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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진실만을 말하는, '르 몽드'를 말한다
[두부독감 26] 진실과 정의, 프랑스 언론의 자부심 '르 몽드' 입문서 나와
 
두부   기사입력  2004/08/02 [22:49]
 1957년 당시 프랑스령이었던 알제리에서 독립전쟁이 일어났다. 르 몽드는 알제리의 독립을 옹호하며 그해 12월 14일 <알제리의 개인 자유 및 권리보호위원회 보고서>를 게재했다. 이 때문에 르 몽드는 4년 동안 19번의 정간 처분을 받았다. 드골 정권의 지원하에 만들어진 르 몽드는 드골의 적이 되었고, 그 후 10여 년 동안 드골 정부에 비판의 칼날을 꺾지 않았다.

 1983년 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가 남태평양에서 해상시위를 벌이다 배에서 폭탄이 터져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시위는 프랑스 정부가 핵실험을 강행하려고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레인보우 워리어호 사건'이다. 르 몽드는 이 사건을 파헤쳐 결국에는 프랑스 특수부대 요원에 의해 자행되었음을 밝혀냈다. 이 사건은 당시 미테랑 정부에 크나큰 치명타를 안겨주었다. 르 몽드는 이전 대통령 선거에서 미테랑을 지지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르 몽드가 프랑스 언론의 자부심으로 우뚝 선 것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르몽드 PDF
 이 두 개의 사건은 프랑스 르 몽드의 정체성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르 몽드는 누구의 편이 아닌 '진실'의 편, '정의'의 편이다. 프랑스 언론의 자부심이라고 일컬어지는 르 몽드가 진실을 추구할 수 있는 데에는 창간자 위베르 뵈브-메리의 신문관(新聞觀)에 연유한다.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바보 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
 
 르 몽드는 1944년 12월 18일 창간되었다. 프랑스의 우파 신문인 르 피가로는 1826년, 영국의 더 타임스는 1785년에 창간된 것에 비하면 60년의 역사는 아주 짧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르 몽드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신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르 몽드는 드골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창간된 일명 '관제언론'이었지만, 1년 만에 지원금 전부를 갚고 정치권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다. 경제권력 또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2000년 기준 광고 수입이 38%, 신문 판매 수입이 62%라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광고주인 대기업의 영향력에서 벗어났다는 걸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것은 한국의 언론과 확연하게 다른 점이다. 한국의 언론은 광고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광고가 차지하는 지면이 훨씬 많다. 또한 광고주인 대기업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니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국가 경제력 운운하면서 노동자들만 조지는 것이다.

 영국의 <더 타임스>,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일본의 <아사히>, 프랑스의 <르 몽드> 들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신문들이다. 그렇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신문은 조선일보일까? 사실 위의 신문들과 조선일보를 비교한다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임이 틀림없다. 그것은 앞의 신문들은 언론으로서 구실을 충분히 하고 있고, 각 나라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발행부수만 200만 부일뿐, 언론이라기보다는 언론의 공기를 오염시키는 종이에 불과하다.

 누구나 한국의 언론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은 언론이 언론으로서 구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왜곡과 억지의 역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지지했던 정부에도 비판의 날을 꺾지 않은 것은 르 몽드가 진정한 '언론'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한국의 언론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 어느 신문를 보든 누가 무엇을 했다는 '동향' 기사, 하나의 팩트만 가지고 사건 전체를 호도하는 기사 등 한국 언론의 역사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한국의 언론개혁이 그 어느 것보다도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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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8/02 [22: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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