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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균의 사실은', 진짜 알아야할 사실
언론개혁 대중화 이끈 양심적 기자의 고뇌, 언론개혁 대상으로 매도당해
 
양문석   기사입력  2005/01/12 [01:00]
<신강균의 사실은>을 위한 변명
 
안타깝다. <신강균의 사실은>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하기야 <사실은>으로부터 한 대라도 맞은 언론사들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겠고, 그 복수의 시점이 드디어 ‘도래’하였으니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매질이  특정한 의도를 드러나며 그 정도가 너무나 노골적이라면 이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언론계 내부의 치열한 상호비판으로 신망이 높았던 MBC 신강균 사실은이 명품제공 건을 스스로 밝히는 밝히는 바람에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MBC 홈페이지

 먼저, 이상호 기자에 대한 비판이다. ‘왜 바로 뛰쳐나오지 않았나, 왜 받았나, 왜 3일이나 고민한 후 되돌려 보냈나’에서 대해서는, 정황상 보도국장과 선배 차장이 앉아 있고 그들이 받는데 생뚱맞게 나는 가겠다 둥 나는 못 받겠다 둥 하며 개길 수 없는 분위기 등 ‘고려’할 영역이 존재하지만, 당연한 문제제기요 비판이며, 이상호가 겸손히 받아 안아야 할 내용이다.
 
항상 그렇듯이 비판의 대상이 되면 특히 윤리의 문제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을 때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기준은, 역지사지로 내가 그 상황에 처했다면 최소한의 나의 윤리는 어떻했을까를 따지기 보다는 ‘성직자 윤리’를 잣대로 해서 비판하기 때문에 더욱 더 이상호는 반성의 념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상호에 대한 비판 중 구분해야 할 내용이 있다. ‘왜 오바했냐’는 것이다. 이상호가 자기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두고 선배 잡아 먹었다, MBC 이미지 먹칠했다는 식의 비판은 심각한 문제가 배태되어 있다.
 
여기서 한번 생각볼 일이 있다. 80년 광주다. ‘광주폭동’은 ‘있었던 사건’이었지만, 한 동안 ‘광주항쟁’은 ‘없었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결국 ‘광주폭동’은 없었던 사건이 되었고, 항쟁만 역사에 기록된다. 즉 양심적인 증언자나 기록자가 없었다면 ‘광주’는 ‘폭동’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소하게 보이고 미미한 사건쯤으로 치부했다면, ‘구찌스캔들’은 ‘없었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한 양심적인 기자가 ‘고뇌하며’ 쓴, 그마저도 스스로 ‘오바’일 것 같아 잠시 올렸다가 내린 한 쪽짜리 글이 권력이 되어감으로써 존재부재까지 이르렀던 기자윤리의 문제를 이 사회에 충격적인 화두로 재생시켜 놓았다. 
 
차라리 이상호의 오바 영역을 ‘반쪽짜리 월급’ ‘아내의 포장마차’ ‘전세전전’ 등에 포커스를 맞추면 그나마 일리 있다는 평가를 내리겠다. 하지만 ‘선배들을 죽였다’류의 비판은 가당찮다. ‘자기만 양심적이고 선배들은 부도덕한 기자들인가’류의 비판은 심각한 ‘도덕불감증’ ‘언론윤리의식실종’을 드러내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상호를 비난하는 자들이 할 수 없는 일을 이상호가 함으로써 오는 ‘용기’에 대한 ‘질시’나 ‘폄훼’이기 때문이다.
 
둘째, <신강균의 사실은>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다. ‘신강균’과 ‘프로그램’은 구분되어 비판이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뭉텅거려 비판하는 경향이 강하게 일고 있다. 30여명의 기자 PD 작가 그리고 다른 스탭이 존재한다. 이들까지도 매도당해서는 안된다.
 
또한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에서 그 구체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신강균이 한 모든 말과 모든 내용이 다 부정되고 있는 현실은 바로 잡혀야 한다. 하지만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통째로 부정하고자 선동한다. 그 동안 조선일보 등이 한 번이라도 ‘신강균의 사실은’의 보도내용에 대해서 제대로 반증한 적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온갖 거짓말과 여론조작질로 얼룩진 조선일보 등 수구언론의 보도작태에 한 마디도 제대로 변명하지 못하다가 보도외적인 영역에서 이토록 ‘흥분’하는 이유는 뭔가.
 
뻔하다. ‘당한 것만큼 갚아 준다’는 소아병적 태도다.  자기들이 ‘잘 못한 것을 지적한 보도’에 반성하기보다는 ‘당했다’고 판단하는 그 유치한 발상이 ‘신강균’과 ‘신강균의 사실은’을 의도적으로 동일시하도록 만든 것이다.
 
셋째, 원인제공자에 대한 ‘관대함’이다. 태영그룹이 원인 제공자다. 왜 여기에 대해서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원래 ‘기업’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아니면 기업의 광고 때문에 눈치를 보는 것인가. 한 사건을 비판하는 언론이나 기자들이 비판과정에서 다른 비판을 유발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7일 발표된 SBS노동조합의 성명서 <(주)태영의 구시대적 작태를 규탄한다>가 무시되고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주)태영은 공익성을 담보해야 할 민영방송 SBS의 대주주다...'언론 개혁'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고, 진정한 시청자를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려는 SBS 구성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우리의 개혁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주)태영의 시대착오적인 작태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언론사와 관계된 기업의 고위 임원이 자사를 비판해온 언론사의 담당기자와 간부를 만나려고 시도한 것만으로도 '자본'으로 사실과 진실을 막으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이번 사태에 관계된 (주)태영 인사가 철저한 자기 고백과 함께 응분의 책임을 스스로 질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과 함께 (주)태영의 뼈를 깎는 반성을 촉구한다.

▲언론학 박사, 언론개혁을 위해서라면 전투적 글쓰기도 마다하지 않는 양문석 전문위원     ©대자보
SBS노동조합의 주장처럼 민영방송 SBS의 대주주로서 SBS의 얼굴에 먹칠한 한 사건이다. 한데 이런 태영에 대한 비판은 있는 둥 마는 둥하거나 심지어 아예 다루지도 않는다. 그리고 조선과 동아 등 수구언론들이 평소 거들 떠 보지도 않던 ‘일벌백계, 읍참마속’을 촉구하는 언론노조의 성명서는 왜 그렇게 많이 인용하는지. 
 
<신강균의 사실은>이 우리 사회에서 한 일은 참으로 컸다. 대표적인 것이 ‘언론개혁의 대중화’였다. 하지만 지금 이 프로그램이 언론개혁의 대상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안타깝다.
 
* 필자는 EBS 정책위원입니다.
* 본문은 언론비평전문지 <미디어오늘>에도 송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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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1/12 [01: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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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연 2005/03/03 [08:40] 수정 | 삭제
  • BBC의 공정성? 정말 웃기는 소리입니다.
  • lucidco 2005/01/16 [14:56] 수정 | 삭제
  • 완벽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
    그러나 기자적 양심으로 올려던 반성의 글까지 동료 선배죽이기로
    폄하하는건 옳지않다
    그리고 신강균도 실수는 했다
    그러나, 신강균을 비롯한 제작팀이 그동안 사회의 부패와 비리를
    적나라하게 보도하고자 햇던 그 프로그램의 노력은 평가받아야한다
    왜 모두들 조중동의 집단적 히스테리에의한 보도에 춤을 추는지 모르겠다.
    sbs와 태영은 조중동 못지않은 날라리언론이요 쓰레기기업일뿐이다
  • 동향 2005/01/15 [21:17] 수정 | 삭제
  • 이상호 기자의 글을 읽으니 마치 중소기업 대리 정도의 월급으로 생활하는 사람같은 넋두리더라. 좀 솔직하자. 월급 그정도 받으면서 왜 그렇게 죽는 소리해서 서민들 기죽이냐.

    그리고 "사실은.."의 긍정적인 면도 인정하지만 "결론"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몰고가는 무식함. 정권에 아부하는 소재선택 등으로 BBC의 공정성을 따라가기에는 애당초 불가능했다.
  • you 2005/01/12 [09:56] 수정 | 삭제
  • "사실은" 긍정적인면도 있었지만 너무 무리하게 진행하다 보니까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한 측면도 있다고 보였다 태영건도 솔직하 방송시기가 부적절하고 감정에 치우친 부분이 있었다 sbs와 서로 비난을 하다가 그렇게 된거 아닌가 그래놓고도 뻔뻔하게 언론개혁을 외치고 하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