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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들, 세월호 참회 글 눈길
[서평] ncck출판 <곁에 머물다>
 
김철관   기사입력  2015/02/13 [11:31]
▲ 표디     © 김철관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하는 신학자들의 참회와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 눈길을 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세월호대책위원회가 펴낸 <곁에 머물다>(한국기독교서회, 2014년 12월)는 50여명의 신학자들이 교파, 직위, 성별, 나이 등과 관계없이 세월호 참사의 심각성에 공감하면서 유족들과 고통을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의미에서 출판했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이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해 탑승자 476명 중 172명만이 구조되고, 단원고 학생 등 300여명(295명 사망, 9명 실종)이 사망․실종된 대형 여객선 해상사고이다. 

2014년 4월 16일은 평범한 날이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그날은 더 이상 어느 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날은 아니었다. 이날은 우리 시대가 은폐하고 있는 진리가 우리 삶 속으로 난입한 사건이었다. 이 책은 그날을 잊지 않고 기억함으로써 슬픈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이 땅의 신학자들의 저항의 몸짓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4월 16일 이래 세월호 참사 관련한 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기독교 입장을 담은 책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세월호 참사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광화문에 모였던 기독교 성직자들의 마음을 담았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흘리는 눈물을 기억하며 참회할 때에만 ‘세월호 이후’의 사회에 희망이 있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만 돌리면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생존자들이 우리 곁에서 지금도 울고 있다. 당신의 목숨을 내주면서까지 고통 받는 인간의 곁이 되어주었던 예수 그리스도가 오늘 우리에게 말한다. ‘내가 여러분의 곁이 되어준 것 같이 여러분도 서로 곁이 되어주십시오’ 서로 곁이 되어주는 것, 치유와 구원이 거기에 있다.” -편집후기 중에서- 

먼저 이 책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비민주사회가 낳은 비극이라고 밝힌 한 성직자의 글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박충구(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자는 “세월호 사건은 한국 사회의 정치윤리수준의 바닥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이 사회에 존재하는 교회의 모습도 피할 수 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세월호 사건읜 비민주사회가 낳은 비극이다. 천문학적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거대한 시스템을 가진 권력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할 관료들의 도덕성은 바닥이었습니다. 비민주사회에서 사람의 생명을 지켜낼 권력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중략) 자식을 잃고 오열하던 유가족이 요구하던 것은 생명을 지켜줄 장치를 마련해 그나마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의 의미를 찾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비정한 권력은 이 요구조차 외면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분명한 사실은 우리 모두가 이 비극의 형성에 집단적 책임이 있다는 글도 있다. 

서청원(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경제적 성취와 성공에 눈이 먼 무사인일, 인간의 생명을 무시한 물질적 우선주의를 들고 있다. 그는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현실적 이데올로기가 엄청난 재앙이 돼 우리 이웃과 채 피어나지 못한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을 덮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허오익(대신학대학교) 신학자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이 군부통치의 정치질서의 실체가 드러난 사건이라면 4,16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사적이익과 집단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빌려온 무수한 불법과 비리와 관행이 축척돼 폭발한 사건이라고 규정짓고 있다. 한 마디로 천민자본주의 경제 질서의 총체적인 모순의 실체와 사이비종교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 트래블러스 보험사 관리감독자였던 하인리히(H. W. Heinrich)가 주창해 하인리히 법칙으로 알려진 ‘1:29:300법칙’에 대해 설명하면서 세월호 사건의 이면을 밝히고 있다. 

“산업재해로 중상자 1명이 나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 29명이 있었으며, 역시 같은 원인으로 부상당할 뻔한 아찔한 순간을 겪은 사람이 이미 300명이나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하인리히 법칙은 노동현장 재해뿐 아니라 각종 사고나 재난, 또는 사회적 경제적 개인적 위가나 실패와 관련된 법칙으로 확장해석 되고 있다. 세월호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책 부록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촛불기도회(2014년 5월 20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한국교회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회자 1000인 선언(2014년 5월 29일), 특별법 제정 촉구 1000만인 서명운동(2014년 6월 1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공개토론회( 2014년 6월 17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구조를 염원하는 팽목항 기도회(2014년 9월 12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기독인 연합 기도회(2014년 10월 27일) 등의 사진은 세월호 참사 이후 일부 양심 있는 기독교 성직자들의 활동을 말해 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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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2/13 [11: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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