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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독주? 나홀로 대통령 없다!”
청와대, 중앙일보 ‘대통령 독주’ 기사에 '나홀로 대통령은 없다‘ 반박 내
 
이명훈   기사입력  2005/08/19 [16:36]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기사로 쓴 불법도감청 사건에 연루되어 타격을 입고 있는 <중앙일보>와 얼마전 <동아일보>의'40대 장관 없어서 국정 엉망인가'라는 사설 기사로 난타전을 치룬 청와대가 <중앙일보>에 대한 반박과 전면적인 맞대응으로 또다시 난타전이 벌어졌다. 

특히 청와대가 <조중동> 등 수구언론에 대해 강경한 입장표명과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자세전환은 '언론과의 힘겨루기'가 아닌, 과거 정-언 유착을 통해 부패된 사회구조악의 고리를 끊어버리려는 개혁적인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 <중앙일보> 18일자 기사 - 대통령 '밤의구상', 참모들 "어지럽다"     © 중앙일보 PDF 
청와대는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중앙일보> 18일자 1면 머리에 실린 ‘요즘 청와대에선…’이라는 제목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 기사(대통령 '밤의 구상', 참모들 어지럽다)가 대통령 홀로 국정운영을 좌지우지하던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간 듯한 인상마저 받게 한다며, 박약한 근거만으로 일방적으로 사실인양 기사화해도 되냐고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기사에서 '요동치는 청와대에서 분명한 특징은 대통령의 독주다. 평소 노 대통령은 토론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그런 것 같지도 않다'라는 근거로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국정원 도·감청 사실 고백 주문, 8·15 경축사 등의 발언과 현안 처리과정을 예로들며 노 대통령을 홀로 모든 것을 구상하는 '독주자'로 묘사했다.

청와대는 반박에서 대연정은 여러 차례 관련 보고를 받고 상당 기간 참모들과의 논의를 거쳐 지역구도 극복 등 정치구조 개혁을 위한 대안으로 제안한 것이므로 ‘대통령 독주’의 근거로는 맞지 않는다, 국정원 도·감청 사실 고백 주문도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지시였으므로 이를 ‘독주’의 근거로 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8·15 경축사는 참모들과의 독회를 거쳐 최종 문구를 고치지는 않았더라도 수차례 관련 보고와 각종 논의 등의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된 것이며,  ‘분열 극복’의 주제는 그동안 국무회의 간담회 등 수차례에 걸쳐 제기된 의제이고, 언론에서 문제를 삼았던 ‘국가기관 불법행위 시효배제’ 문제 역시 그동안 이미 제기됐던 의제들이라 대통령이 이를 본격적인 공론으로 제기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독주’로 연결시키는 발상은 상식적인 이해의 틀을 벗어난다고 공박했다.

청와대는 또 중요한 의제에 대해 대통령이 연설과 편지를 직접 집필하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그 진정성과 성의를 평가받아야 마땅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중앙일보>의 "대통령의 구상과 집필은 대부분 늦은 저녁 북악산 기슭의 관저에서 홀로 이뤄진다. 다음날이면 이 구상은 다수에게 공개된다. 사실상의 발표다"라는 내용에 대해 청와대는 대목을 덧붙여 ‘대통령의 독주’를 뒷받침하는 그럴듯한 ‘소품’으로 이용한다며, ‘밤’이라는 어휘가 주는 어딘가 음모적인 이미지를 연상시켜 '대통령 밤의 구상'으로 제목을 지은 것은 어느정도 성공했다고 비꼬았다.
 
청와대는 '참모들이 “어지럽다”'라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 아무리 참모라 하더라도 사안에 따라서 헷갈리는 사람이 100중 한두 명은 있게 마련이라며, ‘토론공화국’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참모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상황을 두고 ‘독주’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얼마나 황당하겠냐며 참여정부 청와대에 ‘분권형 대통령’은 있지만, ‘나홀로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중앙일보>의 기사에 일침을 가했다.
 
다음은 청와대의 <중앙일보>‘요즘 청와대에선…’ 기사에 대한 반론 전문


‘분권형 대통령’은 있지만 ‘나홀로 대통령’은 없다

중앙일보 18일자 1면 머리에 실린 ‘요즘 청와대에선…’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일부 사실을 짜깁기해서 허구의 이미지를 ‘창조’해낸 부정확하고 부적절한 보도다. 특히,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 기사 중 윗부분인 ‘대통령 ‘밤의 구상’’이란 제목과 ‘대통령 독주 어디까지’라는 소제목으로 봐서는 흡사 청와대가 대통령 홀로 국정운영을 좌지우지하던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간 듯한 인상마저 받게 한다.

기사에서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이어갔지만, 결국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아마도 “요동치는 청와대에서 분명한 특징은 대통령의 독주다”라는 부분인 듯싶다. 누구나 ‘참모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좋아하는 대통령’으로 알고 있는데, 이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상황은 그런 것 같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든 것은 대연정 제안, 국정원 도·감청 사실 고백 주문, 8·15 경축사 등이다. 과연 그런가? 우선 대연정은 여러 차례 관련 보고를 받고 상당 기간 참모들과의 논의를 거쳐 지역구도 극복 등 정치구조 개혁을 위한 대안으로 제안한 것이므로 ‘대통령 독주’의 근거로는 맞지 않는다. 국정원 도·감청 사실 고백 주문도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지시였으므로 이를 ‘독주’의 근거로 드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 같다. 혹시 참모들과 논의해서 사실을 은폐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라면.

8·15 경축사와 관련해선 발표 직후 고위관계자가 “과거사를 염두에 둔 것 같다”고 했는데 대통령은 다음날 아니라고 했고, 참모들에게 원고가 전날 전달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8·15 경축사는 기사에서 주장하듯 참모들과의 독회를 거쳐 최종 문구를 고치지는 않았더라도 수차례 관련 보고와 각종 논의 등의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된 것이다.

경축사의 내용 중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분열 극복’의 주제는 그동안 국무회의 간담회 등 수차례에 걸쳐 제기된 의제이다. 언론에서 문제를 삼았던 ‘국가기관 불법행위 시효배제’ 문제 역시 그동안 이미 제기됐던 의제들이고 대통령이 이를 본격적인 공론으로 제기한 것이다.

특히 과거사건의 시효배제 혹은 조정의 예가 5·18특별법이나 국제규약 등 외국의 입법례에도 있는 만큼 극히 예외적인 경우 공론화 과정에서 합리적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제기한 것이지 무슨 새로운 주장을 ‘선포’한 게 아니다. 위헌 논란으로 바로 비약할 정도의 내용이 아니다. 물론 우리의 정치환경을 고려해서 여러 가지 오해의 경우를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는 노력이 참모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바로 ‘대통령의 독주’로 연결시키는 발상은 상식적인 이해의 틀을 벗어난다.

이와 관련해서, 대통령이 연설과 편지를 직접 집필하는 것을 비판하는 일부 언론의 주장도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었다. 대통령의 많은 연설은 관련 부서 참모들의 의견을 취합해 연설 담당 비서진이 집필하고 대통령과 참모들이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필생의 정치적 소망이 담긴 연정 제안이나 분열극복이라는 국가 제1의 과제를 제기한 8·15 경축사 같이 중요한 내용은 대통령이 직접 집필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 아닌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연설은 연설하는 사람이 직접 쓰는 경우가 적지 않고 오히려 그런 경우는 더욱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대통령이 국가 전체적 안목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제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데 참모들이 써 준 원고를 받아 읽기만 하라는 것인가? 중요한 의제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집필하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그 진정성과 성의를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참으로 고약하고 답답한 노릇은 “대통령의 구상과 집필은 대부분 늦은 저녁 북악산 기슭의 관저에서 홀로 이뤄진다. 다음날이면 이 구상은 다수에게 공개된다. 사실상의 발표다”라는 대목을 덧붙여 ‘대통령의 독주’를 뒷받침하는 그럴듯한 ‘소품’으로 이용한 대목이다. 궁금한 게 하나 있다. 대통령의 구상과 집필이 늦은 밤에 홀로 이뤄진다고 단정하는 근거가 뭔가. 혼자서 밤에만 ‘구상’한다는 대통령 이야기는 여태까지 들어보지 못한 탓에 되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각종 보고서를 받아보면서, 또는 회의를 주재하면서, 혹은 각계 인사를 만나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메모도 자주 한다. 이런 과정이야말로 대통령의 구상과 집필에서 핵심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 글을 쓰는 시간이 낮이면 어떻고, 또 밤이면 어떤가. 아마도 ‘밤’이라는 어휘가 주는 어딘가 음모적인 이미지를 연상한 듯도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라면 ‘대통령 ‘밤의 구상’’이라는 제목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아랫부분 기사 ‘참모들이 “어지럽다”’라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선 설사 그렇게 토로하는 참모들이 있더라도 한두 명 아닌가 싶다는 점만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 아무리 참모라 하더라도 사안에 따라서 헷갈리는 사람이 100중 한두 명은 있게 마련이다.

대통령이 ‘독주’하고 있다면, 이건 예삿일이 아니다. 따라서 사안의 중요성으로 봤을 때 이런 엄청난 주장을 이렇게 박약한 근거만으로 일방적으로 사실인양 기사화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유례가 없을 정도의 ‘분권’으로 총리가 일상적인 국정운영을 책임지도록 하고, ‘토론공화국’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참모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상황을 두고 ‘독주’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지금 이 시간에도 참모들이 접하는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한치도 변하지 않고 초지일관 쟁점에 대해 토론하고, 때로는 격론을 벌이면서 생산적인 대안을 찾아가고 있다. 기사 내용과 달리 여전히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덧붙여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하게 밝혀두고 싶다. 참여정부 청와대에 ‘분권형 대통령’은 있지만, ‘나홀로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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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8/19 [16: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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