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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의 '적대적인' 강남관련 보도 비판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한 강남비판이 지역격차 해소한다
 
황진태   기사입력  2004/01/08 [08:46]

서울과 지방 그리고 서울 내 강북과 강남의 빈부차에 대한 고민은 ‘정론지’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게 공기(公器)의 사회적 책무다.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새해 신년으로 기획된 조선일보의 ‘우리 이웃의 삶을 들여다 보셨습니까’ 같은 가식적인 이벤트성 지배층의 눈요기 기사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 그간 조선일보 스스로가 얼마나 “우리 이웃의 삶을 들여다 보셨”는가 자문을 바란다.

반면 한겨레의 경우 ‘인터넷 한겨레’만 보더라도 ‘빈익빈 부익부’, ‘집값 부동산 정책’ 등의 토론방 운영을 통해서 꾸준하게 담론제기를 해왔던 것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빈부에 대한 의제를 설정하고, 토론을 조성할 때 합리적인 근거가 개진되지 않는다면 비만언론의 무차별한 마타도어를 닮아갈 뿐이다. 1월7일자 인터넷 한겨레의 기사도 그러한 가능성이 있기에 지적하고자 한다.

강남만 나오면 ‘빈부격차’ 범주에 포함되나

▲한겨레 신문 7일자 기사, 승용차 네대중 한대 ‘강남권’소속     ©한겨레신문
한겨레 1월 7일자 한겨레 길윤형 기자가 “승용차 네대중 한대 ‘강남권’소속”이란 사회면 기사를 썼다. 언뜻 기사제목만 보더라도 빈부격차에 대한 문제제기임을 예상할 수 있다. 길 기자의 기사가 [빈부격차] 범주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은 분명히 빈부격차를 제기한 것이 맞겠다. 하지만 직접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본 기자는 그러한 빈부격차와는 상당히 멀다고 생각했다. 그럼 길 기자의 기사 일부를 보자.

“서울 승용차 네 대 가운데 한 대는 ‘강남 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승용차 203만8379대 가운데 26.4%인 53만9294대가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이른바 ‘강남권 4개구’출신이라고 6일 밝혔다. 25개 구 가운데 자동차 등록대수가 가장 많았던 곳은 강남구(17만7949대)였고, 송파구(14만2960대), 서초구(12만4485대) 등 강남권에 속한 구였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노원구(11만6826대)가 4위를 차지했다. 이에 견줘 차가 적은 구는 중구(3만7831대), 종로구(3만8658대) 등 도심에 속한 구였다.”

길 기자는 그저 서울시에서 나온 자동차 등록 통계라는 평범한 보고서만을 가지고 ‘강남 차’를 강조하며 빈부격차와 연결하고자 하는 억지논리를 구사하고 있다. 과연 자동차 등록 수치만을 가지고 서울의 빈부를 결정하는 잣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한국과는 다른 미국의 자동차 문화를 예로 들어보자.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미국은 넓은 국토로 인하여 슈퍼마켓을 한 번 가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행동범위가 무척 넓기 때문에 자동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생활방식과 상황을 무시하고서 단지 미국에 자동차대수가 많음을 들어 빈부격차를 논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마찬가지로 미국만큼이나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국, 한국은 과거와는 현저히 생활패턴이 변화되었고 그 변화의 첨단에 있는 서울에 대해서도 단순히 자동차대수만을 가지고서 빈부격차의 판단잣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음에서 좀 더 면밀히 살펴보자.

통계를 적용하는 방법의 오류

길 기자가 내세운 서울에서 승용차 네대 중에 한대가 ‘강남권’인 것이 그렇게 격차를 느낄 정도의 수치가 될 수 있을까. 서울을 단순히 4분할하여 강북구, 강동구, 강서구, 강남구로 나누어도 네대 중에 한대를 갖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뭣보다 길 기자는 빈부격차로 문제제시를 하고자 했으면 강남보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떨어지는 –강남과는 대척지역이라 할 수 있는- 강북 노원구가 서울시에서 강남권 다음으로 자동차 등록수가 많음은 어떻게 설명되야 하는가. 물론 길 기자는 노원구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된’ 곳이라고 덧붙였지만 -물론 본 기자도 노원구 상계동이 세계최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인 것은 인정하나- 강남 송파구도 상당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 서있음을 동시에 생각해보면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노원구에 대해서는 강남권 다음으로 차가 많다는 것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곳이라고 덧붙이면서까지 강남차가 많은 것을 빈부격차와 관련이 있다는 억지논리가 왜 강북에 속하는 가장 차가 적은 지역인 중구, 종로구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 가다. 중구와 종로구에 대해서는 ‘인구 공동화 현상’을 언급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 또한 기자의 주장을 약화시킬 뿐이다.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한 강남비판이 지역격차 해소

길 기자의 결론은 결국, 차가 많이 등록된 곳은 부유하고, 상대적으로 적게 등록된 곳은 가난하다는 주장을 내세운 듯 하다. 허나 이번 기사와 같은 억지논리는 오히려 비합리적인 부를 축적한 이들에 대한 반대논리를 제공해줄 뿐이다. 오히려 단순히 차 등록수의 통계를 이용하기 보다는 고급차, 외제차 등록 수 등의 통계나 최근 강남의 도산대로 인근에 외제고급차 사업소가 모여드는 상황 등의 자료를 이용하여 기사를 썼었다면 기사의 범주인 ‘빈부격차’에도 합리적으로 부합되고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본다.

혹시나 오해를 살까 해서 첨언하는 데 본 기자는 노원구에 태어나 살고 있어서 강북에 대한 강남과의 빈부격차를 오래 전부터 체감하고 있다. 이번 쓴소리가 강남을 옹호하고 길 기자의 선의를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니 없음을 알아 주셨으면 한다. 앞으로 사회 각층의 예리한 기사를 기대하겠다./사회부기자                

보태는 말: 1월 7일자 인터넷 한겨레의 ‘가장 많이 본 기사’로 오세훈 의원 기사 다음으로 ‘도곡동 타워팰리스서 80대 할머니 투신’ 기사였다. 미디어 다음에서 이 기사에 대한 반응을 보면은 ‘타워팰리스’ 단어로 인하여 사회에서 소외된 할머니 개인의 죽음에 대한 관심은 말소되고 부의 상대적 박탈감 등의 푸념이 죽음의 뒤를 채우고 있었다. 이러한 네티즌과 비슷한 생각이 반영된 인터넷 한겨레에서는 이 기사를 ‘화제’로 실었는데 사람의 죽음이 흥미위주로 전락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그저 연합뉴스 속보기사를 그대로 싣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사회구조적인 본질적인 면에 대한 언급을 달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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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1/08 [08:4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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