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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슬픔과 아픔 한국적인 정서로 담아 낸 ‘패스트 라이브즈’
[임순혜의 영화나들이]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 제96회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후보 올라
 
임순혜   기사입력  2024/03/06 [15:45]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올해 진행되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플라워 킬링 문‘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추락의 해부‘의 쥐스틴 트리에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감독들과 함께 최고상인 작품상 후보와 각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영화로, 한국계 캐다다인인 셀린 송 감독이 각본을 쓰고 감독한 데뷔작이다.

 

▲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한 장면  © CJ ENM


‘패스트 라이브즈’가 공개된 후 ‘만달로리안’의 배우 페드로 파스칼은 “독보적인 작품을 만들어낸 독보적인 감독”이라고 칭찬했고, ‘애프터썬’의 배우 폴 메스칼은 “나를 작은 조각들로 부서지게 한 영화, 셀린 송은 천재"라고 극찬했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최근 본 작품 중 가장 좋았던 영화로 꼽으며 “미묘하게 아름다운 영화”라는 호평을 했다.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으로 제90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도 “지난 20년간 본 최고의 장편 데뷔작으로 정교하고 섬세하며 강렬하다”라는 압도적인 찬사를 했다.

 

▲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한 장면  © CJ ENM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각적인 연출로 한국적인 정서를 깊이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뉴욕에 살고 있는 나영 역은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 애플TV+ ‘더 모닝 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레타 리가 맡았다.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어린 시절 서울에 두고 온 인연과 다시 마주하는 역을 맡아 단단한 내공이 돋보이는 열연으로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한 장면  © CJ ENM


나영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뉴욕에 온 해성 역은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의 브래들리 쿠퍼, ‘바튼 아카데미’의 폴 지아마티 등 할리우드 배우들과 함께 한국 배우 최초로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유태오가 맡아 열연한다. 

 

유태오는 2018년, 제71회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레토’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 러시아 록 음악의 전설 ‘빅토르 최’의 음악과 청춘을 담은 작품에서 ‘빅토르 최’를 완벽하게 구현해냈으며,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내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한 장면  © CJ ENM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첫사랑을 24년만에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로 호기심을 자극하며, 그들 앞에 펼쳐지게 될 인연의 끝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을 더하게 하는데, 시공간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는 관계의 의미를 촘촘하게 그려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어 모두에게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적인 세계관과 풍경을 담고 있으며, 절반 이상이 한국어 대사임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밀도 높은 스토리와 섬세한 감정선으로 깊은 공감을 갖게 한다.

 

▲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한 장면  © CJ ENM

 

셀린 송 감독은 12살 때 한국에서 토론토로 이민을 간 후 뉴욕에 정착, 몇 년 전 어느 밤, 셀린 송 감독은 인생의 다른 시간대를 함께 보낸 두 남성과 바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뉴욕에서 온 그녀의 남편과 잠시 들른 어린 시절의 연인 사이에 선 그녀는 마치 다른 차원이 하나로 연결된 것 같은 기이한 감정을 경험하게 되어, 그 경험을 바탕으로 각본을 쓰게 되었다.

 

셀린 송 감독은 사랑하는 방식이나 문화, 그리고 언어까지도 다른 두 남자가 자신이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 속에서 감독은 모든 것을 초월한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되어, 그녀가 직접 겪은 이민자의 삶과 자국을 향한 그리움을 ‘패스트 라이브즈’ 속에서 더욱 현실감 있는 장면들로 구현했다.

 

▲ 2월 28일 오후 서울 CGV 용산 에서 열린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고경범 CJ ENM 영화 사업부장, 유태오, 셀린 송 감독 © 임순혜

 

2월 28일 오후 서울 CGV 용산 에서 열린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셀린 송 감독은 "내가 해야 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여야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지만 모두가 시간이나 공간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과정을 경험하기 때문에 모두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며 "영화를 보면 다양한 감정을 느껴서 한 가지 답이 있는 영화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연이라는 단어를 쓸 수밖에 없었다. 해성과 나영의 관계는 하나로만 얘기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인연이라는 단어가 필요했다“며 인연이라는 한국 단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 설명했다.

 

▲ 2월 28일 오후 서울 CGV 용산 에서 열린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배우 유태오, 셀린 송 감독     ©임순혜

 

또한 "인연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한테 설명해 줌으로써 모든 사람이 의미를 알게 된다. 어느 국가에 가서 보여줘도 인연이라는 의미를 알고 나온다. 인연이 한국어지만 인연의 감정이나 느낌은 전 세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거라서 감정은 있었으나  이름이 없었는데 덕분에 그 단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한 장면  © CJ ENM


한국인 해성 역의 유태오는 "나에게는 다국적인 배경이 있지만, 캐릭터와 다른 점보다는 공통점을 찾게 된다. 내가 해성한테 집어넣은 건 운명적으로 바꾸지를 못하는 상황에서 맺히는 한"이라며 "내가 15년간 무명 생활을 보내면서 쌓였던 게 해성과 공통점으로 찾을 수 있었던 요소였다. 바꾸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이 맺힌 감수성과 받아들여야 하는 슬픔과 아픔, 그런 점이 녹아들어서 멜랑콜리함을 살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태오는 "해성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서 인연이라는 요소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믿어야 연기가 나올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다 보니 내 일을 준비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교과서처럼 기술적으로 접근했으면 이제는 캐릭터에서도 인연이라는 요소를 결합해 이미 있는 영혼을 받아서 연기하게 됐다"고 영화 준비 과정을 회상했다.

 

▲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한 장면  © CJ ENM


‘패스트 라이브즈’는 CJ ENM과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으로 투자 배급한 작품이다. A24는 2012년 출범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로 ‘더 랍스터’, ‘미드소마; ’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 트렌드를 탁월하게 반영한 독창적인 작품들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현재까지 총 16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CJ ENM은 2019년 개봉한 ‘기생충’으로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총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한국 영화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4개 부문을 수상, 그해 아카데미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포스터  © CJ ENM


24년만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스쳐가는 사람일지라도 모든 인연은 과거의 인연에서 비롯되고, 미래의 인연이 될지도 모른다는, 필연이라는 관계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3월6일(수) 개봉이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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