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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장관은 골프장총무인가 술상무인가?
한국경제는 골프장과 룸살롱부터 개혁해야
 
늦깍이   기사입력  2003/05/04 [10:42]
최근 김진표 장관은 룸살롱과 골프장이용을 여전히 접대비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합뉴스 (5/2/2003)에 따르면, 그는 "어느 장소에서 쓴 돈이라고 무조건 안된다고 한 적이 없다"며 "특정업종의 손비를  부인하면 그 업종은 정부가 인정안한다는 의미가 되며 접대비한도내에서 쓰는  것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접대비와 관련한 전향적인 방침은 지난 4월 10일 이용섭 국세청장이 "앞으로 많은 토론과 부처간 협의를 거쳐 룸살롱과 골프장  접대비를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면서 "다만 이러한 접대비도 사업을  위해 쓰였을 경우에는 비용 인정을 할 것"라고 밝히면서 모색되었다. (연합뉴스) 그리고 4월 20일, 재경부와 국세청의 명의로 보다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세정개혁의 일환으로 "룸살롱 등 고급유흥업소와 골프장 등 업무와 직접 연관이 없는 특정  업종에 대해서는 접대비 인정비율을 축소하는 한편 전체 접대비 인정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가기로 했다."고 보다 구체적인 방침이 제시되었다. 동시에 기업주와 가족이 법인카드로 기업활동과 관련없는 비용을 지출하는 것에 대해 엄격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진표장관의 이번 발언은, 그가 내세우는 이유가 무척 궁색해서, 새로운 방침에 대해 일부 기업주들과 룸살롱/골프장 등의 업계의 반발에 굴복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는 유흥향락산업을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하지만, 보다 기본적으로 접대비의 개념이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지출이라는 것을 무시하고 있다. 기업이 개인이 좌지우지해도 되는 구멍가게가 아니라면, 그 비용은 명확하게 납득되어야 한다. 그래서 회계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주가 마음대로 비용을 지출하고 임의로 회사비용이라고 해버리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경제전문가인 그가 기업비용에 대한 기본개념을 모를리 없다. 정말 모른다면 그는 경제부처의 장관이어서는 안된다.

한국의 기업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회계의 불투명성이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업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기업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Korea discount가 발생하고 최근 SK의 분식회계의 사건처럼 곪아 터지면 국가경제 전체에 타격을 가하는 일이 발생한다. 접대비 문제는 기업의 불투명한 회계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법인카드를 이용해 하루밤에 기백만원을 룸살롱에 바치는 기업이 다른 회계분야에서는 투명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회계는 물샐틈이 없어야지, 이처럼 한곳이라도 둑이 터지면 다른 곳을 막아설 수가 없다. 떳떳하지 못한 돈들은 불투명한 곳으로 스며들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만큼 주주와 투자자금으로 돌아가야할 회사의 순익은 빈약해지게 되어있다. 악화(bad currency)가 양화 (good currency)를 몰아내듯이, 불투명성은 투명성을 몰아낸다. 회사고위층의 방탕한 회계 관리는 일반직원들의 박탈감을 가중시켜서, 근무의욕을 떨어뜨리고 회사의 생산성을 갉아먹는다.

기업의 음성적인 접대를 위한 비용지출이 주는 악영향은 해당기업을 넘어선다. 납품 등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음성적인 비용지출을 할 수 밖에 없어, 결국 모든 관련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불투명해진다. 기업의 로비상대가 정부라면, 결국 음성적인 접대비지불은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뇌물의 역할을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기업 접대비의 40%에 해당하는 약 2조원이 룸살롱과 골프장로 간다. (연합뉴스, 4/10) 이는 자원의 배분을 왜곡시킨다. 많은 젊은 여성들이 보다 쉬운 돈벌이를 위해 향락산업에 종사하면서 산업체 근무를 외면하고 있으며, 골프장입지가 좋기 않은 국토여건을 무시하고 많은 골프장들이 산을 허물고 건설되고 있다. 접대에 쓰이는 주류가 고급 수입양주이기 때문에 한국이 유럽의 양주의 주요고객이 되고 있다.

기업들이 접대를 음성적인 향락산업에서 공개적인 문화상풍구매로 전환한다면 그 자체로도 기업의 투명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접대의 효과도 기대이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최근 외국계 회사들과 일부한국기업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활동으로 접대의 방향을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처럼 기업들이 현재 접대를 문화상품구매로 전환한다면 한국의 문화산업도 크게 발전할 수 있다. 접대비의 10%인 2000억만을 문화산업에 써도 그 효과는 상당하다.  현재 한국의 공연산업의 수입은 불과 1500억원에 불과하고 그나마 400 억 가량의 적자를 지고 있다. 한국의 영화산업은 그간 눈부시게 성장해서 1조의 시장규모를 갖고 있지만, 국민 1인의 년간 영화관람은 약 2편으로 미국등 주요 선진국들의 5.4편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문화산업지원예산이 약 1조억원으로 정부예산의 약 1%인데, 정부예산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민간부문으로부터 새로운 수요가 창출할 때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있다.(출처 : 문화관광부, [문화산업백서 2002])

문화상품구매는 성인들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참여시킬 수 있어서 바람직한 회사문화와 가족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문화산업의 참여는 더많은 수요를 유도하기 때문에 문화산업의 규모는 더더욱 커질 수 있다. 문화산업을 비롯한 서비스산업의 성장은 더이상 제조업만으로는 성장동력을 얻기 힘든 한국의 상황에서 갈수록 중요하다. 영화와 에니메이션은 새로운 수출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더더욱 힘을 보태주어야 한다.

지난 4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은 처음 국회연설에서 우리나라의 투명성지수를 현재 40위권에서 임기말에는 20위권으로 올리겠노라고 약속했다. 필자는 다른 어떤 화려한 약속보다도 그 약속을 높게 평가한다. 필자의 짧은 기억으로는 역대대통령들이 투명성지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올리겠노라는 약속을 한적이 없다. 한국은 이제 자본이나 노동력 투입을 통한 경제성장은 한계에 부딪혔다. 남북관계개선을 통한 북방특수라는 불확실한 외부변수이외에 한국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동력은 오직 생산성 향상밖에 없다. 이러한 생산성향상은 기존의 기업들에 있어서는 투명경영을 통해 기업이 내부를 혁신해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며, 동시에 새로운 상품 아이디어로 무장한 새로운 기업들이 새로운 고부가가치산업을 만들어는 것이다.

국세청장이 밝힌 접대비에 대한 새로운 방침은 사소한 듯하지만 한국경제가 이처럼 새로운 체질을 만들어낼 수있는 초석을 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김진표장관은 그러한 소중한 기회를 차버리고 있다. 그는 접대비문제가 마치 룸살롱이나 골프장을 차별하는 것처럼 곡해하면서 마치 기업활동의 형평성을 위반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그의 말이 맞다면, 왜 공정거래위원회가 필요한가? 기업이 원한다면 내부거래, 과도한 경품제공, 불공정한 하도급관계등을 닥치는 대로 해도 되는가? 기존의 접대비 관행은 기업의 공정한 거래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음성적이고 불공평한 거래관계를 개선해서 모든 기업이 투명한 거래를 하도록 하자는 것이 새로운 접대비 규정의 안인 것이다. 그래서 국가의 왜곡된 자원분배를 막고 국민들의 생산의욕을 고치시키자는 것이다.

{IMAGE2_RIGHT}김진표 장관은 접대비 문제를 공정거래의 관점에서 보기를 못하고 있고나 적어도 외면하고 있다. 국가의 녹을 먹는 재경부장관이 이러한 공정거래의 시각이 없다는 것은 유감스럽기 그지 없다. 말로만 기업투명성을 외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책임있는 정책당국자가 시작해야하는 것 아닌가? 이번의 접대비관련 세제개혁은 여론의 지지도 얻을 뿐만 아니라, 고작 타격을 입을 산업이라는 것이 국가 경쟁력과는 상관없는,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룸살롱과 골프장이라는 점에서 얼마든지 시행가능한 안이다. 접대비지출을 해야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만일에 경쟁상대도 안한다면 굳이 음성적인 접대에 시간과 돈을 낭비해야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유리한 조건에서 접대비 개혁을 못한다면, 과연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국가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분식회계근절과 같은 어려운 개혁은 언제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노대통령은 언젠가 개혁을 쉽게 설명한 적이 있다.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서 직장에 있었던 일들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한국의 아버지들도 구차한 룸살롱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꽃같은 젊은 여자들을 희롱하고 수입양주에 만취해 늦은 귀가를 하고, 자는 얘들 얼굴만 바라보는 것이 아버지의 역할인가? 그러면서도 구차하게 직장일 때문에 늦었다는 핑계를 대야 하는가? 언제까지 집에 돈이나 던져주는 아버지로 머무를 것인가?

건강한 가정에 건강한 가정이 이루어지고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진다. 아버지들을 가정으로 돌려주자. 돈버는 기계가 아닌 진정한 가정의 행복의 구심이 되게 하자. 아내와 아이들이 진정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이 이런 것이지 않겠는가? 룸살롱접대 근절, 국가경제와 가정 모두에게 득이다. 이처럼 대다수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정책도 찾기 쉽지 않다. 김진표 장관은 음성적인 접대비근절에 앞장서주기 바란다. 필자를 비롯한 국민들은 그의 향후 정책을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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