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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소녀와 차가운 세상
[임순혜의 영화나들이] 생기발랄한 소녀와 우리가 봤어야만 할 세상 ‘여기는 아미코
 
임순혜   기사입력  2024/02/25 [15:08]

영화 ‘여기는 아미코’는 다자이 오사무 상과  미시마 유키오 상을 수상한 이마무라 나쓰코의 데뷔 소설 ‘여기는 아미코’를 원작으로 모리이 유스케 감독이 연출한 장편 데뷔작으로 우리가 봤어야만 할 세상을 보여주는 영화다.

 

‘여기는 아미코’는 키네마준보 BEST 10에 선정되었으며, 제25회 타이페이영화제 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고, 제52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어 화제가 된 작품으로, 제25회 타이페이영화제 비평가협회상, 제8회 런던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 영화 ‘여기는 아미코’의 한 장면     © (주)슈아픽처스

 

히로시마에 사는 5학년 아미코 (오사와 카나)는 괴팍한 행동과 순수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필연적으로 주변 사람들의 삶을 바꿔버리게 된다. ‘아미코’는 아미코의 행동에 의해 주변사람들의 삶이 바뀌어버리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아미코와 주변사람들의 심리묘사를 세밀하게 그려, 순수한 아미코와 대비되어 펼쳐지는 우리들의 세상을 강렬하게 풍자한다.

 

아미코는 조금 이상하다. 그녀는 자상한 아빠, 기쁘게도 항상 함께 놀 수 있는 오빠, 가족에게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서예 선생님인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반 친구이자 짝사랑하는 노리를 포함한 공동체에 둘러싸여 자라나나, 그녀의 천진난만한 행동은 필연적으로 그녀 주변의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 영화 ‘여기는 아미코’의 한 장면     © (주)슈아픽처스

 

아미코는 복도에서 혼자. 교실에서 혼자. 집에 가는 길에는 귀신과 함께 행진한다. 그녀의 대화는 항상 일방적이고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으로 얼룩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적 규범이나 정해진 규칙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아미코는 자신의 생일에 받은 고장 난 무전기에 대고 말한다. "응답하라! 응답하라! 여기는 아미코"라고 외치는 생기발랄한 소녀이지만 주위 사람들은 이상한 행동을 벌이는 아미코일 뿐이다.

 

▲ 영화 ‘여기는 아미코’의 한 장면   © (주)슈아픽쳐스


‘여기는 아미코’는 우리가 한때 살았던, 순수한 세상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우리를 떠올리게 된다. 관객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아미코를 이해하고, 잠시 동안 그녀의 입장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주인공 아미코는 330명이 넘는 지원자들의 오디션에서 선발된 오사와 카나가 맡아 연기하는데, 연기 경험이 거의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그 캐릭터를 이해해 아미코가 바라보는 세계를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구현한다.

 

▲ 영화 ‘여기는 아미코’의 한 장면   © (주)슈아픽쳐스


아미코의 아버지 데츠로 역은 이우라 아라타가 맡았다. 이우라 아라타는 1974년 도쿄에서 출생하고, 1999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로 데뷔한 후, 양영희 감독의 ‘가족의 나라’(2012)로 제22회 일본영화프로페셔널대상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고, 제55회 블루리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우라 아라타는 아버지 데츠로 역을 맡아, 삶의 의욕을 잃고 누워있는 아내를 간병하고 아미코를 혼자 돌보려고 하나, 필연적으로 아미코는 방치되어 자라게 되고, 결국 아미코를 떠나게 되는 슬픈 아버지 역을 맡아 관객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 영화 ‘여기는 아미코’의 한 장면   © (주)슈아픽쳐스


엄마 사유리 역은 1981년 나라현에서 출생하고, 1997년, 국제적 명망을 얻었던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수자쿠’로 영화에 데뷔, 2007년에 개봉한 가와세 감독의 ‘너를 보내는 숲’에서 제6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오노 마치코가 맡아 연기한다.

 

오노 마치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오미보 감독의 ‘너는 착한 아니’(2015),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2017), 시노하라 테츠오 감독의 ‘그림자 밟기’(2019), 이치이 마사히데 감독의 ‘태풍 가족’(2019)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2021),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야쿠자와 가족’(2021) 등 국제적으로 유명한 영화에 출연한 배우다.

 

오노 마치코는 엄마 사유리 역을 맡아, 아미코의 천진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상처가 드러나고 회복할 수 없는 아픔으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가정을 돌보지 않고 남편과 아미코를 방치하는 처절한 역으로 우리를 아프게 하고 슬프게 한다.

 

▲ 영화 ‘여기는 아미코’의 한 장면   © (주)슈아픽쳐스


‘여기는 아미코’는 이마무라 나쓰코의 데뷔 소설 ‘여기는 아미코’를 모리이 유스케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장편 데뷔작이다.

 

모리이 유스케 감독은 1985년 효고현에서 출생하고, 요코하마 방송기술학교(현 일본영화연구소) 영화학과를 졸업한 후 나가사키 슌이치 감독의 ‘서유기’(2008) 제작부의 일원으로 영화계에 입문해, 일본 유수 감독들의 조감독으로 일하다가 ‘여기는 아미코’로 감독 데뷔를 했다.

 

▲ 영화 ‘여기는 아미코’의 한 장면   © (주)슈아픽쳐스


‘여기는 아미코’는 키네마준보 베스트 10(4위) 작품에 선정되었고, ‘제32회 일본영화 프로페셔널 대상’에서 작품상 수상, 일본 영화제작자협회의 현역 프로듀서가 그해 가장 뛰어난 신인 감독을 선정하는 ‘신도 가네토상’ 금상 수상, 영화비평전문지 '영화예술'에서 선정한 일본영화 베스트 10(1위) 작품에 선정, 영화팬들이 중심이 되어 선정하는 ‘제14회 TAMA 영화상’ 신인 감독상(‘실종’(2021)의 가타야마 신조 감독 공동 수상)을 수상했다. 

 

모리이 유스케 감독은 “20대 후반에 처음 원작 소설을 읽었다. 다 읽고 난 직후의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할 수가 없었다. 두들겨 맞은 기분이었다. 소설을 읽고 그런 기분이 든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가슴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버린 느낌이었다. 그 후로는 혼자 있을 때마다 아미코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점차 영화로 각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영화를 제작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 영화 ‘여기는 아미코’의 한 장면   © (주)슈아픽쳐스


모리이 유스케 감독은 아미코역의 오사와 카나와의 작업에 대해 “저는 그녀의 표정이나 대사를 읽는 방식을 지시하지 않았다. 지금도 저는 그 표정에 기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아미코에게 장면의 감정적인 면을 설명한 적이 없고, 단지 움직이는 방법을 말했다”며 “카나의 얼굴에는 미스터리가 있어요. 신비로움이 가득한 누군가의 얼굴을 찍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모리이 유스케 감독은 “이 영화를 작은 알갱이들의 집합체라고 생각했다. 아미코, 다른 등장인물들, 곤충들, 개구리들, 유령들은 각각의 알갱이들이었고, 저는 그 흩어져 있는, 독특한 알갱이들이 모두 들어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것이 제가 이 모든 소리들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이유다. 소리는 모든 영화의 가장 중요한 측면 중 하나”라며 영화에서의 소리와 음악을 설명했다.

 

▲ 영화 ‘여기는 아미코’ 포스터  © (주)슈아픽쳐스


이어 “아미코는 세상을 직접 만지고자 하는 것 같다.. 세상은 생동감이 넘치고 촉감이 살짝 거칠다. 그런 촉감이 제가 이 영화로 그려보고 싶었던 거다. 사회는 항상 모든 것을 정의 내리려고 하지만 세상은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좀처럼 담아내기 힘든 시간과 공기를 가득 담고 있는 유쾌하지만 쓸쓸한 영화, 현실이라는 차가운 수면을 똑바로 헤치고 강인하게 돌진하는 소녀이야기 ‘여기는 아미코’는 2월28일(수) 개봉이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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