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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안간 길을 간 남경필의 상생·연정…조희연은?
[기자의 창] 서두르지 말고 남경필이나 이재정 모델을 배워야
 
김진오   기사입력  2014/11/25 [15:01]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자체 역사상, 아니 한국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야당과 연정의 닻을 올렸다. 남 지사는 지난 6월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이후 야당인 새정치연합에 부지사 추천을 끈질기게 요구한 뒤 5개월 여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6월 남 지사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부했으나 경기도의 우호적인 여론에다 도지사 선거 경쟁자였던 김진표 전 부총리 등이 새정치연합 경기도 의원들을 설득한 끝에 야당의 도의원들은 지난 23일에 이어 24일 토론과 표결을 거쳐 이기우 전 의원을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에 추천했다.
 
경기도의회 의원들은 24일 남 지사에게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 후보에 대한 추천자 서류를 남 지사에게 전달했다. 야당과의 연정과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는 남경필 지사의 뚝심에 야당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협력을 결정한 것이다. 남 지사는 야당이 누구를 추천하든지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만큼 이기우 전 의원을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에 임명할 예정이다.
 
남 지사는 지난 23일 "오늘 중 야당에서 사회통합부지사 후보 추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안다"며 "누구를 후보로 추천하던지 임명하고 인사권과 예산권을 주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사회통합부지사에 인사와 예산권을 주기로 한 만큼 경기도의 보건복지와 여성가족국, 대회협력 담당관 인사와 업무, 그러니까 복지분야의 인사와 예산 편성권이 야당의 손에 넘어가게 생겼다.
 
사회통합부지사가 관할하는 3개 국은 전체 도청 공무원 수의 10%에 불과하지만 예산으로 따진다면 연간 4조 2,300억원으로 경기도 전체 예산의 4분의 1을 집행한다.
 
부지사에 추천된 이기우 전 의원은 복지와 여성 분야의 사실상 도지사나 다름없다. 남경필 지사는 중앙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지원과 생활임금제를 도입하는 등 야당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남경필 지사는 분권형 도지사제를 정착시키겠다는 나름의 소신을 갖고 있다. 5선의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중앙 정치의 폐해, 이른바 지역할거주의와 편가르기, 승자독식 정치체제가 지자체를 넘어 민간 부문에까지 널리 확산된데 대해 환멸을 해온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그는 "내 권한을 야당에 내준다며 여당 내에서 비판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지만 그럴지라도 내 것을 내놓지 않고서는 사회통합은 요원하며 우리나라가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다는 것이 중앙정치에서 배운 소신이라"고 못 박았다.
 
남 지사의 상생·연정 실험은 성공 여부와 별개로 보수·진보라는 진영 논리와 영호남이라는 지역 갈등에 찌든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개헌론이 봇물이 터지기 일보 직전인 여의도 정치권에 분권형 개헌론에 시위를 당길 개연성도 있다. 분권형, 연정, 상생은 승자독식체제를 깨고 권력을 나누고 쪼개는 집단지도체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야의 개헌론자들이 구상하고 있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와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여·야 지도부가 남경필 도지사의 연정·상생의 도정이 성공하도록 적극 돕는다면 그들의 개헌론이 그만큼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남경필 도지사 실험의 착근과 성공 여부는 경기도민과 언론의 협력에 달려 있지만 중앙 정치권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반면에 대표적인 진보 진영 출신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개혁을 한답시고 계속 교육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진영의 논리가 아닌 백년대계와 부모된 심정에서 다뤘으면 좋을 텐데,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밀어붙이려는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지정 취소 파문에 이어 유치원 수업 한두 시간 축소 추진 등이 그렇다. 유치원 수업을 1-2시간 단축하면 유치원 선생님들은 반길지 모르나 맞벌이 학부모들은 당황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임자였던 곽노현(진보), 문용린(보수) 전 교육감의 교육개혁 추진 형태와 별로 다르지 않다.
 
교육부와 새누리당, 보수층, 보수 언론의 반발, 비판이 지나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을 정책을 제시하고 추진했으면 좋을 것을, 뭔가에 쫓기는 듯한 형태다.
 
공약의 추진이라고 강변할지라도 서울시에는 보수적인 학부모도 있고 진보 성향의 학부모도, 중도적인 학부모와 학생들도 있는 만큼 그들의 요구와 의사를 충분히 섭력한 뒤 설득해 가며 서서히 추진해도 늦지 않다. 교육정책은 전광석화처럼 개혁을 해야 하는 적폐와 부패 청산 같은 개혁정책과는 성격이 다르다.
 
조 교육감에게는 3년 7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다.
 
교육계의 한 인사는 "조희연 교육감은 남경필 지사나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에게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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