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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파동, 갈등해소?대통령 먼저 바뀌어야
[기고] ‘권력분산 거버넌스’보다 사회 각분야 패러다임 바꾸는 노력해야
 
파란물고기   기사입력  2004/07/28 [15:24]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지속가능발전위 주최로 열린 '갈등관리 워크숍' 에서 "한국민주주의의 성패는 갈등해소 문제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노대통령 취임 초기도 그랬지만 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단점은 갈등해소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갈등을 증폭함으로써 권력의 과시를 내세우고 그럼으로써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정략적 접근만 있었던게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탄핵결의로 이어지게 만들고 나서 일종의 한민자동맹을 만들어 4ㆍ15 적벽대전 앞에서 연환계로 침몰하게 하는 기획과 정략이 없었다면 어떻게 열린우리당이 4ㆍ15 적벽강을 압승으로 건널수 있었겠는가.  
 
 시민사회의 많은 지지를 받고 당선됐고 탄핵반대집회에서도 보여줬듯이 인터넷과 시민사회와 노사모의 후원은 적어도 지지율 20%이상을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새만금 반대운동, 부안핵폐기장 반대운동, 이라크파병반대운동과 최근 일본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집권기간동안 과거사를 묻지 않겠다는 발언, 방미기간동안의 숭미발언 등은 노정권과 시민사회의 근본적 괴리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 끌려다니는 북핵문제야 그렇다고 치고 대북특검에서 보여준 볼때 북측과의 온전한 통일파트너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핑계거리야 있다. 조중동과 골통보수들이 반대만하고 있으니 그들과 싸우다보니 그렇게 실수했다고... 틀린말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시민사회와 진보세력,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이유는 참여정부의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과 전체 사회를 이끌 리더십부족이 더크다고 본다.
 
물론 리더십은 초기 노무현 정부가 자주 써온 로드맵처럼 철학과 비전이 없으면 만들어지기도 어렵고 성공하기도 어려운 용어이긴 하다.(아직도 로드맵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아직도 로드맵에 연연하는 공무원들은 밥그릇을 놓아라. 세금이 아까운 것보다 당신들 때문에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있으니) 그러나 역시 주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리더십, 노무현정부에는 그것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도 아니고 그 반대로 많기 때문에 적지 않은 문제이다. 리더십도 없고 파트너십도 없다면 남은 임기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오늘 보도를 보니 노 대통령은 "옛날에는 하늘로부터 권력을 부여받거나 물리력을 갖고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있어서 힘으로 갈등을 해결하거나 봉합했던 시대가 있었으나 이제 민주주의 시대가 오면서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이제 대화와 타협, 거기에 기초한 합의로 갈등을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새 문제 해결방식을 배우고 익히고  가동시켜야 한다"
 "21세기는 단지 국민주권의 시대가 아니라 권력이 분산되는  거버넌스(Governance) 시대다"
 "권력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고 분산된 권력 사이에서 적당한 타협과 합의를 이루는 체제다"고도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권력이 분산되는 거버넌스'를 이야기 하려면 그러한 권력기제가 바뀌기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인식틀이 바뀌어야 한다. 물론 대통령부터 말이다.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어느 나라 어떤 국가보다도 더한 빠른 속도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사회가 됐다.

 미국이 모든 사회의, 모든 현상의 조건을 쥐어잡고 흔드는 시대에 한국에서 국가 권력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다. 이라크 파병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북한 핵문제도(북한에 정말 핵이 있는지 보고 싶긴하지만) 미국의 조건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기껏해야 6자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제시하는 의제에 보완하는 논의만 할뿐 한국이 근본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없다. 시민사회의 파워가 커졌지만 패러다임이 바뀌고 바뀐 그만큼 파워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조건은 변하지 않을 뿐 갈등과 혼돈만 야기된다. 시민사회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와 국민, 기업도 모두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치열한 갈등국면에 처해 있다. 그것을 단정적으로 거버넌스로 말한다면 큰 오산이다. 우선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고 조건을 바꾸는 일을 하지 않으면 갈등속에서 여러부문이 후퇴할 것이다. 투자도 없을 것이며, 경기도 좋아지지 않을 것이며 체제와 이념갈등에 함몰할 것이다.
 
 과거 권력에 안주한 사람들의 저항이 가장 큰 문제이다. 시대가 바뀐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과거 권력의 달콤함에 안주해 반발하는 것이 이번 법원장 사의 표명 사건이다. 이번 법원장중 한 사람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가 후보 추천 과정에서 후보들의 명단을 공개해 다른 법관들이 명예감 손상을 느끼고 있으며 최근 진보적 시민단체들이 법원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는 환경에서 법원 공정성이 중대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보추천과정을 공개한 것은 과거 대법원장의 독단을 막고자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만들어내고자 한 것으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진보적 시민단체..."와 "법원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야말로 재판의 합리성과 독자성을 해치지 않으면 적극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임을 감안하면 자신의 권익을 앞세우기 위한 강변에 불과하다. 
 
언론권력 ‘조중동’이 권력으로부터 시혜받아온 성장을 기반으로 과거의 향수에 젖어 정부권력과 시민사회의 비판을 집중하는 것은 잃어버린 영향력(권력)을 다시찾고자하는 권력중독자들의 고토회복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낡은 패러다임에 몰입해 있는 것으로 밖에 볼수 없다. 굳이 더 이상 조중동을 변하라고 주문하지 않겠다. 과거 패러다임에 매여 있는 한 거대한 몸짓으로 환경변화에 대처하지 못해 사라진 공룡신세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다. 권력기관도 그렇고 시민사회도 그렇고 언론과 힘깨나 있다는 기업도 그렇고 언제나 패러다임이 변하듯 환경도 변하고 조건도 변한다. 우선 변할 것은 우리가 사회와 시대와 현상을 보는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우리의 시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조건을 얽어매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한국적 상황에 대한 조건을 바꾸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10년후 20년후 지금과 같은 대미종속국가가 지속될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대미관계가 종속적 조건이 아닌, 자주적이고 대등한 조건, 우리가 조건을 스스로 만들고 결정하는 주체적 조건을 만들어내는 철학과 역량, 비전과 정책들이 요구된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거버넌스를 말하기 전에 정부부터 언론부터 정치권부터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한 조건, 패러다임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이에 적응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경쟁력있는 시민단체와 기업, 정부 일부가 부칠만한 적당한 용어가 없어서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하고는 있지만, 약하다고 본다. 더 강한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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