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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남은 한국 주류 개신교회의 생명
[류상태의 예수를 찾아] 교회 개혁론자들에 대한 희망을 이제 접으며
 
류상태   기사입력  2006/12/11 [17:13]
오늘은 교회개혁을 원하는 목사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요즘 저는, 그 동안 저를 이해하고 감싸주었던 지기들로부터, 제 글이 도를 넘어서는데 대한 '애정어린 충고'를 자주 듣고 있습니다. 평소 뜻을 함께 하거나 교감을 나누던 지기들이 힘겹게 꺼낸 말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들이 제 글을 "이해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저 역시 그들의 조언을 이해하기는 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들은 제 글에서 분노가 묻어난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제 마음 속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습니다. 저는 제 안에 분노심이 들어있다는 것, 또한 그것이 저를 파멸로 끌고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분노심을 제어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분노가 저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고, 한국교회 뿐 아니라 기독교가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독선과 배타를 폭로하는 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기들로부터 조언을 들을 때마다 가슴을 아프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 교회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지만, 기독교의 교리 자체를 부정하면, 선량한 교우들이 큰 혼란을 겪는다는 말입니다. "교우들이 순수한 믿음으로 평생 믿어왔던 신념체계를 꼭 그렇게 흔들어야 하겠는가? 하나님 앞에 믿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순진한 교우들의 꿈은 존중해 주어야 하지 않는가?"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 저리도록 아프기도 하고, 제가 과연 그들의 믿음을 흔들 권리가 있는지 스스로 자문하기도 합니다.

교우들이 겪는 혼란의 깊은 원인은, 한국 교회가 지금까지 교우들에게 일방적인 얘기만 들려주었고, '다른 견해'가 들려올 때마다 철저히 차단하여 교우들의 판단력을 마비시켰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그 책임을 소위 '교회 지도자'라는 분들이 함께 져야 하며, 지금이라도 교우들 스스로 판단하여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치열한 토론'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상에 근거한 믿음은 마약에 중독된 상태와 다름이 없습니다. 공부를 계속해 온 분들이라면, 지금까지 제가 한 이야기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서구 기독교계에서는 너무나도 상식화된 평범한 이야기들입니다. 한국 교회 교우님들이 이제부터라도 목사들의 일방적인 설교에 의지하지 않고 '다른 견해'를 충분히 듣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정직하게 말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서구신학계에서는 너무나도 보편적이고 상식화된 이론들을 한국의 쟁쟁한 신학자들, 공부 많이 한 목사님들이 모를 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제가 하는 말들이 한국교회에서 (일부 교우들에게는) 생소한 것으로, 또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단사설로 취급받고 있습니까? 그 이유는, 신학자들과 목사님들이 배우고 아는 것을 정직하게 말하지 못하는데 있는 것이 아닙니까?

기독교 교리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다만 현실 교회 조직이나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교회개혁운동을 하는 분들, 그래서 제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분들과는, 저와 가는 길이 다르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기독교 교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말하지 않거나 못한다면, 제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그들 역시 '비겁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만나서 얘기할 때는, 제가 말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 교회의 문제가 제도나 조직, 행태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교리 자체에 있다는 것을 알고 짚어내는 목사들이 많은데, 왜 공개적으로는 말을 하지 못합니까? 그것은 바로 밥통을 내려놓을 용기가 없기 때문이 아닙니까?

개혁적인 목회자들과 연대하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들과의 연대는, 저에게는 개혁을 포기하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들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러나 도대체 그 때가 언제입니까? 지금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언제 말할 수 있을까요? "때를 기다리자"는 말을 하는 분들은, 사실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밥통을 내려놓을 의사가 없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안티기독교인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나는 마피아 두목보다 그들을 감옥에서 빼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고용변호사들이 더 밉다."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교회보다 개혁적이고 깨어있다는 교회가 더 밉다는 말입니다. 제가 그들의 말을 가슴 절절히 느끼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향린교회나 새길교회처럼 개혁적이고 깨어있는 소수의 교회가 오히려 독선과 배타에 사로잡힌 주류 개신교회에 면죄부를 줄 뿐 아니라, 주류 개신교회들이 살아가는 숙주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개혁론자들은 이런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자신들이 독선과 배타에 사로잡힌 한국 주류 개신교의 방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개혁주의자들이 주류개신교의 독선을 막아내고 주류로 부상할 수 있다면, 그래서 한국 교회의 풍토를 바꿀 힘이 있다면, 그들의 노력은 분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며, 언젠가는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럴 힘이 없이 단지 주류 개신교의 숙주 역할에 그친다면, 그들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용당하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제 눈에는, 깨어있다는 소수의 교회들이 주류로 부상할 힘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그들이 열개의 생산적인 일을 하는 동안, 그들을 숙주로 삼아 우리 사회로부터 면죄부를 받는 주류 개신교회가 토해내는 독은 그 몇 십배, 몇 백배에 이른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 주류 개신교회의 생명이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교회의 개혁론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역사의 선택'에 의해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한국 교회의 개혁론자들에 대한 희망을 접고자 합니다.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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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2/11 [17: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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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종은 2007/01/17 [07:34] 수정 | 삭제
  • 의식이 상당히 높으시고 마음이 열려있는 분이시군요~!!!!!
    존경합니다.^^
    엘로힘의 사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