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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더 치열하게, 증오의 대상돼야
창간 6주년을 축하하며,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신문’을 기대함
 
양문석   기사입력  2005/01/27 [11:19]
오늘이 대자보 창간 6주년 되는 날이고, 우리 나이로 일곱 살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은 미운 일곱 살의 전통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혹자는 미운 4살이라고도 하고 미운 5살이라도 한다. 시대가 2-3년 앞으로 당겨지고, 아이들도 시대의 흐름을 타선지 더 영악해져 어른들을 못살게 군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가장 부모를 힘들게 하는 나이는 일곱 살이다.
 
대자보, 한국 최초의 인터넷신문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온 대자보가 이제 일곱 살이다. 그 동안 한국에서는 수많은 인터넷신문이 명멸의 과정을 밟았고, 대자보도 성장과 침체의 과정을 되풀이 하며 지금까지 왔다.

한 때는 ‘양문석의 홈페이지’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어떤 필자도 대자보에게 글을 주지 않고, 또 어떤 기자도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편집장과 양문석의 ‘스팸메일’만 존재하며 ‘생명 연장의 꿈’만 안고 근근이 버티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대자보가 있었기에, 한국 정치 웹진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2002년 대선 시기’도 존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대자보의 핵심 멤버들이 ‘서프라이즈’를 만들고 그 서프라이즈가 남프 동프 시대소리 브레이크뉴스 데일리서프 등으로 분화했다. 활동의 구체적인 방향은 다르지만, 수구세력과의 단절이라는 큰 방향에서 본다면 여전히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들 웹진은 범개혁진영의 저변을 확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개혁과 반개혁 상식과 비상식 정상과 비정상의 한국적 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진앙지로서 역할을 한번도 놓치지 않은 신문이 바로 대자보였음을 부인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비록 그 영향이 큰 때도 있었고 미미한 때도 있었지만.
 
지난 해 총선 직전에 ‘대자보’는 시대소리와 통합하면서 ‘신문과 웹진의 만남’이라는 또 하나의 실험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막 내리며, 잠시 묻혀 있던 ‘대자보’ 간판을 이창은 편집장이 홀로 내 건다.
 
참으로 외롭고 힘든 시기였으리라. 사무실 구하는데 몇 개월의 시간을 날렸고, 그나마 구한 사무실에 도둑이 들어 남들이 보기엔 보잘 것 없지만 대자보로서는 목숨 같은 컴퓨터와 집기를 도둑맞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위기도 대자보 가족들의 십시일반으로 극복하고 이제는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진용으로 현재 대자보 사무실을 채우고 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일보 노조위원장이자 시민의 신문 편집장 출신의 조대기 기자 등이 힘을 합쳐 ‘대자보의 제2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대자보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실현하고 있다. 정치와 미디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대자보가 현재 한국 인터넷신문의 지형 속에서 ‘노무현정권에 대한 비판적 지지’ 또는 ‘민주노동당 비판적 지지’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네티즌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기 힘들고 그것은 바로 ‘운영’자체를 위협당하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지지성향과 상관없이 ‘필요한 비판’을 ‘제 때’에 치고 나온다는 점에서 진정으로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신문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대자보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실현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 최대의 광고주인 삼성그룹이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신문 중 하나가 바로 ‘대자보’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연예인X파일 사건이 터졌을 때 어느 매체도 ‘삼성’과 ‘제일기획’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키지 않고 있을 때 대자보는 당당히 ‘삼성그룹의 연예인 암행사찰’을 실어주었다. 교수 노동자의 암행사찰을 넘어 연예인까지 암행사찰하는 삼성그룹의 ‘관음증’을 대자보는 주저 없이 보도해 준 것에 ‘필자’로서 무한한 ‘감사의 념’을 전한다. 삼성의 광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신문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자본의 상징 삼성을 비판할 수 있다는 점은 그것이 바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자보. 한국의 민주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낸 세대들에게 대자보는 유일한 소통수단이었다. 수 백 명의 대학생들이 대자보판 앞에서 당시의 정세를 판단하고 실천지침을 흡수하던 광경, 그 광경이 첨단으로 달리는 소통수단의 발전 과정에서 인터넷을 통해 그 역할을 자임한 ‘대자보’. 그 시대에도 ‘대자보’가 있었기에 ‘독재권력의 국가 농단’을 알고 견제할 수 있었고, 지금에도 ‘대자보’가 있기에 정치권력 경제권력 문화권력의 ‘못된 짓’을 알 수 있으며 그들의 행태로부터 우리가 견제해야 할 정보와 해설이 있어 아름답다.

대자보. 이제는 미운 일곱 살이 되어야 할 시점이다. 문제는 누구로부터 ‘미움’을 받는 신문이 될 것인가가 중요하다. 어린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조부모로부터 미운 일곱 살의 노릇을 하지만, 대자보가 미움을 받을 대상은 너무나 분명하다.  
▲언론학 박사, EBS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언론개혁을 위해서라면 전투적 글쓰기도 마다않는 양문석 정책위원.     ©대자보

정치권력이 경제권력이 그리고 문화권력이 치를 떨며 증오하는 신문으로 대자보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창, 부정을 도려내는 예리한 면도날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저녁 생일잔치는 한국 사회에서 ‘미움 받는 이들’로 가득했으면 하는 또 하나의 바람과 함께 세상을 흔드는 새로운 진앙지로서의 대자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분기점이었으면 한다.

대자보의 창간 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 필자는 EBS 정책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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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1/27 [11:1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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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위 2005/01/28 [11:21] 수정 | 삭제
  • 꾸준히 그리고 한결같이 발전하고 대자보에 관계하시는 모든 분께 복이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 아름다운화원 2005/01/28 [09:36] 수정 | 삭제
  • 대자보가 6살이 되었군요.
    고속성장을 바라지 않습니다.
    한 발 한 발 조금씩 내딛으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그러면서 견실한 언론매체가 되길 바랍니다.
    좋은 글들이 많이 기고되어서 정론을 선도할 수 있는
    매체가 되길 소망합니다.
  • 노호몬 2005/01/27 [20:22] 수정 | 삭제
  • 기사 멋지네요. 대자보 6주년 축하합니다.
  • 레인맨 2005/01/27 [18:28] 수정 | 삭제
  • 양문석님 수고하셨습니다 다시한번 대자보의 지난 역사를 살펴보고 상기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양문석 정책위원님글 전부 지지합니다만...한가지 아쉬운것 하나 우리끼만 대자보를 읽으면 안된다고 생각을 합니다...빨강색 안경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못보는, 빨강색 안경을 벗으면 세상이 총천연색으로다 겁나게 아름답다는것을 못보는 일부 덜떨어진 불쌍한 아해들까지 읽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이들도 아무리 미워도 우리 식구 이지 않겠냐는 것이지요/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대자보로 가열차게 발전하기를 빕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양문석님...근데 사진... 뭘보시고 웃으세요ㅎㅎ?




  • 틴구 2005/01/27 [14:42] 수정 | 삭제
  • 을유년 2005년 더욱더 잔인하고 증오의 대상이 되어 주세요...
    똑박똑박 악랄하면서 잔인하고 증오의 불타는 복수의 화신이 되어 주시길..
    창간 6주뇬 진심으로 축하는 아직 멀었습니다...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