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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년 전통' 단성사에 불이 꺼진 이유는?
상가 임대계약 둘러싼 갈등으로 단성사는 사실상 '개점 휴업'
 
박종관   기사입력  2010/05/01 [13:50]
국내 最古(최고) 영화관인 서울 종로의 단성사 극장. 최근 이 곳을 방문했을 때 건물 외벽에 내걸린, 최신 개봉영화를 알리는 화려한 현수막과는 달리 극장 내부는 을씨년스러웠다.

수십개의 귀금속 전문 매장이 자리한 1층에 들어서자 빨간색 스프레이로 휘갈겨 쓴 ‘강제 철거’ 경고 문구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 ‘강제 철거’에 단전까지…단성사에는 무슨 일이

색색의 보석과 귀금속이 새 주인을 기다려야 할 진열장은 텅텅 비어있었고, 부서진 책상과 문짝은 아무렇게나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작동을 멈춘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따라 올라간 3층은 스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극장 관객을 위해 분주히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팔던 매장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로, 심지어 지난달 22일 새벽부터는 아예 전기도 끊겼다.

지난 1907년 한국 최초의 영화관으로 문을 연 근대 영화의 산증인, 단성사 극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단성사 극장은 재건축을 거쳐 지난 2005년 상영관 10개를 갖춘 지하 4층, 지상 9층의 최신식 복합상영관으로 탈바꿈했다. 단관 극장으로는 대기업 계열의 복합상영관과 더 이상 경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물 소유주인 (주)단성사의 경영난은 계속됐고 2008년 9월 최종부도를 거쳐 단성사 극장은 그해 11월부터 (주)아산M단성사가 소유하고 있다.

 
주인이 바뀐 뒤에도 단성사 건물은 이달 현재 상영관이 위치한 3개 층만 정상운영되는 등 여전히 파행을 빚고 있다.

◈ 상가 임대 둘러싸고 소송만 수십건…정상화 시일 걸릴 듯

극장과 건물의 소유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옛 단성사 시절 세입자들이 당시 건물주와 맺은 상가임대차계약이 갈등의 씨앗이 됐다.

세입자와 (주)아산M단성사는 지난 2008년부터 상가 임대를 둘러싸고 점포명도 청구와 채무 부존재확인, 영업방해금지 가처분신청 등 서로 수십건의 소를 제기한 채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재건축 당시 선임대 분양을 받아 10년 동안 점포를 운영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주장과 “경영권 인수로 기존 계약은 전부 무효화됐다”는 반대 주장이 팽팽히 맞선 탓이다.

세입자 고성희(49) 씨는 “극장만 보고 들어와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인데 마음대로 매표소 위치를 바꿔서 매출 자체가 80% 수준으로 줄었다”며 “영업 손실도 큰 상황에서 소송을 4개째 진행하면서 지루한 법정 싸움에 이제는 몸도 마음도 지쳤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주)아산M단성사 측은 “어느 일방의 주장이 다 옳지는 않다”면서 “더 이상 자세한 언급을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주)아산M단성사 측은 지난 2008년 옛 단성사를 인수하면서 단성사를 국내 최고의 영화관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키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층은 전기마저 끊긴 채 ‘개점휴업’ 상태인 단성사가 정상화하는 데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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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01 [13: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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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훈짱 2010/06/07 [18:03] 수정 | 삭제
  • 정정보도 떳습니다. 확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