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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테레사의 '믿음을 향한 투쟁'
"내겐 믿음이 없다. 사랑도 열정도 없다."
 
정연복   기사입력  2009/06/15 [19:26]
 
+ 마더 테레사의 '믿음을 향한 투쟁' - "내겐 믿음이 없다. 사랑도 열정도 없다."
 
 
내가 마더 테레사의 삶에서 가장 감동받는 부분은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반생의 헌신이 아니다. 나는 그녀가 죽을 때까지 싸운 '믿음을 향한 투쟁'에 감동한다. 그녀는 사적인 자리에서 여러 번, 그리고 때로는 공적인 자리에서도,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를 늘어놓았다.
 
예컨대 그녀는 이렇게 썼다.
 
"내 믿음은 어디 있는가?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도 텅 빔과 어둠밖엔 없다. 하느님이 존재한다면, 날 용서하시기 바란다. 천국을 생각하려 애써 봐도, 공허함이 엄습하면서 그 생각이 날카로운 칼처럼 되돌아와 내 영혼을 벤다. 이 남모를 고통이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내겐 믿음이 없다. 사랑도 열정도 없다. 내가 뭘 위해 일하고 있는가? 하느님이 없다면, 영혼도 있을 수 없다. 영혼이 없다면, 예수여, 당신은 가짜다."
 
그녀는 거기서 더 나간다.
"예수님은 나를 특별히 사랑하실까? 그러나 나로선, 침묵과 공허함이 너무 커서,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는다."
이 거룩한 여성은, 때때로, 나약한 여성이었다.
(고종석·한국일보 객원논설위원)

* 연세대학교 영문과와 감리교 신학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으로 있다. 민중신학적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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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6/15 [19: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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