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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캠코더 속 사랑이야기 '에프터썬'
사랑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
 
임순혜   기사입력  2023/01/25 [14:08]

 

▲ '애프터썬'의 한장면에서 아빠역의 폴 메스칼과 딸 소피역의 프랭키 코리오 © 그린나래미디어



21일 개봉 예정인 '애프터썬'은 샬롯 웰스 감독의 데뷔작으로, 20여 년 전, 아빠와 보낸 튀르키예 여행이 담긴 캠코더를 보며 그 해 여름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영화다, 2022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었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되었던 작품이다.

 

샬롯 웰스' 감독의 연출로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주연인 영화로, ‘문라이트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배리 젠킨스 감독이 제작한 애프터썬'은 전 세계 영화제 54개 부문 수상, 131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또한 유명 영화 평가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96%를 기록하며 해외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고, 사이트 앤 사운드(Sight & Sound), 더 가디언(The Guardian), 인디와이어(IndieWire), 메타크리틱(Metacritic), 시네유로파(Cineuropa), 더 스키니(The Skinny) 6개의 해외 매체로부터 올해 최고의 영화 1에 뽑힌 영화다.

 

뿐만 아니라, ‘애프터썬219일에 런던의 로열페스티벌홀에서 열릴 예정인 2023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영국 작품상, 영국 데뷔작품상, 남우주연상, 캐스팅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특히 폴 메스칼은 124일에 발표한, 312일에 열리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 '애프터썬'의 한장면에서 딸 소피역의 프랭키 코리오  © 그린나래미디어



'애프터썬'은 샬롯 웰스 감독의 데뷔작으로 본인의 경험이 담긴 자전적인 영화다. 영국 드라마 '노멀 피플'로 유명한 배우 폴 메스칼이 11살 딸을 둔 젊은 아빠 캘럼 역을 맡았고, 800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신예 배우 프랭키 코리오가 말괄량이 소녀 딸 소피를 연기했다.

 

캠코더를 작동시키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 영화는 20여년 전의 튀르키예에서 아빠와 단 둘이 보낸 소피(프랭키 코리오)의 빛바랜 영상들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성인이 된 소피는 생일 날 아빠가 나오는 꿈을 꿔 캠코더를 찾아내 영상을 틀어보는데, 20여년 전 튀르키예에서의 여름이 재생된 필름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힘겨워하고 허우적대고 있는 아빠 캘럼과 어렴풋이나마 아빠의 깊은 우울을 짐작하고 있었던 소피의 여름 휴가를 보여준다.

 

 

▲ '애프터썬'의 한장면에서 아빠역의 폴 메스칼  © 그린나래미디어



아빠 캘럼은 고향인 스코틀랜드를 떠나 런던에 자리를 잡으려 애쓰는 중인데, 종종 딸과 휴가를 보내는 것으로 아빠로서의 소임을 조금이나마 채운다

 

캘럼은 고대 유적, 진흙탕, 공중 목욕탕 등 튀르키예의 명소 곳곳을 찾아다니며 어린 딸과의 여름 휴가를 즐기는데, 아름다운 튀르키예의 풍광과 함께 담백하고 재치 있는 둘의 대화, 아름다운 음악 등 생생한 부녀간의 즐거운 한때와 사랑을 담아 감동을 준다.

 

'애프터썬'은 소피의 시선으로 캘럼을 바라보다 캘럼의 시선으로 소피를 떠올리게 만드는데, 아내와 이혼하고 딸과 떨어져 지내는 캘럼의 사랑과 슬픔을 바라보며 이해하는 소피, 어린 딸 소피와의 잊히지 않고 기억할 만한 추억거리를 만들고 있는 캘럼을 따뜻한 태양, 눈부신 하늘과 구름, 파란 바다 속에서 잘 녹여내고 있다.

 

 

▲ '애프터썬'의 한장면에서 아빠역의 폴 메스칼과 딸 소피역의 프랭키 코리오  © 그린나래미디어



800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된 신인 배우 코리오는 귀엽고 신선하며 맑다. 코리오는 귀여우면서도 아빠를 이해하고 아빠의 슬픔을 어림짐작하는 소녀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다.

 

BBC 드라마 노멀 피플로 유명한 폴 메스칼은 TV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와 연극까지 섭렵하며 매해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는 배우로, 최근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 2>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20년 장기 프로젝트인 <메릴리 위 롤 얼롱>에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다.

 

주인공 캘럼역을 맡은 폴 메스칼은 캘럼 역을 맡아 사랑하는 딸과의 기억할 만한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나, 자신의 우울함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던 복잡한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해내며 딸과 있는 내내 감출 수 없는 고독과 슬픔을 간직한 인물을 연기해 올해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 '애프터썬'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샬롯 웰스 감독출처 : 뉴스프리존(http://www.newsfreezone.co.kr)  © 그린나래미디어



'애프터썬'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샬롯 웰스 감독은 2023년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감독상을 수상, 미국감독조합상(DGA) 신인감독상 후보까지 올랐으며, 영국독립영화상, 고담 어워즈를 포함한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 17관왕을 기록했다.

 

감독은 두 배우에게 부녀의 유대감을 심어주기 위해 2주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내게 하고 수시로 두 사람을 만나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나누어, 정서적 유대감을 쌓은 뒤에야 촬영을 시작했고, 두 배우가 그때 그때에 몰입할 수 있도록 완성된 대본을 주지 않고 조각조각 대본을 제공하고 매일 한 장면씩 촬영해 자연스러움을 담보했다고 한다.

 

웰스 감독은 마지막에 TV 맞은편에 어른 소피를 앉히는 것이 그를 영화의 가장 중요한 관점으로 인정하는 동시에 우리가 영화 속에서 경험했던 모든 순간들을 하나의 숏으로 함께 담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애프터썬'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애프터썬'아름답게 절제된 사랑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Observer)이며, “부녀간의 사랑 너머에 있는 기억의 무한한 힘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이야기”(Cine Sin Fronteras). 화려한 볼거리나 컴퓨터그래픽, 요란한 싸운드 없이 절제된 대사와 표정만으로도 영화가 보편적인 가치와 감정을 전달 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한다.

 

튀르키예의 고대 유적, 진흙탕, 공중 목욕탕, 패러글라이딩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여름휴가의 마지막 날, 혼자 춤을 추고 있는 캘럼은 먹먹한 여운으로 남는다.

 

'애프터썬'21일 개봉한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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