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의 미디어 바로잡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한미FTA 홍보대행사로 전락한 방송사 뉴스
[시론] 월드컵 뉴스의 반에 반만이라도 FTA 보도하는 것이 방송의 의무
 
양문석   기사입력  2006/07/25 [12:57]

허영구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미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 요구, 그리고 한미 양국 자본가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한미FTA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는...

 

리 미국 AFL-CIO 노총 정책국장: 이런 식의 세계화와 통상정책은 두 나라 노동자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양국 정부에 전하고 싶습니다.

 

박석운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경제주권을 훼손시키고 사회 공공성을 포기하는 그런 중대한 양보를 국민적 공감대 없이, 국민적 동의 없이 협상을 진행한 것입니다.

 

이홍세 FTA 반대 농민 대표: 벼랑 끝까지 몰린 농민들은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에 죽음을 각오하고 결코 이 협상이 중단되는 것을 보지 않고는 이곳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한미FTA반대론자들의 인터뷰 또는 인써트 내용은 대부분 거대담론 뿐이다.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서 왜 반대하는지 왜 그것이 국민들 또는 당사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지에 대해서 조목조목 분석하며 등장하는 '인터뷰이'는 거의 없다.
 
찬성론자들은 대부분 전문가들이 등장해서 조목조목 따지는데, 반대론자들은 거대담론만으로 맞대응시킨다. 아니 반대론자들은 대부분 집회에서만 등장할 뿐이다. 그것도 교통체증과 함께. 설득력에서 어느 것이 낫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쟁점에 대해서는 쟁점분석을 할 수 있는 찬반 전문가가 등장해야 하고 거대담론에 대해서는 거대담론으로 쟁점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 시비꺼리가 있다. 이들은 아주 민감한 내용을 아주 생각 없이 자족적으로 말해 버린다.
 
...미국측은 또 한국의 의무교육시장에는 관심이 없지만 인터넷 교육과 미국수학능력시험인 SAT 등 테스트 분야에 대한 시장접근엔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 방송사의 한미FTA 결산 보도의 한 대목이다. 항상 이런 식이다. 충격적인 사안을 단 한 줄로 설명하거나 사실만 전한다. 이렇게 보도해버리면 누가 이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전문가들을 위한 방송이 아니라 시청자들을 위한 방송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SAT분야에 미국이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의미는 뭔가? 현재 국내에서는 부산외국인학교와 서울국제학교 등 일부학교만 미국 쪽의 인가를 받아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 SAT다. 이것이 확산될 경우 미국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토플 토익 등이 필요 없게 된다. 이랬을 경우 국내 대학입시제도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 초중고 교육시스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왜냐면 부산외국인학교나 서울국제학교에 들어가면 바로 미국고등학교 대우를 받게 되고, 이것은 엄청난 경쟁률을 예고하게 되며 이는 곧 중학교 교육시스템의 일대변화를 강제하게 될 것이다.
 
기승을 부리는 것은 사교육일터고. 뿐만 아니라 자립형 사립고교 등 특수고 설립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이 땅의 수구들은 이 기회에 또 다시 특수고등학교를 전면적으로 내 걸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공교육시스템 유지는 아주 어려워진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한 문장짜리 15초 방송분으로 처리할 일인가? 
 
또 있다. 아주 쉽게 말하지만 아주 어려운 단어에 대해서 전혀 설명이 없다는 점. 양허안 양허단계 반덤핑관세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원산지규정 포지티브리스트 네거티브리스트 최혜국대우 내국민대우 상업적 주재 국경 간 거래 검역...이 개념을 방송을 통해서 설명들은 적이 있는가? 어디서 띄어 읽기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어려운 단어들이 한미FTA협상에서 핵심 용어들인데, 이들 단어가 등장하는 쟁점과 합의내용이 한 두 문장으로 방송뉴스를 탄다.
 
나름대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한 두 문장의 쟁점이나 합의사항을 이해할 수 없는 정도인데, 과연 기자는 이해하고 리포트 하는 걸까? 그들은 이런 단어를 사전 사후 어떤 설명도 없이 풀어낸다. 누가 보고 뭘 알라고 이런 식으로 보도할까?
 
월드컵 때 골 장면 패스 장면 442 352 3411 보란치 더블보란치 등에 대해서 그렇게 상세하게 심지어 그래픽까지 동원하면서 설명해 주더니만 국민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는 한미FTA에 대해서는 왜 달랑 한 문장이요 두 문장인가?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아직도 여론조사에서 한미FTA에 대해서 모르겠민이 30-40%가 나오고 있고, 몰라도 막연히 반대 입장에 선 국민이 과반수를 넘었다. 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판단할 수 있도록 지상파 방송은 월드컵 방송뉴스의 반에 반만이라도 설명하고 분석해주어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시민의신문>(www.ngotimes.net)에도 기고했습니다.


* 글쓴이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입니다.
언론학 박사이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대자보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 : http://yms7227.mediaus.co.kr/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6/07/25 [12:57]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김재균 2006/07/25 [14:15] 수정 | 삭제
  • 정말 월드컵때 하루 온종일 축구경기틀어대서 우릴 공차기소식에

    푹 절여놓던것에 비해 지금의 한미자유무역이나 상호투자협정에 대한

    설명은 너무 일방적이고 간략합니다.

    그것 하나만 봐도 축구를 시선을 가리는 도구로 이용했다는 의심을

    국민들 모두가 해야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