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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여직원은 왜 그리 불친절했을까?
본사-종로지국 갈등, 지국 사실상 폐쇄..지국전화번호도 빼앗아
 
이석주   기사입력  2007/02/20 [16:33]
조선일보 본사의 지국 관리 시스템을 공개비판했다는 이유로 지난 7일 본사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조의식 종로지국장.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한 조선일보 본사 판매국은 종로지국 업무를 인근 서대문지국에서 처리중이고, 이 때문에 조의식 지국장은 종로 지국장으로서의 신분도 박탈당한 상황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계약해지도 모자라 종로지국 전화 마저 본사 판매국으로 착신 변경 조치를 취해, 종로지국 자체를 원천봉쇄하려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같은 의혹은 조선일보 본사 직원과 종로지국 관계자들 간의 '충돌'로 인해 15일 자 신문 3200부가 배달되지 못했던 다음날 16일, 기자가 사실관계 확인과 조 지국장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종로지국'에 전화를 하면서 불거졌다.   
 
조선일보, 종로지국 전화 본사로 돌려놓아
 
▲조선일보     ©이슈아이 이석주
기자는 14일 밤 본지에 전화를 걸어와 종로지국에 대한 조선일보 본사의 부당한 압력을 취재해달라며 지국 관계자가 남긴 전화번호(732-23**)로 전화를 걸었다
 
당시 짧막한 전화통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일단 기자는 조 지국장의 입장을 들어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는 판단하에 종로지국 조의식 지국장과의 통화를 시도했다.  
 
"어제(15일) 새벽 본사 직원들과의 충돌 등 최근 사태와 관련해서  조의식 지국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은데요. 연결 부탁드립니다"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의 입장을 들으려는 의도였고 또 기왕에 취재요청까지 들어온 터라, 취재에 큰 무리가 없으리라는 게 기자의 기대였다. 무난한 취재 협조와 전화통화를 기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화기에서 들려온 여직원의 목소리는 기자의 예상과 크게 어긋나 있었다. 퉁명스럽고 불친절스런 답변만이 돌아왔던 것. 
 
여직원: "조의식 지국장의 소재는 알 수 없습니다"
 
기자: "휴대전화번호 좀 알 수 없을까요?"
 
여직원: "핸드폰 번호 몰라요. 그리고 지금 바쁘니 끊어야겠네요"
 
기자: (당황하며) "잠시만요, 조선일보 종로지국이 맞기는 하나요?"

 
여직원: "예, 조선일보 종로지국 맞는데요, 조의식 지국장에 대해서는 전혀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 나중에 전화주세요"
 
이후 기사가 나가고 나흘이 지난 뒤인 20일, 본지 편집국에 종로지국 관계자의 전화가 전해졌다.
 
"우리 지국과 관련된 이슈아이 기사를 봤는데요, 정말 저희 지국 직원이 그렇게 답변하던가요? 그럴리가 없을 텐데요...아마 (조선일보 본사가) 우리 전화를 돌려놓은 것 같습니다"
 
사실확인 차 조의식 지국장과 급히 연락을 취했다. 그 결과 조선일보 본사 판매국이 종로지국 전화를 본사로 연결시켜 놓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즉 기자와 짧막하게 통화한 직원은 종로지국 관계자가 아닌 본사 판매국 직원이었던 것. 결국 조선일보 본사가 계약해지통보도 모자라 지국 자체를 원천봉쇄하려  했다는 것이다. 
 
20일 본지와 통화한 조의식 지국장은 "현재 종로지국의 전화 명의가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 이름으로 돼있다"며 "본사가 (지국업무를 방해하기 위해) 전화를 자신들 측으로 돌려놓았다"고 토로했다.
 
조의식 지국장은 아울러 "직원들과 함께 향후 투쟁에 대한 방법과 절차 등을 논의 중에 있다"며 "조만간 지국 앞에서 1인 피켓시위 등과 같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사태의 발단은 본사의 지국관리 시스템
 
이렇듯 조선일보 본사와 종로지국 간의 날선 대립은 불합리한 지국 관리 시스템을 비난한 조의식 지국장의 '외로운 싸움'이 발단이 됐다. 가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될 수 있다. 
 
앞서 조 지국장은 지난 7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를 통해 본사 판매국의 불합리한 지국 관리 관행을 꼬집었고, 조선일보는 인터뷰 기사가 보도된 직후 종로지국에 계약해지 통보를 단행했다.
 
당시 조선일보 본사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 내용을 문제삼았고, 이밖에도 이메일을 통해 본사 지국 시스템을 비판했던 점, 본사 직원이 방문했을때 신문 잔지가 남아있었던 점을 계약해지 이유로 들었다.
 
이에 조 지국장은 지난 12일 '해약의사가 없음을 확인하는 내용증명'을 조선일보 신문판매담당 이 모 지배인에게 보냈고, 13일에는 해약통지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무효소송을 법원에 제출했다.
 
▲조 지국장이 지난12일 본사 판매국으로 보낸 내용증명     © 이슈아이 이석주

조 지국장은 내용증명을 통해 "(본사와 맺은) 약정서 2조3항에는 보충지제도(신문수송 도중 유실될 것에 대비해 추가로 보내는 신문)만 3%이상"이라며 "해약사유의 근거로 잔지 80부(2.5%)를 내세운 것은 해약통보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작위적인가를 웅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조 지국장은 본사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를 문제삼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억울하고 답답한 일에 대하여 언론에 호소하고 공감대를 이루고자 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해야할 일 아니냐"며 반박했다. 사측의 지국조직 및 운영이 투명할 때, 신문사도 조직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 지국장은 이를 위해 "소속된 회사의 정책을 비판하고 조선일보 커뮤니티구성원의 동조를 구한 것"이 부당한 허위사실 유포가 아닌 정당한 행위임을 강조했다..
 
"결자해지 심정으로 '거악' 반드시 바꿀 것"
 
현재 조선일보가 계약을 해지함에 따라, 종로지국의 배달 업무는 사실상 '마비'상태에 있다. 하지만 조 지국장과 종로지국 직원들은 본사의 부당한 해지 통보를 규탄하며 본격적인 투쟁에 임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조선일보 본사 판매국은 종로지국의 업무를 인근 서대문 지국으로 옮겨 처리 중이고, 조 지국장에 대한 신분도 이미 박탈해놓은 상황이다.
 
조 지국장은 20일 '신문판매연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생계를 볼모로 인간의 자존심마저 뭉개버리는 판매시스템의 횡포는 반드시 바꿀 수 있는 거악(巨惡)"이라며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이제 그 속죄만행의 첫발을 내딛는다"고 투쟁의 의지를 밝혔다.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조선일보의 계약해지 통보로 종로지국은 사실상 '폐쇄"된 것과 마찬가지이지만,  골리앗에 맞선 다윗의 싸움은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조 지국장은 '기적'에 대한 희망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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