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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루이 15세, 천민 출신 여성과의 숨겨진 사랑 이야기
[임순혜의 영화나들이] 베르사유궁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과 욕망 ‘잔 뒤 바리’
 
임순혜   기사입력  2024/04/08 [16:06]

영화 ‘잔 뒤 바리’는 제76회 칸 영화제 개봉작으로 선정돼 화제가 된 영화로, 역사상 가장 화려한 삶을 살았던 루이 15세의 숨겨진 마지막 사랑 이야기로, 정부 자리까지 오른 천민 출신 여성 잔 뒤 바리의 일생을 다룬 역사 영화다.

 

▲ 영화 ‘잔 뒤 바리’ 의 한 장면  © (주)태양미디어그룹


‘잔 뒤 바리’는 ‘경찰들’로 6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고, 수많은 문제작으로 세자르, 뮌헨, 칸 등 여러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은 마이웬 감독의 신작으로 18세기 베르사유의 은밀한 로맨티시즘을 과감한 시각적 스펙터클로 녹여낸 영화다.

 

잔 뒤 바리는 1743년에 태어나 1793년 결국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는데, 그녀는 천민 출신으로 젊은 시절 몸을 파는 여성이었으며, 프랑스 전성기 루이 15세의 공식적인 마지막 정부로 알려져 있다.

 

▲ 영화 ‘잔 뒤 바리’의 한 장면     ©(주)태양미디어그룹

 

1743년 가난한 재봉사의 사생아로 태어난 잔느 보베르니에는 자유로운 삶을 향한 욕망을 감추지 못해 수도원에서 쫓겨난 후, 구차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자신의 성적 매력을 이용하는 길을 선택하게 되고, 성인이 된 후, 사교계의 여자로 이름을 날리던 중 베리 백작의 계획으로 루이 15세 앞까지 얼굴을 보이는 기회를 얻게 된다.

 

루이 15세는 잔느에게 첫 눈에 반하게 되고, 천민인 그녀를 급기야 베르사유 궁에 몰래 들여 함께 은밀한 생활을 하게 된다.

 

▲ 영화 ‘잔 뒤 바리’의 한 장면  © (주)태양미디어그룹


‘잔 뒤 바리’ 영화에서는 백작 부인이 되기 전 루이 15세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뒤 바리 백작부인이 된 후 그 직위로 왕궁에 수시로 출입하며 루이 15세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이 정설이라 한다.

 

루이 15세는 말년에는 거의 그녀만 바라볼 정도로 푹 빠져 있었고, 잔 뒤 바리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귀족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길 즐겼다고 한다. 잔 뒤 바리는 루이 15세 사망 이후 수도원으로 사실상 추방되었다가 후에 프랑스 혁명을 맞아 단두대에서 처형 당했다.

 

▲ 영화 ‘잔 뒤 바리’의 한 장면  © (주)태양미디어그룹


프랑스 전성기 왕실은 사실상 온갖 불륜 관계와 성적 타락이 공공연히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렇게 문란한 분위기라 해도 절대 어겨서는 안 되는 규칙은 왕의 정부는 천민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왕은 귀족인 다른 남자의 아내와 자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도 천민을 옆에 두는 것은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영화에서 잔은 루이 15세와 공식적으로 만남을 갖기 위해 바리 백작과 결혼해 유부녀가 되어 루이15세를 만나게 된다.

 

▲ 영화 ‘잔 뒤 바리’ 의 한 장면  © (주)태양미디어그룹


‘잔 뒤 바리’에서 루이 15세 역은 ‘캐리비언의 해적’, ‘가위손’, ‘길버트 그레이프’, ‘데드맨’, 등 헐리웃 블록버스터부터 흑백 독립영화에 이르기까지 온갖 장르와 스타일을 넘나들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해낸 조니 뎁이 맡아, 잔 뒤 바리에 흠뻑 빠진 말년의 루이 15세를 연기한다.

 

조니 뎁은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화려한 18세기 베르사유의 주인 루이 15세를 연기해, 묵직한 카리스마와 위엄을 가진 근엄한 왕의 모습과 천민 출신의 한 여인을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사랑한 로맨티스트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 영화 ‘잔 뒤 바리’ 의 한 장면  © (주)태양미디어그룹


잔 뒤 바리 역은 영화 ‘잔 뒤 바리’ 각본을 쓰고 연출한 마이웬 감독이 직접 맡아, 천민 출신 잔 뒤 바리의 베르사유 궁에서의 신분을 초월한 루이 15세와의 사랑과 욕망을 연기한다. 

 

마이웬은 왕과 함께 애절한 사랑을 나누고 있는 잔 뒤 바리의 다층적인 모습을  매우 풍성하게 연기하며, 잔 뒤 바리를 무시했던 왕의 딸들과 잔 뒤 바리를 몰아내고자 하는 루이 15세의 측근들과의 불화를 연기한다.

 

▲ 영화 ‘잔 뒤 바리’ 의 한 장면  © (주)태양미디어그룹


또한, 베르사유 비운의 여인으로 불리는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갈등과 불화 등 여인들의 시기와 신경전을 연기해, 부와 영광을 마냥 쫓은 여인이라기보다는 시대의 압박과 두려움을 견뎌야 했던 한 여인의 애틋함도 전한다.

 

잔 뒤 바리는 루이의 며느리에 해당하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질투와 무시가 너무 심해, 외교의 문제까지 발생할 것이 염려되어 오스트리아의 압력으로 마리 앙투아네트가 잔 뒤 바리에게 가벼운 인사를 결국 했다는 매우 유명한 일화가 있다.

 

▲ 영화 ‘잔 뒤 바리’ 의 한 장면  © (주)태양미디어그룹


영화는 “하늘에서 추락한 천사”로 불리며 남자들의 욕정을 채워주던 천민 출신 잔 뒤 바리가 루이 15세를 대면해 단 한 번의 도발로 그를 사로잡아 베르사유 궁 내에서 얼마나 파격적인 사랑을 펼치는지, 왕의 며느리이자 베르사유 최고 여인이었던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갈등 등이 매우 스펙터클한 영상미로 극적 효과를 극대화 하고 있다.

 

▲ 영화 ‘잔 뒤 바리’ 포스터  © (주)태양미디어그룹


‘잔 뒤 바리’의 제작을 위해 프랑스 정부가 촬영을 허가하지 않는 베르사유 궁의 모든 내부를 정부의 주도하에 올 로케이션으로 완벽히 담아낼 수 있도록 하였으며, 귀족들의 파티, 결혼식, 사신 접견 등이 이루어졌던 357개의 거울이 장식된 70m가 넘는 길이의 일명 '거울의 방'으로 불리는 대홀을 비롯, 왕의 침실, 정원, 별채 등의 공간을 실재 공간에서 모두 촬영해 사실감을 극대화해 주고 있다.

 

화려한 장식을 즐기는 맛과 더불어 한 벌 한 벌 개별 디자인으로 세심히 제작된 수 백 벌의 화려한 드레스를 감상할 수 있는 ‘잔 뒤 바리’는 4월3일(수) 개봉해 상영 중이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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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한신대 외래교수, 미디어기독연대 집행위원장, 경기미디어시민연대 공동대표이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