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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옥 감독의 <열녀문>, 완전 복원 상영돼
62년 대종상 작품상 수상, 아시아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 출품된 고전
 
임순혜   기사입력  2006/10/19 [16:17]
올 1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섹션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주최로 "발굴"이라는 주제로 '일제시기 영화전'과 '신상옥의 <열녀문> 발굴전'이 열렸다.

일제시기 동안 제작된 영화는 총 171편이지만, 한국에 남아있는 영화는 단 4편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3년간 한국영상자료원은 중국전영으로부터 7편의 영화를 수집하였는데, 양주남 감독의 <미몽>, 서광제 감독의 <군용열차>, 안철영 감독의 <어화>, 최인규 감독의 <집없는 천사>, 이병일 감독의 <반도의 봄>, 안석영 감독의 <지원병>, 박기재 감독의 <조선해협>등 7편의 영화가 ‘일제시기 영화전’에서 상영되어, 일제시기의 상상을 뛰어넘는 영화적 완성도와 도발적인 세계관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 신상옥 감독의 1962년 작품인 영화 <열녀문>     ©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신상옥의 <열녀문> 발굴전'에서는 60년대 한국영화계를 대표하고, 올 4월에 타계한 신상옥 감독의 1962년작 <열녀문>을 대만영상자료원의 협조로 발굴하였는데, <열녀문>은 16㎜ 필름으로 수집되어 HD 복원과정을 마친 후, 디지털 작업실 HFR의 후원으로 손상된 사운드가 복원되어 관객과 첫 만남을 갖게 되었다.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은 대종상 작품상을 수상하고 아시아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며 신상옥 감독의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품이다.

황순원의 단편소설 <과부>에서 기둥 줄거리를 가져왔지만 신상옥 작품세계의 대주제인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관습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어 각색되었다.

나라에서 열녀문을 하사받은 김 진사 댁의 며느리 한 씨는 젊어서 과부가 되었다. 가뭄이 심하던 어느 해, 비가 쏟아지던 날, 한 씨는 머슴인 성칠과 정을 통하고 임신을 하게 된다. 집안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연인과 아들을 떠나 보낸 한 씨는 부정한 여자라며 학대하는 시할머니 송 씨를 모시며 모진 삶을 살아간다.
 
▲ 영화 <열녀문> 상영이 끝나고 가진 리셉션에서 조선희 영상자료원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 임순혜


신상옥 감독의 대표 장르인 사극과 멜로드라마가 만나는 지점에 서있는 <열녀문>은 비틀어지고 기울어진 배경과 대조적으로 수직으로 꼿꼿이 몸을 세운 인물들로 채워진 세련되고 계산적인 미장센을 배경으로, 억압과 이별로 얼룩진 여성 수난사를 그리고 있다.

최은희, 한은진, 신영균이 주연을 맡아 열연한다. 특히 준엄한 시할머니에서 바싹 말라 독기만을 뿜어내는 노파로 변해가는 한은진의 연기가 볼만한 영화로, 한국최대 영화사를 소유하고 최고 감독으로 입지를 세운 신상옥 감독의 전성시대를 엿볼 수 있었다.

신상옥 감독은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도쿄예술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한 후, 1945년 최인규 감독의 <자유만세>에서 미술부로 일하며 영화계에 입문하였다.

1952년 <악야>로 감독으로 데뷔하고, 1954년 당대 최고의 여배우 최은희와 결혼한다. <성춘향>(1961)의 기록적인 성공에 힘입어 1960년 설립한 신필름을 한국 최대 영화사로 성장시키고, <연산군>과 같은 화려한 스펙타클을 주무기로 하는 궁중사극과 당시로는 획기적인 공중전을 선보이는 <빨간 마후라>를 선보이며 아시아로 무대를 넓힌다.
 
▲ 고 신상옥 감독의 부인이며 영화 <열녀문>의 주연배우인 최은희와 신영균이 인사를 하고 있다.     © 임순혜

60년대 말까지 한국영화계를 주도하던 그는 1978년 납북되어 북한에서 활동하다가 1986년 탈출하여 미국에서 활동하기도 하였다. 한국에 돌아와 영화제작과 더불어 영화학교를 설립하고 뮤지컬을 제작하는 등 활동영역을 넓혀 오던 그는 2006년 4월 11일 세상을 떠났다. 총 75편의 영화를 연출하였고, 200여 편의 영화를 제작하였다.

대표작으로 <지옥화>, <연산군>, <폭군연산>,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로맨스 빠빠> 등이 있으며, 마지막 작품으로 2004년 <겨울 이야기>를 연출하였다.
 
▲ 조선희 영상자료원장과 이용관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최은희가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임순혜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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