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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탄압은 일본에서도 예외없어
일본 노동단체, 삼성해고 노동자 송수근 초청, 노동자연대 의견교환 나눠
 
박미경   기사입력  2004/11/12 [18:20]
지난 11월 5일 일본의 한 노동단체인 유니온의 초청으로 삼성해고자인 송수근씨가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초청은 지난 8월 부산에서 열린 한·일 양국의 재야 인사와 노동자들이 참여해 글로벌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한일노동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부산 반전대회에 송씨가 참석했었는데 일본 노동단체인 '유니온'과의 첫 만남에서 "일본 노동자 단결 축제에 송수근씨를 초청하겠다"는 약속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송씨는 출국 날짜에 맞춰 여권을 준비하던 중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지난해 삼성해고자들의 상경 투쟁 시 집회로 인해 삼성측의 고소로 사건이 계류 중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중앙 지검으로부터 출국해도 된다는 '출국 확인서'를 받아 울산검찰청에 제출하고 나서야 겨우 여권과 비자를 발급 받아 어렵게 출국했다.
 
오사카공항에 도착해 오사카 시로 이동한 송씨는 그 곳 관서지방의 노동자조직의 간부들과 회합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송씨는 삼성의 노동자탄압과, 인권유린사례, 삼성해고자복직투쟁과 자신의 7년 간의 복직투쟁,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투쟁방향에 대하여 일본 노동자조직 간부들에게 발표했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 노동자조직 간부들과 한일 국제 노동자연대의 중요성과 연대방향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6일에는 삼성의 일본하청업체 노동자들과 회합을 갖고, 일본 하청업체에서 자행된 삼성의 노동자탄압사례에 대해 보고를 받고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고 한다.
 
일본의 모 삼성 하청업체는 노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조 벽보판을 철거했다고 한다. 이유는 삼성에서 거래를 단절할 수 있기 때문에 노조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라고 송씨는 전했다.
 
이날 저녁 송씨는 관서지방 노동운동 및 사회운동 연석회의에 참석했다. 삼성의 노동탄압과 전.현직 노동자들의 휴대폰 위치추적에 대한 송씨의 발언에 일본 노동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일본도 경제불황의 여파로 한국과 마찬가지로 청년실업이 심각하다고 한다. 결혼 이후에도 경제상의 이유로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으며 부모의 연금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어 7일에는 관서지방의 일본 노동자 단결 축제와 시가행진에 송씨가 참석했다. 이날 집회에서 송씨는 삼성의 노동자탄압사례와 삼성해고자의 복직투쟁사례에 대해 발언했다고 밝혔다.
 
▲11월 7일 일본 노동자 단결 축제에서 송수근 씨가 발언하고 있다.     ©박미경

다음은 삼성해고자 송수근씨의 발언내용이다.


안정된 일자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열심히 투쟁하자
 
일본에서 투쟁하시는 노동자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 삼성SDI에서 일하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익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다가 자본의 탄압으로 부당 해고된 송수근이라고 합니다. 다시 한번 동지들에게 한국 방식으로 연대의 인사드립니다. 투쟁!
 
저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노동자 동지들과 자리를 함께 하면서 역시 전 세계 노동자는 하나다! 라는 느낌과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 노동자들이 자본의 지구화, 신자유주의 세계화정책 아래에서 고통받고, 또 이에 맞서 투쟁하고 있듯이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한국의 노무현 정부는 정치적으로 민주적 과제인 언론개혁,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노동자들에게는 불리하고 자본에게 유리한 법안을 입법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소위 '비정규직 보호입법안'으로 치장되어 있는데, 그것은 노동자 파견 법 개악하는 것입니다.
 
(이 파견법은 1998년도에 제정되었는데 우리는 이 법을 신종 노예 법이라고 불러왔습니다. 우리는 이 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 법을 더 개악하여 파견노동을 전 산업으로 확대하려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파견노동 2년이면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되어있는, 파견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려는 것이며 3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사용자 의무사항으로 법적 강제성을 완화하는 법을 자본의 요구에 의해 입법화하려는 것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노동조합 전국조직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양대 노총은 노무현 정부의 반 노동자적인 비정규직보호 입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공동투쟁을 하고 있고, 민주노총은 11월 중하순경 전국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민주노총은 하반기 투쟁 주요 과제로 파견 법 개악 등 비정규 노동법 개악 저지, 한일자유무역협정(FTA), 한미투자협정(BIT)체결 저지,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 안 저지와, 4대 입법쟁취를 목표로 투쟁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일 FTA 저지를 위해 한국 투쟁 단 90여명이 지난 1일부터 오늘까지 일본 외무성에서 원정투쟁을 전개했고, 렝고 등 일본에서 일한 FTA 저지를 위한 실행위원 동지들의 적극적인 연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역으로 노동자들의 국제연대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국제연대의 경험을 계기로 저도 앞으로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노동자 국제연대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일본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과, 야만적인 제국주의 테러전쟁에서 고이즈미의 제물로 희생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전 세계 노동자들 모두가 안정된 일자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열심히 투쟁합시다. 감사합니다.
송씨는 일본 노동단체에 한일 국제노동자연대에 대한 의견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연대 투쟁에 대한 약속을 하고 지난 8일 귀국했다. 한편, 일본 노동단체는 13일 서울에서 있을 예정인 노동자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회당일 입국할 예정이다.
 
귀국 후, 송씨는 "산업사회의 변화에 따라 노동계의 흐름이 변화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란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뭔가 한참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국내의 노동탄압에 익숙해져 있던 송씨는 “이번 일본 노동단체의 초청으로 외국의 노동탄압 사례를 우연찮게 접할 기회가 되어 미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던 노동문제를 보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볼 수 있게되었고 나름대로 사고전환의 기회가 된 것 같아 이번 방문의 의미가 남달랐다“고 송씨는 전했다.
 
아직도 산재되어 있는 수많은 노동문제들이 일본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보다 나은 결실이 산출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며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 향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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