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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반성없는 과거로는 미래없다
[시론] 과거 청산없는 박대표에 미래없어, 의문사위 마녀사냥 즉각 멈춰야
 
임흥재   기사입력  2004/07/31 [04:24]
둔갑한 마녀와 해괴한 부활의식

전국의 영화관에서는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해괴한 호러 코믹(horror comic;공포극이라는 의미이나 여기서는 호러를 표방한 코미디란 의미) '반헬싱'이 상영 중이다. 400년 만에 부활한 드라큘라와 21세기의 헐리우드 액션(축구장의 용어가 아니다)이 19세기로 날아가 스크린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며 나 같은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정통 공포영화가 한 여름의 극장가에 걸리는 것은 아마도 더위를 잠시나마 잊어보라는 관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도 일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이비 호러를 본 관객들은 더위를 잊기는커녕 짜증이 날 법하다. 그 영화에 등장하는 둔갑과 악마의 부활의식이 내가 사는 당대에 우리가 사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진정 해괴한 세상이다.


▲과거를 버리고 미래를 향해 가자는 해괴한 마녀부활의식의 굿판은 누가 주도하는가?     ©인터넷 이미지


어제 오늘 세간에서는 '유신이냐 미래냐'는 노대통령의 발언과 '국가 정체성'을 밝히라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논란으로 시끄럽더니 오늘은 노대통령의 의문사진상규명위에 대한 발언으로 야단법석이다. 정쟁의 끝은 어디이고 위선과 그 가증스러움의 두께는 얼마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한나라당은 노대통령이 간첩을 두둔하고 일제와 동학까지 조사하자며 과거에만 매달리고 있는 정신병자인양 떼를 쓴다. 박대표의 아버지를 조사할려면 대통령 장인의 친북활동부터 조사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예의 그 선동정치 올인정치 그만두고 이제 '미래로 가자'며 제법 그럴듯한 쇼맨십을 발휘한다. 어이가 없다.

의문사진상규명위에 대한 노대통령의 발언에서 모처럼 나는 통쾌하였다. 한 때 내가 그를 지지한 기억의 긍정적 향수에도 젖어 보았다. 물론 의문사위 활동에 대한 한나라당의 성토를 자신에 대한 공격과 결부시켜 발언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항간의 지적은 옳다. 늘 몇 발자국 달리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달음박질을 노대통령은 조심하고 고쳐야 한다. 그렇다고 의문사위 활동을 빨치산과 간첩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인 양 호도하는 한나라당의 망동과 망언이 결코 진실일 수 없다.


한나라당은 "언제까지 과거에 집착하여 민생과 경제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망칠 셈이냐"며 제법 애국자연 한다. 그러면서 이제 과거를 버리고 미래를 향해 가잔다. 해괴한 망언이 언뜻 그럴싸하다는 게 문제의 심각성이다. 그들은 왜곡하고 있다.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무턱대고 고개를 돌리고 뜀박질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바로 그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과거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 미래로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의문사위의 활동보다 앞으로 구성될 3기 의문사위의 활동이 더욱 중차대한 이유다. 노대통령의 문제인식은 지극히 옳다.


아직도 우리가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과거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제와 동학까지 조사하자는 것이냐며 펄쩍 뛰는 한나라당은 스스로 자신들이 건강한 보수가 아니라 병든 수구임을 시인하는 꼴이다. 그들이 문제 삼고 의미의 확대와 왜곡을 서슴치 않고 있는 의문사위의 결정, 미전향장기수에 대한 민주화 운동의 기여 결정은 그들의 좌익활동에 대한 평가가 절대 아니다. 그들이 그 오랜 감금생활 동안 집요하고 치밀하게 행해진 전향공작을 거부한 양심에 대한 평가이며 인간 양심의 자유를 법률로 구속할 수 없다는 인간존중과 예의에 대한 인정이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본래의 것이다. 국가란 공동체가 법이란 규율과 다수의 협약 위에서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그들은 그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한 죄과로 영어의 세월을 살았고 감수하였다. 그 영어의 시간동안 그들이 국가존립의 어떤 위협과 위해가 되었나. 차단되고 막힌 공간에서 그들은 북에 남아 있는 가족의 안전을 생각하였는지도 모른다. 이미 좌절된 헛된 꿈속에서 양심과 신념만은 지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최후의 빨치산 할머니가 저승을 향하던 날에 그를 조문하는 국민들을 향하여 왜 날카로운 경고를 하지 못했나. 전향서, 그 종이조각 하나가 인간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보다 귀하다 말한다면, 일제에 부역하고 좌익전력으로 군복을 벗었던 박정희는 독재자의 전력에 양심을 팔아먹은 괴수의 이력을 더해야 한다.


기왕 정쟁의 도마 위에 오른 의문사진상규명위는 차제에 보다 확실한 위상과 조사활동을 구체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완비되어야 한다. 대통령 직속의 국가기관의 조사원이 일개 상사에게 총질을 당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진실의 규명도 요원하다. 의문사진상규명위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보장하는 입법의 경우는 정치적 고려에 의한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자신들의 부끄러운 전력 때문에 죽자 사자 덤비는 한나라당과의 야합을 통해 또 하나의 누더기법안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때로는 피 터지도록 싸움을 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과반수 의석은 그런 때에 소용되라고 국민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


마침 친일청산법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역사는 반드시 바로 세워져야 하고 부끄럽고 추악한 역사일수록 필히 규명되어야 한다. 이는 절대적 가치인 것이지 정쟁의 파트너와 논할 상대적인 가치가 아니다. 그것이 바로 한나라당이 말하는 미래로 가는 첩경이다. 아니 그래야만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그 중차대한 역사의 책임을 진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더욱 조심하고 신중하게 처신하여야 한다. 오랜 골병을 치유하지 못하는 수구당과 수구언론들에게 돌파리 취급받을 가벼운 언행은 역사에 대한 범죄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제일 야당의 대표인 자신임으로, 특히나 내일의 대권주자로 거명되는 자신인 까닭으로 더욱 철저한 검증과 구별이 필요한 것임을 박근혜는 알아야 한다. 실제적으로 민생에 대한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미래를 향한 구체적인 플랜도 없이 연일 정쟁에 몰두하는 당신과 당신의 당부터 치유하여야 한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정신병자다. 이름하여 기억상실증 환자다. 기억상실증을 앓는 사람과 그 무리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다.


'둔갑'이란 영화의 것이다. 현실에서 과거를 지우고 둔갑한 마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필요하지도 않다. 하물며 과거를 지우고 둔갑한 이들이 모여 일제부역과 독재수구의 망령을 '향수'라는 해괴한 귀신으로 부활시키려는 그 의식을 어찌 선량한 우리가 두고 보고만 있을 수 있을 것인가. 둔갑과 부활의 제례를 올리는 무리들에게 경고하노니 진정으로 역사에 대하여 참회하라. 그리하여 구원을 얻기를 바란다. 당신들이 간첩이라 이름붙인 자들에게 배울 것이 있다면 바로 양심의 순결성이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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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7/31 [04:2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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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 2004/07/31 [18:08] 수정 | 삭제
  •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