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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형유산 종묘제례악, 시민에게 감동주다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국악원이 함께 한 종묘제례악 공연
 
김영조   기사입력  2014/07/18 [18:22]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었으며, 2001년 5월 18일 유네스코에 의해 종묘제례와 함께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선정되어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이 어제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연주되었다. 이 연주는 국립국악원과 국립고궁박물관이 종묘의 유·무형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 ‘종묘’ 특별전 개최를 기념하여, 특별전에 대한 전시해설과 악樂·가歌·무舞가 어우러진 종합예술인 종묘제례악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였다.
 
▲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있었던 종묘제례악 연주 모습     ©김영조

조선은 좌묘우사(左廟右社)의 법도에 따라 주궁인 경복궁을 중심으로 왼쪽에 종묘, 오른쪽에 사직단을 두었다. 그리고 해마다 종묘와 사직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나라의 가장 큰 일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에 ‘종묘사직(宗廟社稷)’이란 말은 나라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특히 조선 왕실의 역대 임금과 왕비들의 위패를 모신 유교 사당인 종묘에서 지내는 제사 의식 곧 종묘제례는 나라의 아주 중요한 의식이었고, 이 제례에서는 장엄하면서도 절도 있는 음악과 함께 조상신을 기쁘게 하기 위한 춤을 추는 ‘종묘제례악’이 있어왔다.

공연은 먼저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 송지원 실장의 해설이 있은 뒤 오른쪽에 서 있던 집사악사(執事樂師)가 우렁찬 소리로 “드오”라고 지시한 뒤 축(柷)이 세 번, 절고(節鼓)가 한 번, 이렇게 3회 반복하고 집박이 박(拍)을 한번 친 뒤 음악이 시작되었다.

종묘제례악은 악기로 연주하는 기악(器樂), 노래로 부르는 악장(樂章), 그리고 의식무용인 일무(佾舞), 이렇게 악가무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기악곡은 "정대업"(定大業)과 "보태평"(保太平)이고, 일무는 문무(文舞)와 무무(武舞)이며, 악장은 종묘악장(宗廟樂章)이다. 기악합주의 경우 악기의 배치에 따라서 댓돌 위에서 연주하는 등가악(登歌樂)과 댓돌 아래의 앞뜰에서 연주하는 헌가악(軒架樂)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장소가 충분치 않아 기악곡도 일부만 연주되고, 일무도 원래의 36명이 아닌 2명이 간소하게 보여준다. 

▲ 집박을 맡은 양명석 명인(왼쪽)과 해설하는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 송지원 실장     © 김영조
▲ 종묘졔례악을 여는 악기 축(柷, 왼쪽))과 음악의 끝을 알리는 어(敔)를 연주하는 모습     © 김영조
▲ 《세종실록 》에도 등장했던 편경의 연주 모습     © 김영조

 
먼저 종묘제례악은 다른 음악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악기들의 향연이다. 특히 《세종실록》 회례연에 나오는 편경(編磬)과 편종(編鐘)은 물론 종묘제례악의 시작을 알리는 악기로 네모난 나무통 위에 구멍을 뚫어 나무 방망이로 내리치는 축(柷)이 선보인다. 또 호랑이를 본뜬 모양으로 등줄기가 톱날처럼 생긴 악기 어(敔)는 둥근 대나무 끝을 아홉 갈래로 쪼갠 채를 써서 호랑이의 머리를 세 번 치고는 꼬리 쪽으로 한 번 훑어 내려 음악의 끝을 알린다.

또 일무(佾舞)는 문덕(文德)을 찬양하는 문무(文舞)인 보태평지무(保太平之舞)와 무덕(武德)을 찬양하는 무무(武舞)가 있다. 문무는 오른손에 꿩의 깃털을 단 적(笛), 왼손에 피리 종류인 약(籥)을 들고 춘다. 반면에 무무를 출 때는 칼과 창, 활과 화살을 들고 추는데 역대 임금들이 문덕(文德)만이 아닌 무예도 출중했음을 상징하고 있다. 

공연은 무대로서는 충분치 않은 고궁박물관 앞 계단에서 한 탓으로 일무도 기악곡도 간소하게 해야 했지만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종묘제례악을 듣고 종묘제례악이나 문묘제례악에서만 연주되는 악기들을 가까이서 보며 그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귀한 기회가 되었다. 특히 연주 장소가 경복궁 안의 고궁박물관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고, 특히 외국인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처음 듣는 이들은 종묘제례악이 쉽게 소화할 수 없었을 수도 있었지만 도중에 자리를 뜨는 사람이 별로 없이 청중들은 큰 관심으로 지켜보았다.
 
▲ 문덕(文德)을 찬양하는 문무(文舞). 오른손에 꿩의 깃털을 단 적(笛), 왼손에 피리 종류인 약(籥)을 들고 춘다.     © 김영조
▲ 무덕(武德)을 찬양하는 무무(武舞). 칼과 창, 활과 화살을 들고 춘다.     © 김영조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왔다는 정일선(47, 주부) 씨는 “종묘제례악을 꼭 한번 듣고 싶었는데 오늘 소원을 풀었다. 특히 종묘제례악을 처음 듣는데도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굉장히 장중하고 “나라”라는 의미가 가슴 깊이 밀려오는 듯해 감동스러웠다. 충분한 설명과 함께 들어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앞으로 이렇게 종묘제례악을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면 큰 호응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우리의 귀중한 자산인 문화 특히 그 가운데서도 세계가 인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은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장중하게 울렸고, 조선의 역대 임금들은 하늘에서 흐뭇했을 것이다. 또 함께 한 시민들의 국가의식이 한층 고조되었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한 시간 가량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공연이 끝난 뒤 환한 모습으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 종묘제례악에는 종묘악장(宗廟樂章)도 빠지지 않는다.     © 김영조
▲ 대금(왼쪽)과 해금의 연주     © 김영조

 
▲ 무대 앞에 놓인 객석을 모두 채우고 뒤에 서서 듣는 청중들. 외국인들도 여럿 보인다.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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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7/18 [18:2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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