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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의 '개새끼들'은 누구인가?
조선일보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스토킹, 위험수위 넘어
 
윤익한   기사입력  2003/07/25 [10:33]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홈페이지
노대통령 "'개새끼들'이라 해요"(조선일보)
노 "요새 좀 괴롭고 힘들어"(중앙일보)
노대통령 “괴롭다, 언론땜에”(한겨레)

노 대통령이 7월 23일 민원·제도개선 담당 공무원 213명을 청와대로 초청, 간담회 및 오찬을 함께 한 자리를 소개한 주요일간지 기사의 제목이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기사에서 노대통령의 발언을 따옴표로 인용해 제목으로 달았다.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대통령이 언론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를 한 데 초점을 둔 반면, 조선일보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의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다.

[참고기사] 신정록, 盧대통령 "'개새끼들'이라 해요", 조선닷컴

 “그래 가지고 민원인들 속터지죠. 오르락내리락, 오르락내리락. 한참 하다가 남는 건 뭡니까? 개××들, 그렇죠? 공무원들 저거 절반은 잘라야 돼. 이거 해소하자는 말입니다”(노대통령 발언 중 욕설이 나온 부분)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욕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욕설발언은 노 대통령이 민원창구 공무원이 민원인의 요청에 대해 책임을 떠넘기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행정서비스를 개혁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유독 노대통령이 욕설을 한 것만 강조해 제목으로 뽑았다. 이는 노대통령에 대한 조선일보의 일상화된 적대감이 표출된 전형적인 사례일 뿐 아니라 언론권력화된 조선일보의 일방적 언어폭력과 다름없다.
 
다른 신문들을 보더라도 이날 노대통령 발언의 핵심이 무엇인지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이 연설 가운데 "요새 좀 괴롭고 힘이 든다... 원체 큰 주제가 많고 다 내게 그렇게 즐겁지 않은 방향으로 보도되고 있기 때문에 좀 괴롭다"고 말했다고 보도했고, 한겨레도 "신문에 크게 실릴 일만 하고 5년간 대통령을 마칠 수도 있지만, 공직사회가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향상시켜 신뢰를 받는 혁신을 해내지 못하면 지금이나 5년 뒤에나 남는 것을 없을 것이다. 표가 좀 안나오더라도 이런 일을 한 번 해보겠다”는 대목을 인용했다.

[참고기사]
신동연, 盧 "요새 좀 괴롭고 힘들어", 중앙일보
신승근, 노대통령 “괴롭다, 언론땜에”, 한겨레
 
노 대통령이 이날 모임에서 언론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도 조선일보의 악의적 제목달기를 수월하게 한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은 “우리는 보도를 보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대개 알고 있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가만 보니까 저 보도에서 나오는 일들이 진짜 세상 돌아가는 일의 본질인가, 그리고 실제로 가장 중요한 일들인가, 중요한 일들도 많지만 많이 부풀려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금 신문에 큰 제목으로 큼직큼직하게 뽑히는 그 얘기들은 다 지나가고 나면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떤 변화의 상징으로만 흘러갈 뿐이고 그 변화의 결실은 구체적인 정치 속에서, 정치의 변화 속에서, 구체적인 행정의 변화 속에서, 향상된 서비스 효율 신뢰 속에서 거두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언론사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노 대통령이 그동안 조중동 등 권력화된 거대신문들에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냈던 것에 비춰, 발언은 조중동을 향해 있었다. 따라서 조선일보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고 싶어졌던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저는 요새 좀 괴롭고 힙들다. 원체 큰 주제들이 많고 그것이 다 제게 그렇게 즐겁지 않은 방향으로 보도되고 있기 때문에 좀 괴롭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의 보도 때문에 국민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고, 대통령 자신도 그런 보도 때문에 해명하러 다니느라 힘이 든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대통령 말속에는 "언론이 제 역할은 잊은 채, 대통령만 겨누고 있다"는 그간의 불만이 녹아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심재석, 사실을 왜곡하는 조선닷컴의 끝없는 엽기적 제목달기, 대자보(2003. 7. 24)

노 대통령의 언행을 두고 조중동이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이번 욕설 발언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면 맞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번 보도는 대통령의 발언 전체를 왜곡함은 물론이고,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살 수 있는 보도라는 점에서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조선일보가 이미 언론권력화해 대선때마다 새로운 정권을 만들어내고 '밤의대통령'으로 군림했던 과거의 기억을 지워버리지 않는 한, 조선일보는 '민족정론지'가 아닌 '선정적인 찌라시'라는 국민적 저항만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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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25 [10:3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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