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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고모리 저수지둘레길과 김종삼 시인의 어머니
강원 인제, 홍천을 거쳐 경기 포천에서 있었던 기억들을 찾아서
 
김철관
▲ 고모리 저수지 분수대와 주변 경관     © 김철관


강원도 인제에서 홍천 그리고 경기도 가평을 거쳐 포천 고모리 저수리에서 둘레길을 걸었다. 고모호수공원에 전시된 고 김종삼 시인의 ‘어머니’란 시를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인제에서 오는 도중 점심 식사를 위해 들린 서울-홍천간 국도 옆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에 있는 ‘가리산 막국수’집은 막국수로 유명하지만, 두부전골로도 소문난 집이다. 가끔 속초로 워크숍을 다녀올 때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강원도 홍천을 생각하면 매사 사리가 깊어 존경한 분인 배일도(72) 전 국회의원이 사는 곳이기도 해 정감이 간 지역이다.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연못골은 그가 현재 고희(古稀)의 삶을 자연과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산 모퉁이에 서너 평짜리 콘덴셔 막사로 지은 남루한 집이지만,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차도 마시며, 밥도 짓고, 잠을 청하는 공간으로서 활용도가 높다고 흐뭇해 한다.

 

마당에 자주 자란 풀을 뽑고, 닭을 키우고 개를 돌보는 것도 그의 일상이 됐다. 보름 전 그를 찾아 문안 인사를 드렸다. 인근 식당으로 모셔 점심을 하며 ‘낮술’도 한잔했다. 자연인으로서 자연과 함께 살다가 간 것이 그의 소원이기에, 연명(延命)행위 거부요청서를 작성해 항상 몸속에 간직하고 다닌다고.

 

며칠 전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 있어, 그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곧바로 여기와 며칠 쉬면서 생각하라고 조언을 했다.

 

하지만 일신상의 이유로 가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맛 나는 점심 두부요리를 먹으니 문뜩 그가 생각났고, 단백질이 풍부한 두부를 함께 먹으며 세상사를 나눴으면 하는 바람도 들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음 장소인 경기도 포천 소흘읍에 있는 고모리 저수지로 향했다. 가는 도중 가평휴게소 화장실에서 참았던 소변을 해결했고, 뒤편에 마련된 가든, 파라솔에 앉아 튀긴 굵은 감자와 음료로 간식을 했다.

 

오후 4시 20분경 경기도 포천 소흘읍 고모리 저수지(고모호수공원)에 도착했다. 인근 식당에서 털랭이수제비로 이른 저녁을 해결한 후, 예약한 숙소에 가 여장을 풀었다. 이후 도보로 40~50분 걸린 저수지 둘레길을 천천히 걸었다. 녹음이 우거진 산과 시원한 바람과 청정한 호수 그리고 호수 가장자리에서 뿜어낸 분수대의 물보라를 보면서 둘레길을 걸으니 정말 마음이 상쾌해졌다.

 

▲ 고모리 털랭이수제비     ©

 

저수지 주변 경관도 ‘천혜의 비경’이지만, 데크로 조성된 둘레길 곳곳에 전시한 시와 그림전도 볼거리를 제공했다. 올 경기도 문화의날을 맞아, 지난 6월 17일부터(9월 30일까지) ‘포천, 역사를 예술로 표현하다-Diaspora 그리고 귀향의 염원’이란 주제로 시화전이 열리고 있다. 시를 음미하고 그림을 보면서 둘레길을 걸으니, 대형 갤러리에 온 느낌이 들었다.  또한 데크로 조성된 둘레길 외에도 산책로, 뚝방로, 딱정벌레 모형, 장미넝쿨숲, 자물쇠 펜스, 오리배, 수상스키, 카페, 보트, 야생화, 형형색색의 도자기 조각 물고기, 아트월, 의자게이트, 소리체험난간, 붕어게이트, 포토존, 붕어풍향계, 분수 등도 눈길을 끌었다. 이곳 주변에서 가볼 만한 식당으로 욕쟁이할머니와 털랭이수제비 집이 있고, 비경을 자랑하는 카페 ‘부용원’과 ‘고모리 691’도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곳 둘레길에 전시된 포천 출신 임관영 시인은 시를 통해 ‘포천’을 이렇게 표현했다.

 

포천

 

포천은 두메산골이었다

왕방산 천보산 죽엽산 유명산

높은 산 깊은 계곡의 포천

 

바다도 없는

옛날엔 깊은 산골

기찻길도 없는 포천

 

그래도

최익현 이항복 양사언

이해조 김종삼...

수많은 선생들이 고요히 살고 있다

 

도봉산 내려다보며

한탄강 바라보며

역사를 지금도 쓰고 있다

김창종 김순진 임승오...

포천은 포천은

진행형이다.

 

시에 나온 조선 중기의 재상이고 도반 같이 지낸 '오성(이항복)과 한음(이덕형)'의 '이항복'도 포천 출신이다. 과거시험 동기로서 오성이 다섯살이 많지만 소꿉친구로 지내 전래동화 '오성과 한음' 등에서 두분이 많이 다뤄지기도 했다.  

 

고모호수공원에서는 지난 7월 30일부터 31일과 8월 2일부터 6일까지 문화예술 공연이 열렸다. 이곳에서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해 포천 특산물, 목공예,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고모마켓도 열린다.

 

또한 고모호수공원 내, 60년대 한국을 대표한 문학가이면서 시인인 김종삼 선생(1921~1984)의 시비가 있다. 고 김종삼 시인은 황해도 은율 출신으로 1947년 월남해 200여 편의 시를 남겼다.

 

이곳에서 가까운 포천 부인터 공동묘지에 김 시인의 ‘부모의 묘소’가 있다. 특히 생전에 탈고한 ‘어머니’라는 시는 모친에 대한 그리움을 처절하게 표현했다.

 

어머니

 

불쌍한 어머니

나의 어머니는 아들 넷을 낳았다

그것들 때문에 모진 고생만 하다가 죽었다

아우는 비명에 죽었고

형은 64세 때 죽었다

나의 불치의 지병으로 여러 번 중태에 빠진 곤 했다

나는 속으로 치열하게 외친다

부인터 공동묘지를 향하여

어머니 나는 아직 살아 있다고

세상에 남길만한

몇 줄의 글이라도 쓰고 죽는다고

그러나

아직도 못썼다고

불쌍한 어머니

나의 어머니

 

이렇게 김 시인이 최후로 그리워한 사람이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계신 곳이 포천 땅인 부인터 공동묘지였다. 그래서 포천은 김종삼 시인에 있어 그의 영혼의 마지막 고향인 셈이다.

 

그의 시비는 93년 광릉수목원 길가에 세워졌다.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사정에 따라 소흘읍 주민대표들이 포천시청의 도움으로 2011년 12월 21일 이곳 고모호수공원으로 이전했다. 시비는 두 개의 타원형으로 이뤄진 특이한 형태이다. 아랫돌에는 ‘민간인’이, 윗돌에는 ‘북치는 소년’이라는 그의 시가 새겨져 있다.

 

그럼 ‘고모리’는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어떤 사람이 늙은 고모님(할미)을 모시고 산 밑에서 살았다고 해 붙여졌다. 할미가 외로이 세상을 떠났는데 그를 매장한 묘 앞에 개설된 마을이라고 해 ‘고뫼앞’ 또는 ‘고묘·고모’라 했으며 이런 이유에서 동네의 명칭이 ‘고모리’가 됐다.

 

고모리 저수지는 해발 600m인 포천 죽엽산 중심부에 있는 1300천톤 저수량을 자랑한다. 아름다운 둘레길, 분수, 쉼터 등도 조성돼 있다. 면적은 0.18㎢이고 둘레길 거리는 40분 거리인 2.6km이다. 주변 카페, 갤러리, 레스토랑 등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쾌적한 산책로 코스로 잘 알려진 곳이다.

 

특히 이곳은 광릉숲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핵심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이란 ‘1971년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 계획(MAB, Man and Biosphere)’에 따라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통해 지역민이 다양한 혜택을 얻고 이익을 다시 생물다양성 보전에 활용하기 위해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태계 지역을 말한다.

▲ 김종삼 시인     ©

기사입력: 2022/08/07 [11:23]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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