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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남발 종편방송이 신문사의 무덤될라
[김영호 칼럼] 불순한 의도로 출발한 방송정책, 방송환경 망칠일만 남아
 
김영호   기사입력  2010/09/22 [15:23]

“일자리가 무궁무궁하게 생긴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태어난다.” “여론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등등 한나라당 고위당직자들이 작년 7월 22일 언론악법을 날치기 처리할 시점을 전후해 쏟아내던 말들이다.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이제야 사업전망이 장밋빛이 아닌 잿빛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다. 친정권 신문들의 방송사업 성공을 위해 온갖 정책특혜를 퍼부어 강제육성하려고 설치는데서 그것을 알 수 있다. 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TV 시청시간이 줄 수 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는 기존 방송사의 시청자와 광고를 몽땅 뺏어가도 사업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도 신문사들이 사업성공을 기대한다면 사업판단능력이 부족한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위법상태에서 방송사업자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작년 7월 22일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재투표, 대리투표를 통해 방송법-신문법 개정안을 날치기로 처리했다. 헌법재판소가 절차상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국회가 재논의하도록 결정했다. 재입법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언론악법을 강제로 시행하고 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이 헌재의 결정에 따라 국회가 다시 논의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며 부작위에 의한 권한쟁의심판을 헌재에 청구한 상태다. 그런데 방통위가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언론악법이 유효하다는 터무니없는 거짓 주장을 펴면서 사업자 선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것은 엄연한 위법행위다.

방통위가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청회를 가졌는데 이 또한 가관이다. 어떤 정부정책도 부정적-긍정적 효과를 동시에 수반하고 모든 국민이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그 이유로 정책방향 대해 국민의 뜻을 널리 듣는 공청회를 갖는다. 그런데 방통위는 방송진출을 희망하는 신문사들을 불려다 놓고 어떤 정책특혜를 필요한지 듣는 공청회를 가졌다. 도대체 예비사업자의 요구사항을 취합해서 정책에 반영하는 공청회라는 발상 자체가 국민의 이익과 배치된다. 친정권 신문에 방송을 줘서 여론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 이외에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방송사업을 희망하는 신문사들이 친정권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이 누구를 허가할지 말지 곤경에 빠졌다. 모두 허가해 주면 시장도 없는데 다 죽이려고 하느냐고 반발할 테고 다 안내주면 안 내준다고 덤빌 테니 말이다. 일반적으로 국책사업을 허가하려면 사업신청내용을 비교, 분석해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청자를 선정한다. 그런데 방통위는 사업자수를 정하지 않고 절대평가라는 특혜방식을 도입했다. 일정한 기준에 충족하는 사업신청자를 모두 허가하겠다는 것이다. 탈락한 친정권 신문들이 등을 돌리는 순간 권력구수가 가속화될 테니 내놓은 꼼수이다. 끝까지 당근을 흔들며 충성경쟁을 부추기려는 속셈인 것이다.

방송사업은 장치산업이고 자본회임기간도 길다. 신문사들이 방송사업을 영위하기에는 자본력이 취약하다. 그 까닭에 자본조달을 돕기 위해 재벌이 방송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이것은 신문사가 주도하는 방송사업에 재벌이 밑천을 대도록 뒷받침한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신문사가 대주주인 방송사업에 참여해봤자 발언권도 별로 없고 상당기간 수익이 나지 않을 테니 배당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돈만 내고 주주명부에 올라가는 이외에 얻는 이득이 없는 셈이다.

신문사마다 이 재벌, 저 재벌을 쫓아다니면서 자본참여를 요청하는데 특정신문사와 손을 잡으면 다른 신문사와 불편한 관계가 형성된다. 그 까닭에 많은 기업들이 자본참여를 기피한다. 설혹 강권에 의해 참여하더라도 명목상 참여만 희망한다. 실정이 이러하니 허가기준 자본금을 대폭 줄였다. 최소기준을 종합편성채널 3,000억원, 보도전문채널 400억원으로 확정한 것이다. 또 기업들이 복수의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분 5% 이하에 대해서는 중복투자를 허용한 것이다.

종합편성채널 신청예상사업자만도 5개 신문사가 있다. 모두 허가하면 과잉공급으로 공멸할 우려가 크다. 탈락자가 발생하면 반발하여 반정권적 보도행태로 돌아설 것이 분명하다. 탈락자 무마책으로 보도전문채널을 주려는 술책을 내놓았다.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을 동시에 선정하되 중복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종합편성채널에서 떨어지면 보도전문채널을 주겠다는 소리다. 여기서도 탈락자가 생기면 쇼핑채널을 줘서 달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상파방송 채널 사이 사이에 종편을 끼워넣어 시청자의 눈을 뺏겠다는 술수도 부릴 모양이다.  

경인지역의 OBS는 역외재송신이 금지되어 있다. 서울지역으로 전파를 쏠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지역방송도 마찬가지다. 방송권역이 묶여 있어 허가지역을 넘어서 방송을 할 수 없다. 그런데 온갖 정책특혜를 베풀어 만들어낼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은 모든 케이블방송과 위성TV가 의무적으로 재송신하도록 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전국방송으로 허가한다는 뜻이다. 지역방송에 대한 역차별이다.

그래도 사업전망이 불투명한지 광고까지 몰아줘서 사업성을 보장하려고 한다. TV수신료 인상이 그것이다. KBS의 광고를 없애고 그 대신 수신료를 올려줘야 한다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발언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국민의 부담으로 TV수신료를 올리고 KBS 광고를 빼내서 조-중-동 방송의 장사밑천으로 삼겠다는 소리다. 성사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여기에다 광고, 심의, 편성에 관한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지상파 방송에는 허용하지 않는 중간광고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광고금지 품목까지 풀겠다고 한다. 또 방송발전기금 징수율을 낮춘다고 한다. 이 모두 지상파 방송을 차별하는 정책특혜이다.

광고판매 경쟁체제 도입도 서둘고 있다. 이 경우 방송사마다 독자적 판매체제를 갖추고 시장쟁탈전에 나서면 협소한 광고시장이 극도로 혼탁해질 우려가 크다. 한국신문의 광고판매방식은 공갈범 수준이다. 공격성 기사를 쓰거나 쓴다고 위협해서 광고를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린다. 한손에는 신문, 다른 한손에는 방송마저 쥐게 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히 공포감을 느낄 것같다.

자본금 3,000억원은 시설비, 제작비, 운영비를 대다보면 1년이면 다 날라 간다. 순식간에 자본잠식이 뻔하다.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정보의 유통경로가 더욱 다기화되면서 광고시장이 더욱 분산된다. 스마트 TV가 실용화되면 시청자가 방송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기다린다. 기존의 지상파 방송도 위기감을 느끼는데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을 양산하니 공멸상황을 연출하는 꼴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서 세계시장을 석권할 듯이 떠들었지만 당장 시간을 채울 프로그램이 없자 해외의 쓰레기 콘텐츠에 눈독을 드리는 모양이다. 현재 방송금지 대상인 일본 오락 프로그램을 푸는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가 세계어(Globish)로 자리잡은 현실에서 한국어로 만든 프로그램이 세계시장에 진출해 성공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그런데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란 허황한 정치구호를 내세워 친정권 방송을 만들려다 방송환경만 더욱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수구신문들이 신문시장을 지배하는 현실에서 방송까지 장악할 의도로 신문-방송겸업을 허용하는 법개정을 날치기로 처리했다. 하지만 막상 신규 방송사업의 성공확률이 희박하자 지상파 방송을 역차별하면서 온갖 정책특혜를 남발한다. 사업자를 선정하고 방송을 개시하려면 최소한 1년 이상 소요된다. 그 때쯤이면 정권말기라 조-중-동 방송이 뜨더라도 정권을 크게 도와줄 역할이 별로 없다. 무엇보다도 YTN에 이어 KBS, MBC가 너무나 쉽게 정권에 의해 포획된 상태라 조-중-동 방송이 정권호위를 위해 나설 일이 별로 없다. 국가의 방송정책을 놓고 친정권 논공행상 잔치를 벌이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출발한 방송정책이 방송환경을 망칠 일만 남았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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