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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애인과 벌이는 묘한 신경전과 동질감
[임순혜의 영화산책] 부산영화제 경쟁부문 ‘새로운 물결’ 출품작
 
임순혜   기사입력  2006/10/19 [14:07]
1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유일한 경쟁부문인 ‘새로운 물결’은 아시아의 숨은 인재를 발굴하여 신인 감독들의 데뷔의 기회를 제공하는 섹션이다.

올해 '새로운 물결' 초청작들은 대만, 레스티 첸 감독의 <영원한 여름>, 말레이시아, 탄 추이무이 감독의 <사랑은 이긴다>, 중국, 양 헝 감독의 <영원한 여름> 등 '사랑과 청춘의 다양한 색깔'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두드러지며, '가족' 또한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여 베트남, 후인 루우 감독의 <하얀 아오자이>, 일본, 나카무라 마유 감독의 <가시고시의 여름> 등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영화가 다수 포진해 있다.
 
▲ 김태식 감독의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한국에서는 김태식 감독의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와 박흥식 감독의 <경의선>, 두 편의 신작이 상영되는데, 두 편 모두 개성적인 스타일과 농밀한 서정성으로 오늘의 삶을 그려낸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재학 중 일본으로 유학하여 일본영화학교를 수료한 후, 일본, 호주, 홍콩에서 방송과 CF 프로듀서를 거쳐, <가족시네마>(1998)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김태식 감독의 장편데뷔작이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강원도 한 소도시의 도장집 주인 태한이 아내의 불륜 현장을 목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아내의 애인이 살고 있는 서울로 향해 아내의 애인인 택시기사 중식을 만나 강릉으로의 장거리 여행을 제안하면서, 태한과 중식의 묘한 아내의 애인과의 드라이브 중 일어나는 일을 코믹하게 다룬 영화다.
 
▲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상영 뒤 감독, 주연배우와의 대화시간이 마련됐다.     © 임순혜

태한은 아내의 애인인 중식과 강원도행 국도를 달리면서 여러 상황과 만나게 되는데, 둘은 기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나 매우 친밀한 관계에 놓이게 된다.

해안 도시에서 초라하게 살아 온 한 남자가 아내의 부정을 알고 생의 의욕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나, 태한은 아내의 애인 역시 초라한 소시민이라는 동질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함께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아내의 애인에게 오히려 묘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장거리 여행을 하는 중 일어나는 위트 넘치는 상황의 묘사와 허를 찌르는 대사, 탁월한 시각적 표현이 매우 매혹적인 영화다.

▲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하층민의 삶에 대한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영화 내내 감도는데, 복수심에 불타던 태한이 동질인 아내의 애인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는 과정이 코믹하고 유머러스하게 전개되어 관객들의 웃음을 유쾌하게 유발한다.

태한 역의 박광정이 변화하는 내면 연기를 잘 표현해 내고 있고, 애인의 남편인 줄 모르고 함께 여행하는 택시기사 중식 역을 정보석이 맡아 푼수 끼 있는 소시민 역을 잘 소화해 내고 있다.

다음은 <아내의 남자를 만나다> 상영 후 관객과 가진 감독과 주연배우와의 대화다.

Q : 부부가 바뀌어 사랑을 하게 되는데, 스와핑을 알고 영화를 만들었는지?

김태식 : 스와핑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바람을 필 수 있고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한다.

Q : 닭이 두 번 등장하는데, 어떤 의미인가?

김태식 : 처음 만든 장편 영화다. 날지 못하는 닭으로 날지 못하는 인물들, 불륜을 목도하였으나 어쩌지 못하는 인물을 상징했다. 보통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행동할 수 있을까 같이 생각하고 보았으면 좋겠다.

Q : 주인공이 왜 도장을 파는 직업인가?

김태식 : 단편으로 시작한 영화다. 3년 전에 작가와 함께 둘이 술을 먹고 싸움을 한 적이있다. 그때 도장을 머리에 찍고 싶은 생각이 났었다. 그래서 설정하였다.
 
Q : 주인공 태한 역할을 어떻게 연기하였나?

박광정 : 전에 출연한 영화는 희극적 에너지 레벨이 높은 영화라 동작을 빨리 움직이는 스타일이었다. 이 영화에서는 심리적인 면을 대사 없이 해야 했다. 모든 것을 느리게 표현하는 쪽으로, 그 대신 생각은 깊게 하려고 했다.
 
▲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상영뒤 감독, 주연배우와의 대화에서 배우 조은지, 박광정, 김태식 감독     © 임순혜

Q : 극 후반부의 흑백화면 처리는 왜?

김태식 : 원래 시나리오는 흑백부분이 없었다. 제작비도 부족하고 겨울 장면을 생각해서 기본라이트로 따뜻해 보이라고 흑백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돈이 더 들어 갔다.
 
Q : 대본을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박광정 : 재작년에 처음 보았고, 작년 봄에 다시 연락을 받았다. 저예산 영화다. 여유롭지 않은 제작 여건에 다양성 위해 이런 영화가 꼭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었다. 한 호흡으로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독특한 영화 나올 것으로 기대 했다.

조은지(중식의 처) : 캐스팅회의 할 때 감독과 프로듀서가 캐스팅하였다고 들었다. 시나리오가 깊이 있어 좋았다.

Q : 개인적으로 남편과 애인 중 어떤 분을 선택할 것인지?

조은지 : 두 분 다 와이프가 계신 관계로 선택 안 하겠다.

Q : 노출연기가 부담이 없었는지?

박광정 : 자주 벗어보아서, 대한민국 남성들이 제 허약한 몸을 보고 용기를 얻을 것 같아서...

조은지 : 자신감 있다. 영화에서 꼭 필요한 노출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를 연출한 김태식 감독     © 임순혜

Q : 수박이 쏟아져 굴러 내리는 장면이 있는데, 왜 수박?

김태식 : 시원하게, 답답한 상황 속에서 시원하게 하려고 써 보았다.

Q : 극단적 클로즈업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왜?

김태식 : 내면적 표현을 위해 썼다. 와이드 앵글도 쓰고, 인물에 가까이 가는 작업도 했다.

Q : 첫 작품인 <눈물>을 보았었다. 처음 연기할 대와 지금 변하였는지? 꼭 하고 싶은 연기는?

조은지 : <눈물>할 때 우연히 배우 하게 되었다.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을 느꼈다. 할 수록 도움되었다. 심도 깊은 연기하려고 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역은 <수녀는 울지 않는다>의 힐러리 스워크 같은 역이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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