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직업병인 '근막통증증후군'을 인정받기 위해 5년째 회사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투쟁하였던 김명진(30)씨가 지난 8월13일 산재요양승인을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약 5년 9개월 동안 회사 재직 중 치료를 충분히 받지 못한 상황에서 내적 혼란감, 불안, 우울감, 무력감등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근막통 증후군의 만성적 요인으로 작용돼 지금까지 근막통증후군을 앓고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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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앞에서의 1인시위와 집회를 하는 김명진씨 © 울산인권연대 |
김씨는 93년 19세의 나이로 삼성SDI(구. 삼성전관)에 입사하여 부적절한 자세로 브라운관 보정업무를 했다. 98년 브라운관 보정업무가 사내기업인 정우전자(주)로 분사돼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했다.
그러나, 김씨는 분사된 이후에도 같은 작업장, 같은 라인에서 삼성SDI에서와 마찬가지로 보정업무를 해야만했다. 입사 5년 만에 눈, 목, 어깨, 팔, 허리 등이 아프거나 저리다 급기야 온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잠시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로까지 최악의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에 김씨는 99년 1월 '근막통증후군'이라는 판정을 받고 회사측에 산재요양신청을 요구했다. 그러나 "근전도나 CT소견이 정상이기 때문에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회사측 자문의 소견서로 김씨는 산재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 후 김씨는 회사측의 "일 못하면 나가라"는 말과 함께 결국 99년 9월 권고사직을 당했으며, 퇴직금도 한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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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보정업무시 불안정한 자세를 유지할 수 박에 없고, 이것의 장기화는 '근골격계'를 초래한다. © 김명진 |
실직이후, '근막통 증후군'으로 병원을 전전하다 병원비가 없어 아르바이트를 해서 비용을 충당하고 다시 치료를 받는 등의 악순환이 5년이 다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고통이 심해 잠을 못 이루지 못할 때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술에 의지해 잠이 드는 등 모든 고통을 혼자 감내해야 했다.
산재투쟁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를 묻자, "심적으로 억울하게 나왔는데 회사가 발뺌하고, 노무팀에서 허위소문을 내니 가족들에게 짜증내며 싸우고, 몸은 아픈데 병원에 가도 뾰족한 수가 없고, 어찌 할 수 없을 때"라고 김씨는 힘겨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건강악화로 조금만 힘든 일을 해도 쉽게 지쳐 며칠씩 쉬어야만 일상 생활을 겨우 할 수 있을 정도로 쇠약해진 김씨는 "몸이 아픈 것보다 더 힘든 건 퇴직금 한푼 주지 않고 내쫓아 버린 회사의 파렴치한 작태에 더욱더 분노를 느낀다"며 "일을 하러 가야하는데 몸 상태가 과거에 비해 더욱 악화되어 걱정이고 요즘은 밥도 못 먹을 정도로 힘들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에 근골격계 직업병 신청 뒤에 '정신장애’,‘적응장애’산재요양 신청을 했지만 공단 측은 주치의의 소견과 환자 본인의 진술, 그리고 골병을 발생시키는 작업환경을 무시한 채 공단 자문의의 짧은 소견에 의해 반려된바 있다.
이후, 김씨는 산재 불승인이라는 또 한번의 상처를 안고 울산 산재추방운동연합,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공대위와 함께 근로복지공단, 삼성 SDI, 울산과 언양 지역을 오가며 1년이 넘게 산재 투쟁을 해왔다. 이번 판결로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는 산재 불인정에 대한 비난을 면치 못하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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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김명진 씨 © 울산인권연대 |
앞으로 김씨는 삼성 SDI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통해 현장 노동자들에게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산재승인을 받았음을 알리고 삼성 SDI와 사내기업인 정우전자에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노조가 없는 삼성그룹에서는 현장 노동자들이 작업 중 몸이 아파 산재 신청을 하게되면 회사에서는 산재보다는 '공상처리'를 권하며 노동자들을 회유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산재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과 함께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할 정도로 현실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번 김씨의 산재승인으로 현재 삼성SDI에서 근무하며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받고있을 또 다른 노동자들에게 많은 힘이 될 것이다.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되고 있는 열악한 작업환경부터 먼저 개선해야 할 것이다. 작업환경의 변화 없이는 근골격계 질환이 또 다시 재발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는 김씨처럼 현장에서 보정업무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상대로 특별 건강관리를 실시하여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받는 노동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여야 할 것이다.
* 박미경 기자는 삼성SDI 해고자 송수근 씨의 부인입니다.
[송수근의 해고와 구속 후 살아가는 흔적들을 홈페이지]에 남기고 있으니 방문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