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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 조선일보 광고는 배신이야!
창비 독자들 황석영씨 '삼국지' 조선 전면광고에 강력항의
 
취재부   기사입력  2003/09/10 [15:27]

국내 유수의 출판사인 창작과 비평사(www.changbi.com 이하 창비)가 지난 9월 6일 조선일보에 '삼국지' 전면광고를 내자 일부 독자들이 강력항의를 제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9월 6일자 창작과 비평사의 조선일보 전면광고     ©조선일보 PDF

지난 9월 8일 창비 '독자마당'에는 'ramses'란 ID의 독자가 '지난 토요일(9월6일) 황석영 삼국지 조선일보 전면 광고에 항의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왜 창비는 안티조선에 동참하지 않는지요??? 그게 백낙청, 고은, 황석영 이런 분들의 뜻입니까?"라고 물으며, "안티조선운동이 지식인 사회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는 데 황석영 선생의 동인문학상 수상 거부가 한 획을 긋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런 창비가 '조선일보에 전면 광고'를 낸 것은 일종의 '배신'이라며 격하게 성토했다.

또한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방영됐던 조선일보의 친일, 친독재 행적, 최근에 보여주는 수구냉전적 패악 행위, 노무현 정권에 대한 단말마적 몸부림들에 대해 일일히 열거"하면서 "창비 정도 되는 출판사를 운영하거나 거기 근무하는 분들이 조선일보가 이 나라, 이 민족에 얼마나 해가 되는 존재인지를 모르시지는 않겠지요"라며 묻고 있다. 나아가 평범한 시민이 자전거 경품에 항의하다가 폭행을 당하고 고소를 당하기도하는 현실에서 "저(ramses) 같은 사람들이 제일 많이 사 보는 출판사가 창비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식으로 배신하면 안 되지요"라면서 항의의 뜻으로 (창비에서 출판된) 책을 찢어서 소포로 돌려 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앞으로 또 그런 식의 노골적인 광고를 조선일보에 싣는다면 항의도 좀더 노골적으로 하겠습니다"면서도 "부탁드리건대 창비도 안티조선운동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학과지성사나 문학동네 같은 출판사에는 이런 부탁을 드리지도 않습니다. 창비도 그런 출판사와 차이가 없는 책 장사꾼으로 전락할 생각입니까?"라며 안티조선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창작과 비평 홈페이지 독자게시판에 올라온 "지난 토요일(9월6일) 황석영 삼국지 조선일보 전면 광고에 항의합니다."라는 제목의 글     ©창작과비평홈페이지
이같은 독자의 항의가 있자 창비 회원들은 댓글을 달며 동감과 분노를 표시했다. ID '꼬도'를 쓰는 독자는 '오늘의 분노를 기억 하겠습니다'라는 글에서 "조선일보에 광고라도 싣지 안으면 안될정도로 절박했나요.......님들도 그길로 가려하십니까? 오늘의 분노를 기억 하겠습니다"며 강력항의를 표시하였다. 특히 ID '무릉도원'이라는 독자는 "이런 한심한 일이.....안티조선 운동에 투쟁은 못하더라도 광고라니 그래! 광고비 좀 깍아좁디까? 안티창비 운동이라도 해야 될까요?"라며 '안티창비운동'을 언급하기까지 했다.

댓글을 단 독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가지다. 하나는 '창비마저', 다른 하나는 '하필이면 조선일보'라는 반응이다.

조선일보 9월 6일자 토요일 전면광고는 황석영 씨가 지난 6월 25일 '창작과 비평사'에서 펴낸 '삼국지(전 10권)'이다. 토요일은 각 신문사마다 북섹션을 운영하기 때문에 출판사로서는 광고효과가 큰 편이라 종종 전면광고가 실리곤 하지만, 그동안 조선일보와 일정한 거리를 두었던 창작과 비평사라는 점과 특히 지난 2000년 7월 20일 한겨레신문 <동인문학상 심사대상을 거부한다>는 칼럼을 기고하며 '조선일보와 인터뷰 사절' 선언을 한 황석영씨의 작품을 광고했다는 것에 대해 독자들이 흥분한 것이다.

사실 황석영 씨는 조선일보가 <동인문학상>을 통한 '문단권력화'와 '문인줄세우기'를 한데 대해 강력히 비판하면서 지난 2000년 5월 18일 서울대 강연에서 조선일보 측의 인터뷰와 기고요구 등을 '절대' 안하겠다는 것을 밝혔다. 이후 황씨는 7월 20일자 한겨레에 공식적으로 <동인문학상 심사대상을 거부한다>를 발표했다.

당시 황석영 씨의 안티조선 움직임은 사회 전반에 걸쳐 안티조선이 일어나는 것과 호응을 이루며 안티조선운동을 확산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일례로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네티즌모임인 '우리모두'(www.urimodu.com)가 중심이 되어 지난 98년 11월 대통령정책자문위원이였던 고려대학교 최장집 교수에게 <조선일보> 이한우 기자의 사상검증 시비에 강력 항의의 뜻으로 '조선일보여 !나를 고소하라'며 1748명의 실명자들이 서명을 한 광고를 7월 7일 한겨레신문에 게재했고, 이어 8월 7일에는 안티조선운동의 획기를 그은 '<조선일보>에 대한 기고와 인터뷰 거부선언' 1차 154명의 지식인선언을 이끌어냈다.

이 운동의 여파로 문학계에도 조선일보와 관련된 '문학권력'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네티즌들은 친조선적인 입장을 보인 문학과지성사(www.moonji.com 문지)에 비판과 성토를 가하자 문지 측은 게시판을 폐쇄했다. 이에 네티즌은 창작과비평사 측의 입장표명을 요구했고, 이에 당시 편집인을 맡고있던 평론가 백낙청씨는 2000년 6월 5일 창비 게시판에 “창비 핵심 편집진들은 조선일보에 기고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밝히고 “앞으로 사이버공간을 통한 어떠한 토론의 장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백씨의 이러한 입장표명은 네티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러한 흐름을 봤을 때 2000년 초부터 현재까지 창작과 비평사는 '안티조선'을 명확히 또는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최소한 창비 핵심 편집진과 황석영 씨는 조선일보에 인터뷰나 기고 등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표명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광고에 독자들이 강력한 항의를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리라 믿었던 창작과 비평사가 조선일보에 광고를 게재한 한 것에 실망과 분노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번 항의사태에는 조선일보에 '기고나 인터뷰' 한 대상에 대한 비판이 아닌 '광고'에 대한 비판이라는 측면에서 안티조선의 전선이 더욱 넓어지고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창비 게시판에 항의의 글을 남겼던 remses씨는 글 말미에 "(창비 책)광고를 조선일보에 싣는다면 항의도 좀더 노골적으로 하겠습니다"라고 밝혀 이후 광고가 올라갈 경우 적극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종래 안티조선운동은 대체적으로 1단계로 조선일보의 논조나 기사에 대한 분석과 오류를 지적(신문 모니터링), 2단계로 조선일보의 해악성을 널리 전파, 동참(온라인을 통한)유도, 3단계로 조선일보 절독운동 순이었고, 이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절독'이라는데 의견을 모아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문사의 주 수입원인 광고를 겨냥해 조선일보 광고게재상품 회사에 대한 불매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거듭나기촉구 네티즌연대"(www.no-chosun.pe.kr)사이트는 조선일보에 전면광고를 그동안 지속적으로 게재하여 결과적으로 조선일보를 도운 특정 광고주들에게 일정기간 전면광고의 게재 중지요청을 했었으며 이 요청에 비협조적일 경우 부득이 해당 사업체의 상품불매운동에 들어 갈 것임을 통지했었다. 이 운동은 아직은 활발하지 않지만, 활성화될 경우 광고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조선일보 등은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번 창작과 비평사의 조선일보 전면광고 건으로 촉발된 창비 독자들의 항의사태가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폭발적으로 확산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안티조선 영역이 언론분야 뿐만 아니라 문학계와 광고시장까지 그 영역이 더욱 더 확장되고 일반화 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최초 항의의 글을 올렸던 ramses 독자는 9월 9일 독자마당에 '등기로 책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리며, 다시 한번 창비측의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아직까지 창비 측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참고로 지난 6월말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된 황석영 씨의 '삼국지'는 출간 사흘만에 20여만부, 지금까지 40여 만부가 팔리는 등 출판가를 뜨겁게 달구며, 그동안 독주해온 이문열씨의 '삼국지'를 급속도로 대체하고 있다고 한다. /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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