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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署, “비리경찰 봐 달라” 금품 제공
경찰서 명의로 계좌송금, 검은돈 고위층까지 상납 의혹 커져
 
강성태   기사입력  2005/04/16 [13:23]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성추행 피의자로부터 합의명목으로 수백만 원의 금품을 요구한 경찰에게 징계는커녕 오히려 비리사실을 은폐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남대문경찰서는 이 사실이 일부 언론에 알려지자 감사를 담당해야할 청문감사실의 고위 간부까지 나서 사건무마를 청탁하는가 하면, 향응과 금품까지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조직 내 체계적 상납의혹을 짙게 한다.
 
지난해 4월 29일 여성청소년계에 근무하던 ㄱ경찰은 성추행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에게 “합의를 주선 하겠다. 200만원만 준비해라”며 사건브로커를 통해 돈을 뜯어내려다 피의자의 제보로 언론에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남대문경찰서는 자체 경찰비리에 대해 감사를 벌이기는커녕 오히려 청문감사실의 고위직 간부가 해당 언론사를 직접 찾아가 “사건을 무마해 달라”는 해괴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남대문경찰서는 또 “ㄱ경찰은 현재 진급을 앞두고 있다. 인터넷에 올려진 기사만 삭제 시켜준다면 진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50만원의 접대비를 보내왔고, 곧 이어 ㄱ경찰은 순경에서 경장으로 진급했다.
 
접대비 명목으로 보내온 돈은 은행계좌를 통해 보내왔으며, 당시 송금의뢰인은 남대문경찰서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게다가 비리경찰에 대한 징계는커녕 오히려 비리경찰의 진급을 위해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는 조직의 돈이 동원됐다는 것은 조직 내 고위층까지 비리가 연루됐거나 검은돈이 체계적으로 상납돼 왔다는 의혹을 구체화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구속될 수 있다. 합의금 가져와라”
경찰이 공갈협박에 합의금까지 요구

 
이번 사건의 발생과정을 보면, ㅎ씨는 지난해 4월 29일 새벽 만취된 상태에서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모 찜질방에 갔다가 옆자리에 누워있는 A양(26세)의 몸을 만진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만취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사건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던 ㅎ씨는 다음날 어느 정도 술이 깨어 남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계의 ㄱ경찰(36세)에게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구속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상황의 심각함을 깨닫게 됐다.
 
ㅎ씨는 '구속수사가 원칙'이라는 담당 경찰의 말에 기억에도 없는 사건 자체를 담당경찰이 꾸미는 조서대로 인정하게 됐고, 이후 '피해자와 합의를 주선해 주겠다'는 제안과 함께 합의금을 요구 받게 됐다.
 
경찰 ㄱ씨, "내가 합의를 주선하겠다. 200만원만 준비해라"
 
조사과정에서 ㄱ경찰은 성추행 범죄와 관련, 법정 최고형에 해당하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운운하며 H씨에게 겁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ㄱ경찰은 "성추행 범죄의 경우 통상적으로 벌금만 3-400만원 정도 나온다"며 "내가 합의를 하게 해주겠다. 합의금으로 200만 원 정도를 준비해라"고 말했다.
 
ㄱ경찰은 특히 피의자 ㅎ씨가 피해자와 직접 합의를 보려하자 “연락처를 가르쳐 줄 수 없다. 나를 통해서 합의를 하면 된다”며 사건 브로커를 자청하기도 했다.
 
또 ㅎ씨가 합의방법을 의논하기 위해 만나는 과정에서도 ㄱ경찰은 "경찰서가 아닌 인근 커피숖으로 나오라"고 말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ㄱ경찰 "ㅎ씨가 살려 달라고 말해 도움을 주려고 커피숖에서 만나 합의금으로 200만 원 정도 든다고 말했다"고 시인하면서도, "합의금을 받아 내가 챙기려고 한 것은 아니며 피의자가 형 같은 마음이 들어 도와주려고 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남대문署, 체계적 상납관행 의혹, 무마 위해 '쉬쉬'
성추행 피의자 금품요구한 경찰 '감싸기 식' 감사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남대문경찰서는 자체 청문감사를 열고, ㄱ경찰에게 경징계 조치를 내렸다.
 
청문감사담당자는 "관련 경찰이 사건 피의자를 따로 만나 합의조건으로 돈을 요구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 "그러나 사건 피의자가 관련 경찰의 징계를 원치 않아 가벼운 징계조치로 마무리 지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대문경찰서가 실시한 청문감사는 비리경찰에 대한 감사보다는 비리경찰 감싸기로 일관하는 등 실질적인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청문감사실은 감사과정에서 문제의 경찰이 경찰서가 아닌 인근의 커피숖에서 성폭력 피의자와 만나 '합의를 주선하겠다. 2-3일내로 2백만 원을 가져와라'는 등의 비리 내용을 확인하고도 "피의자를 도우려는 마음이 앞선 것 같다"며 '제 식구 감싸기 식'의 감사를 벌였다.
 
또 합의금을 요구한 이 경찰은 성추행 사건의 담당이 아닌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는데도 담당 조사경찰의 묵인 또는 동조의혹에 대한 문제는 일체 언급되지 않았다.
 
청문감사담당은 "피의자가 관련경찰에 대해 징계를 원치 않아 경징계를 내렸다"고 해명했으나, 이 피의자가 현재 성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성추행=비리경찰'이라는 빅딜이 이뤄졌지 않겠냐는 의문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일선경찰들의 절도, 성폭력 등 잇따른 사회범죄로 경찰의 위상이 창립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도 '비리경찰 감싸기 식'의 감사와 징계가 이뤄졌다는 부분은 조직 내 상납관행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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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4/16 [13: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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