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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2명의 脫수습기자들에게 드리는 편지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기사입력  2003/07/09 [11:45]

조선일보 12명의 脫수습기자들에게 드리는 편지

'며칠 전 12명의 '젊은 피들'이 조선일보에 수혈되었다는 소식을 인터넷 신문 <대자보>에서 접했습니다. 그리고 <조선닷컴>을 일부러 찾아가, 한껏 웃음을 머금고 있는 여러분들의 활기찬 모습과 [脫수습기자들의 '솔직 토론']이라는 기사를 잘 읽었습니다. "조선일보는 미워하되, 조선일보 새내기 기자들은 미워하지 말자. 이들이 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와 비판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대자보 기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여러분들 개개인을 미워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니까요.

[관련기사] 김주영, 조선일보 수습기자들의 솔직 토론, 안팎의 실상 밝혀, 대자보

그러나 축하의 말이라도 한마디 드리고 싶건만 그러기에는 어쩐지 씁쓸한 구석이 너무 많아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앞길이 창창한 여러분들이 조선일보 42기 기자가 되어 조선일보의 조직과 선배들한테 과연 무엇을 배울 것이며 또 얼마나 망가질까, 하는 착잡함과 6개월의 수습기간 "그동안에 '그동안 개인이 가졌던 건강한 부분을 상실시키는 게 아닐까하는 회의가 들었다"는 어느 분의 고백에서 곧 여러분들의 내일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실례를 들어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2010년 동계 올림픽의 평창 유치가 실패로 끝났습니다. 조선일보는 그 소식을 전하면서 [기적은 없었지만 도전의 꿈은 남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창유치위는 실제로 투표권을 가진 IOC위원들에 대한 공략보다는 외신 여론 환기 수준에 그치는 홍보가 전부였다' '투표가 임박해서 한국측 인사들 사이에 서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면의 [민·관 뜻모아 8년 피땀/ 이들에게 격려와 박수를] 기사는 평창을 위해 뛴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 4일자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뭐라고 했습니까? "결과론이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섰더라면 이번 일이 이렇게 서운하게 끝나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이 현장에 가서 진두지휘했다면 유치팀의 사기와 투표 분위기는 분명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바로 노 대통령에게 유치실패의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무안하게도 유치위 내분이 다음날부터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7일자 사설에서 "(내분으로) 이렇게 헝클어진 모양새는 명색이 개최를 희망한다는 나라의 정부가 이 국가 대사를 얼마나 무심하게 방치했느냐를 보여준다."라고 또 다시 정부를 질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기자인 여러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미 다른 나라의 언론을 통해 알려졌듯이, 이번 동계 올림픽 유치 경쟁에 나섰던 잘츠부르크는 순전히 시민단체 중심으로, 벤쿠버는 시 자체적으로 유치를 추진했습니다. 더욱이 솔크레이트 동계 올림픽 유치과정에서 드러난, 최악의 스캔들로 인해 IOC위원들을 상대로 하는 로비에 제약을 가하고 있는 터에 오히려 우리나라는 정부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대기업을 등에 업고 나서는 통에 다른 나라로부터 부러움과 원성을 한꺼번에 사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유치실패에 노 대통령을 물귀신처럼 끌고 들어갑니다. 그 저의가 무엇일까요?

여러분들이 지적했듯이 'DJ정권 때는 나이스(NEIS) 문제에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고 말했던 조선일보가 (노 정권과 코드가 맞는다고 여기는) 전교조에서 문제를 들고 나오자 그 인권문제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는' 행태와 무어 다를 것이 있습니까?

아직 여러분들의 마음 한켠에 진실의 보루가 되고자하는 기자정신이 살아 있다면 낯이 뜨거워지도록 부끄러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혹시 부끄러움조차 이미 팽개쳐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래의 기사내용에서 딱히 그런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안티조선단체 기자회견을 취재하러 갔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오더니 조선일보 기자 아니냐며 나가달라고 했다. 그때 마침 선배 전화가 핸드폰으로 걸려와서 받고 나갔다. 나중에 그 사람이 쓴 기사를 보니 "조선일보 기자가 참석했는데 지적을 받고 황급히 사라졌다."고 썼더라…"

아마, 미선·효순 1주기 때 조선일보 보도 모니터 발표회장에 오셨던 그 여기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위의 말씀 순전히 거짓말이라는 거, 누구보다 본인 자신이 더 잘 아실 겁니다.

거짓말하지 맙시다. 우리는 이 시대를 더불어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기자의 양심'을 놓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여러분들의 정말 건강한 모습을 보고싶습니다.

* 본문은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가 발행하는 [주간 안티조선] 14호(2003. 7. 8)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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