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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기만하는 정체불명 '한미FTA 시민포럼'
[언론시평] 지역 일간신문에 한미FTA 광고공세, 진짜 '싸움' 시작해야
 
양문석   기사입력  2006/11/24 [19:21]
KBS에서 ‘쌈’이란 이름의 방송프로그램을 선 보였다. 제목이 재미있다. 제목만 가지고도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쌈’의 뜻은 두 가지. 그냥은 쌈 싸서 먹는다고 할 때 그 ‘쌈’이고, 싸움을 줄여서 ‘쌈’이라고 부른다.
 
음식 ‘쌈’의 생명은 재료의 신선도. 밭에서 금방 딴 풋 냄새 풀 풀 나는 푸성귀를 바구니 가득 풍성하게 내어 와야 고향의 맛을 담은 ‘쌈’의 진짜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싸움은 그냥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있고 옳고 그름이 있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이 싸움이다. 좀 예술적으로 표현하자면 사실의 조각들을 모아 진실을 그려내는 일종의 ‘퍼즐놀이’ 정도는 되지 않을까.
 
검증통한 균형 이룰 건가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 또는 ‘진실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사실에 가까운 듯한 비정상적인 이야기들은 잠시 접어두자. 왜냐고? 우리 사회 가장 공정하고 정의로운 영역이어야 할 방송 그리고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흔들리는 대표적 공영방송(표현이 조중동을 닮았나?) KBS가 과연 얼마나 신선한 주제를 가지고 끈질긴 ‘쌈’을 진행할 수 있을지, 그저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지나 않을까, 시사다큐 신설에 대한 응원의 마음은 기본이었지만 앞서 밝힌 걱정거리가 겹쳐졌다.
 
첫 방송을 본 소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방송에 앞서 KBS측은 기자들이 만드는 ‘쌈’을 통해 ‘올곧은 저널리즘이 살아 있는 전통 시사 다큐멘터리의 새 장을 열겠다’는 포부와 더불어 ‘종합적 조명’, ‘검증을 통한 균형’, ‘성역과 금기에 대한 도전’도 서슴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첫 방송의 주제로 삼은 것은 정부의 한미FTA 통계조작에 대한 고발이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끈질기게 의혹을 제기한, 국민을 기만한 거짓 계산과 통계자료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출발은 통쾌했다.
 
출발은 통쾌했다..그러나
 
얼마 전 KBS스페셜은 끔찍한 광우병의 위협을 알렸다. 이후 수입산 쇠고기의 공포가 우리의 식탁에 불어 닥쳤다. 한우보다 값이 싼 미국 쇠고기 수입은 무서운 광우병과 패키지라는 사실이 프로그램 하나로 인해 국민들은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정부의 한미FTA 추진력은 상상불허 수준. 참여정부 출범 후 그 어떤 정책에도 이처럼 뜨겁지 못했다. 스페셜이 방송되기까지 제작진은 여러 가지 외압으로 시달려야 했고 심지어 정부 관계자가 방송사에서 살았더라는 얘기도 들린다. 방송 후 ‘광우병’ 제작PD는 생각지도 못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는 후문.
 
한미FTA관련 방송제작에 얽힌 ‘부적절한 이야기’들이 봇물을 이룬다. 알맹이 없는 희망의 이미지를 덧칠하거나 ‘공익’으로 분장한 참여정부식의 언론탄압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여론조작, 방송은 기를 써도 안 되니 전술을 선회해 아주 약한 고리를 짚어냈다. ‘한미FTA 지원위원회’가 10개 지역 21개 지역 일간신문을 대상으로 한 총 5억8천800만원을 광고비로 책정했다고 한다.
 
문제는 광고 명목으로 지원하는 금액의 일부를 ‘한미 FTA 시민포럼’을 개최하는 행사비로 전용하는 한편, 이 포럼의 내용을 3~4회의 시리즈로 기획해 싣는다는 계획의 문건이 최근 입수됐다. 정부쪽 관계자나 대부분 찬성론자들이 출연하는 포럼이 기사로 둔갑해 나가게 되는 효과를 노려 기획된 것이다.
 
이는 결국 광고를 미끼로 ‘뒷거래’를 하자는 정부의 파렴치한 계획이며 엄청난 혈세를 들여 제작한 국정홍보처의 한미FTA TV광고도 모자라 찬성여론 조작을 위해 아낌없는 ‘돈질’을 해대고 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쌈이 시작됐다. 단지 이 것 뿐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밀어붙이기 여론조작’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산하의 지역일간신문지부에서 이 문건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려 투쟁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등 강도 높은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
 
‘쌈’이 시작됐다. 한미FTA의 실상을 사실 그대로, 그리하여 숨어있는 진실을 파내야 한다. 정부의 미디어 장악음모에 시비를 걸어 한판 멋지게 싸워보자. 정부의 단 한 번 대거리에 불과한 광고비에 파업의 피눈물로 쌓아올린 회사 브랜드와 노동자의 순결한 양심을 바꾸어 버리는 슬픈 일이 우리 언론사에 기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그리고 말할 것이다. “쌈이 시작됐다. 단지 이 것 뿐이다.”

* 글쓴이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입니다.
언론학 박사이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대자보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 : http://yms7227.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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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1/24 [19:2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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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이반 2006/11/26 [16:48] 수정 | 삭제
  • 갈때 까지 가는지, 어떻게 가는지 두눈 뜨고 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