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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이구동성’으로 '盧비어천가' 합창
[언론비평] 보수신문 "용기있는 노대통령 FTA 리더쉽, 팍팍 밀어줄께"
 
이석주   기사입력  2007/04/03 [13:21]
한미FTA 협상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던 지난 3월 29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미국측 일정에 맞춰 한미FTA를 강행하려는 정부와 이에 동조하는 보수언론, 원내 제1정당인 한나라당을 향해 '한미FTA 삼각편대'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당시 심의원은 "한미FTA협상 타결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은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과 조선일보, 한나라당 간에 '한미FTA 3각동맹'이 형성되고 있다"며 "분명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심의원의 '삼각편대'가 설득력있게 다가왔던 이유는 참여정부 4년 내내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한미FTA에 한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이후 지난 2일 미국측이 정해놓은 마감시한을 두차례나 연기한 끝에 1년간의 대장정을 펼처온 한미FTA가 대단원의 방점을 찍었다. 밀고 당기는 협상과정을 겪은 양측 협상단은 'A+', '수' 등의 점수를 매겨가며 최고의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한미FTA 타결 후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노무현 대통령.     © 청와대

나아가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저녁 공중파 방송과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 된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철저히 경제적 관점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지난날 개방 때마다 많은 반대와 우려가 있었지만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며 향후 일정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췄다.
 
"한미FTA 타결의 제1주역은 노무현 대통령"
 
이런 한미FTA 협상 타결에 대한 '자평'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협상단의 입에서만 나온것은 아니었다. 협상 타결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다음날인 3일 <조선>, <중앙>, <동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협상 타결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14조달러 시장 통합 'KORUS FTA' 개막"…"대한민국, 기회와 도전의 바다로 나서다" (조선일보 4월3일 자 머릿기사 및 사설)
 
"제3의 개국… '대한민국 G7' 시대 연다", "한미FTA 갈등을 넘어 미래로 나가자" (중앙일보 4월3일 자 머릿기사 및 사설)
 
"車특소세 5%로, 중대형차 값 내릴 듯…한미 FTA협상 타결", "盧 대통령의 'FTA 리더십' 높이 평가한다" (동아일보 4월3일 자 머릿기사 및 사설)
 
그간 사사건건 노무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지만 이번 만큼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조선>은 이날 사설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경제동맹' 시대가 열린다…경제동맹은 안보동맹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갖게 되고 안보동맹은 경제동맹을 뒷받침하는 기반을 제공한다"며 찬사를 이어갔다. 
 
심지어 <조선>은 협상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우리측 협상단의 노고를 치하하며 "노무현 대통령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 수석대표 이하 정부 협상단은 고비고비를 넘기며 여기까지 길을 헤쳐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앙>과 <동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부의 한미FTA 추진에 가장 강력한 찬성입장을 밝혀온 <중앙>은 이날 1면 머릿기사를 통해 한미FTA 협상 타결을 '대한민국 G7'이라고 까지 표현하며 결과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중앙>은 "이제 거대한 개방의 길로 들어섰다. 이는 외압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도전한 개국이다"고 평가한 뒤, 사설을 통해서는 "FTA 반대세력은 그동안 근거없는 불안의식과 논리로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밝혀 진보진영의 반대여론에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가라고 '충고'까지 했다.
 
▲중앙일보 4월 3일 자.     © 이석주

특히 <동아>는 사설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FTA 리더십'을 극찬하는데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했다. 신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의 제1주역은 노무현 대통령이다"며 "그는 이 같은 신념으로 국익을 위한 결단의 리더십을 보여 왔다"고 '찬사'를 보냈다.
 
<동아>는 나아가 "일본 정치지도자들은 용기를 내지 못했다. 노 대통령의 FTA 리더십은 이웃 일본과도 대비된다"며 "우리는 노 대통령이 계속 펼칠 'FTA 리더십'을 응원할 것"이라고 밝혀 한미FTA에 관해서는 참여정부와 뜻을 같이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익 우선되지 않은 협상, 우리측 잃는 것 너무 많아"
 
반면 진보성향의 <한겨레>, <경향>은 보수신문과는 대조적 입장을 보였다. 협상 결과와 향후 한국 경제에 닥칠 손실에 대해 이해득실을 따지는 한편, 미국측 협상 시한에 쫓겨 '졸속'으로 마무리 지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한겨레>는 3일 자 사설 '한-미 FTA 타결안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를 통해 "걱정했던 대로 얻은 것은 별로 없고 미국 요구가 대부분 관철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며 "국익을 우선하겠다는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타결안에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신문은 농업과 제약 등 우리측 손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에 우려를 표하며 "자동차 등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대가로 농업·문화·금융·제약 등 경쟁력이 취약한 많은 분야가 손실을 감수하는 구도다. 농업은 포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든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신문은 한미FTA타결로 인한 사회 양극화 심화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신문은 "양쪽 합의안은 대기업 위주의 수출 산업은 좋아지는 반면, 제약 등 중소기업의 영역과 농업 등 저소득 계층이 속한 분야는 입지가 더 좁아지게 돼 있다. 잘못하면 사회 양극화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경향>도 3면 머릿기사 "교역증대 뒤에 드리운 '더 깊은 그늘'"을 통해 "정부는 초강대국 미국과의 시장개방으로 제2의 경제대국 도약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입장이지만 제대로 된 준비 없는 개방에 대한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 신문도 역시 농업 분야에 대한 피해를 우려하며 "무엇보다 농촌의 붕괴로 농업인구의 급격한 서비스업 이동이 예상된다. 이는 서비스업 고용시장 불안으로 이어져 질 낮은 비정규직 증가를 초래할 전망이다"고 향후 한국 경제에 닥칠 어두운 그림자를 예상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 4월 3일 자 온라인 판에 삽입된 삽화.     © 한겨레신문

특히 <경향>은 '한·미 FTA 협상의 타결 이후'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협상 타결은 선언됐지만 협상이 끝난 것은 결코 아니"라며 "철저히 이해 득실을 기준으로 삼아 국익 차원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면 언제든 협상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자세로 협상 내용을 따져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보수신문, 단순한 경제논리 가지고 정부에 노골적 코치"
 
이렇듯 보수와 진보 성향의 신문들이 그 논조에 있어서는 한미FTA찬반 양론 만큼이나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지만 보수신문의 논리에 대해 언론단체는 우려의 뜻을 표하고 있다. 
 
한미FTA에 찬성입장을 밝혀온 보수신문들이 수치상의 단순한 경제논리를 가지고 정부에 한미FTA 추진을 위한 '노골적 코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도형래 신문통신정책팀장은 이날 <이슈아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이들 신문이 주장하는 바는 극소수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거리로 나앉아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형래 팀장은 특히 "조중동의 일반적 보도태도는 FTA에 대한 찬성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혔왔고, 협상 방안과 관련한 전략을 정부에 노골 적으로 제시하는 등 코치 역할을 서슴치 않았다"며 한미FTA 협상 타결에는 보수신문들의 역할이 주요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도 팀장은 "보수 재벌신문들은 정부가 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것만큼은 따내야 한다', '손실량은 얼마 얼마가 된다'는 등 단순한 논리로 찬성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며 "이러한 보도행태는 앞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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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4/03 [13:2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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