영화다.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는 제인 버킨의 소감처럼 ‘픽션을 통해서 진실을 말하고, 사실을 통해 픽션을 만드는’ 아녜스 바르다와의 작업을 통해 배우와 감독이라는 단순한 관계를 벗어나 동시대 여성 예술가들의 삶과 다채로운 작업 방식을 담아낸다.

 

▲ 영화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의 한 장면  © (주)안다미로

 

제인 버킨은 1960년 런던과 1970년대의 프랑스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시대의 아이콘이자 독보적인 스타일로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안긴 스타로, 지난 2023년 7월16일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

 

제인 버킨은 모델과 배우 나아가 뮤지션의 경계까지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는데, 데뷔 초 파격적인 캐릭터를 자신만의 중성적이고 섹슈얼한 매력으로 소화해 내며 대중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 후, 제인 버킨은 점차 장르를 넓혀가며, 경쾌한 코미디 영화부터 많은 예술 영화에 출연해 타계 전까지 무려 70편에 이르는 작품에 출연했다. 홍상수 감독과의 인연으로 출연한 2013년 작품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는 제인 버킨의 가장 사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다.

 

▲ 영화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 포스터  © (주)안다미로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는 제인 버킨을 주연으로 한 영화로 약 10년 만에 국내 개봉하는 작품이다.  제인 버킨이 출연한 가상의 영화 장면을 깜짝 등장시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허무는 파격적인 시도로 큰 화제를 모았으며, 제인 버킨의 중성적이고 섹슈얼한 매력을 한껏 드러낸 강렬한 이미지가 인상적인 영화다.

 

시대의 아이콘, 영원한 클래식, 만인의 뮤즈, 우리가 사랑한 제인 버킨의 새로운 얼굴들, 모두가 궁금했던 시네아스트 아녜스 바르다의 독특한 형식의 다큐멘터리 영화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는 1월31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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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2/16 [00:0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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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한신대 외래교수, 미디어기독연대 집행위원장, 경기미디어시민연대 공동대표이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