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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광주, 평범한 가족과 이웃의 슬픔과 분노 그려
[임순혜의 영화나들이] 1980년 5월 광주의 가족잔혹사 영화 ‘1980’
 
임순혜   기사입력  2024/03/28 [12:51]

영화 ‘1980’은 12·12 군사반란 불과 5개월이 지난 1980년 5월17일 이후 광주에서 평범하고 우리네 이웃 같은 시민들이 겪은 불행과 울분을 강승용 감독이 진실 그대로 담은 영화다

 

  ▲ 영화 ‘1980’의 한 장면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평생 중국 음식점에서 수타면을 뽑던 철수 할아버지는 1980년 5월 17일 드디어 자기 음식점을 오픈한다. 

 

철수와 엄마, 아빠, 이모 그리고 새신랑이 될 삼촌과 예비 신부까지, 철수네 대가족은 이제 행복한 꿈만 꾸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건들에 휘말리며 가족은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 영화 ‘1980’의 한 장면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1980’은 1980년 5월17일 이후의 광주를 다루고 있으나, 얼마 전 개봉된 ‘서울의 봄’과는 다른 영화다. 또한 영화 ‘택시운전사’와 같지만 다른 80년 5월의 이야기다. 

 

‘서울의 봄’은 1980년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 하루밤의 역사가 바뀐 날을 다룬 정치적인 이야기이고,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취재한 실존 인물인 독일인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와 그를 태우고 달린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이야기다.

 

▲ 영화 ‘1980’의 한 장면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1980’이 ‘택시운전사’와 다른 점은 ‘택시운전사’가 외부인들의 눈에 비치는 그날을 기록했다면, ‘1980’은 전남도청 뒷골목에서 5월 17일 중국 음식점을 개업한 철수네 가족과 이웃으로 오롯이 그곳을 살며 지켜내고 있던 우리들 가족의 이야기다.

 

‘1980’은 한 가족을 중심으로 1980년 5월17일 이후 광주에서 일어난 잔혹한 가족의 비극을 다룬다. 그러나 철수 할아버지 가족의 일은 철수 할아버지 가족만 겪은 비극이 아니라 광주 시민 모두가 겪은 비극이다.

 

▲ 영화 ‘1980’의 한 장면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짜장면을 잘 만드는 것뿐이 없는 철수할아버지 가족은, 철수할아버지의 둘째아들의 결혼을 준비하며 들떠 있고, 며느리는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 미용실이 잘 되길 꿈꾸던 군인이 남편인 이웃, 이들의 그저 평범했던 삶은 12·12 군사반란 5개월 후에 무너져 내리게 된다.

 

‘택시운전사‘가 일본에서 광주 잠입을 준비한 뒤 20일 오전에 광주로 진입한 후. 23일까지의 취재를 담았다면, ’1980‘은 5월 17일부터 5월 28일 최후의 항전과 그 이후까지를 큰 슬픔과 분노로 담아낸다.

 

▲ 영화 ‘1980’의 한 장면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언제나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맏며느리이자 집안의 활력소 철수 엄마 역은 드라마 ‘학교 1’과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배우로 데뷔, ‘여고괴담’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자 신인연기상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자 신인상을 수상, 2004년 ‘한강수타령’으로 연기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김규리가 ‘악인전’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하여, 둘째 아기 출산을 앞두고 시아버지의 짜짱면 집 개업을 돕고 집안을 환하게 밝혀주는 며느리 역으로 감동을 준다.

 

▲ 영화 ‘1980’의 한 장면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가족의 든든한 디딤돌 철수 할아버지 역은, 1986년 연극 ‘철수와 만수’의 주연으로 연극계에 데뷔, 1999년 ‘이재수의 난’으로 스크린에 데뷔, 이후 ‘공공의 적’에서 형사반장 역을 맡았으며, 영화 ‘실미도’로 천만 배우가 되어 ‘공공의 적’, ‘강철중’ 등에서 경찰관 간부 등의 역을 맡았던 강신일이 맡았다.

 

배우 강신일은 ‘1980’에서 5월 17일 전남도청 뒷골목에 개업한 중국 음식점 사장님이자 철수 할아버지로 앞에선 엄하지만, 뒤에서는 웃음을 머금는 아버지이자 가족들의 가장으로 든든한 디딤돌 같은 남자 역으로 귀감이 된다.

 

▲ 영화 ‘1980’의 한 장면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낙지 짜장의 원조가 되길 꿈꾸며 결혼을 앞두고 설레는 삼촌 역은, 1994년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에서 아역배우로 데뷔, 드라마 ‘태조 왕건’, ‘허준’, ‘천국의 계단’에 출연, 2017년 드라마 ‘보이스’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준 백성현이 맡았다.

 

백성현은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아 맛있는 짜장면을 만드는 게 소원인 둘째 아들로 곧 결혼을 앞두고 설레는 중이다. 그는 낙지 짜장의 레시피로 짜장계의 혁명을 꿈꾸며, 아버지에게 서운해할 때도 있지만 조카 철수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친근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 영화 ‘1980’의 한 장면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철수네와는 둘도 없는 절친 이웃 영희 엄마 역은, 2006년 '조용한 세상'으로 데뷔, '너와 나의 21세기'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 데뷔작 후보에 오르기도 한 한수연이 맡았다.

 

한수연은 철수네 셋방살이로 미장원을 오픈한 철수네 절친한 이웃으로, 철수 아빠와 친구이자 군인인 남편과 함께 철수네랑은 절친처럼 의지하며 지내나, 철수와 영희를 갈라놓는 일이 발생하는 가운데 의외의 복병인 영희 엄마 역으로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어 준다.

 

▲ 영화 ‘1980’의 한 장면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강승용 감독은 1995년 영화 ‘테러리스트’로 영화계에 미술 감독으로 데뷔, 이후 ‘왕의 남자’, ‘강남 1970’, ‘사도’, ’안시성‘ 등의 미술 감독을 30년 이상 역임했다.

 

2002년 ‘YMCA 야구단’으로 춘사국제영화제 미술상, 2010년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으로 부일영화상 미술/기술상을 수상한 그는, 영화 ‘1980’의 연출 감독으로 데뷔, 강승용 감독의 특기인 디테일한 묘사를 보여준다.

 

▲ 영화 ‘1980’ 포스터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강승용 감독은 “‘1980’은 평범하고 우리네 이웃 같은 시민들이 겪은 불행과 울분을 진실 그대로 담고자 하였다”며 “전사나 투사, 영웅을 내세운 이야기가 아닌 아주 평범한 소시민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고자 하였다”며 “이 과정에 과장되지도 과잉되지도 않은 담담한 이야기로 하여금 진실을 확인하고자 하였다”고 밝혔다. 

 

‘1980’은 더더욱 좋은 군인과 나쁜 군인 등 우리를 지켜주는 기본의 상식들이 무너지는 상황을 보여주며 그들이 느꼈을 혼란함과 불안감을 피부 깊숙이 느끼게 하는 영화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마음 한 켠에 부채 의식을 안고 있는, 잊어도 지워져도 안 될 5.18 광주 이야기, 영화 ‘1980’은 3월27일(수) 개봉이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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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28 [12:5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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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한신대 외래교수, 미디어기독연대 집행위원장, 경기미디어시민연대 공동대표이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