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지상파 재송신, 이대로 안 된다.
 
김영호   기사입력  2004/07/26 [10:20]

 다채널-다매체 시대를 맞아 방송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칼라TV가 등장한 이래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이 출현한 데 이어 금년에는 위성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사업을 개시한다. 방송을 통해 통신서비스가, 통신을 통해 방송서비스가 이루어지면서 방송-통신 융합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방송계는 위성방송을 통한 ‘지상파 재송신’이라는 해묵은 과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매체간의 이해대립으로 인해 소모적인 논란만 무성한 채 시청자의 선택권은 실종된 상태다. 뉴 미디어 시대가 창출하는 무한한 기술혁신이 정작 전파소비자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꼴이다. 

 위성방송은 지상파 방송의 난시청을 해소하고 다채널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전달하는 우월성을 지녔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돈을 주고 위성방송을 보려고 스카이라이프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 중에 많은 이가 지상파를 선명하게 보려고 가입한다. 그런데 막상 스카이라이프를 통해서는 KBS1 TV는 볼 수 있지만 MBC, SBS, 지역방송은 볼 수 없다.

 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을 통해 어느 지상파 방송이나 아무런 제약 없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런데 케이블TV와 지역방송이 그것을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가 지상파를 재송신하면 시청자를 뺏긴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 까닭에 스카이라이프는 출범 3년째를 맞았으나 위성방송으로서 제구실을 못하는 처지다. 이 같은 사업자간의 이해다툼은 난시청지역 시청자의 정보접근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2002년 12월 이후 최근까지 방송위원회에 KBS2 TV 재송신을 네 차례나 신청했다. 같은 공영방송인데 EBS와 KBS1은 의무 재송신으로 규정하고 KBS2는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 잣대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KBS2는 지역편성이 없기 때문에 지역방송이 반대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방송위원회는 그 때마다 지상파 재송신 문제는 일괄 처리한다며 심사를 연기하거나 보류해 왔다. 국가기관의 임의성은 공정성을 훼손하고 나아가서 이해당사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 문제점이 바로 스카이라이프의 손실과 시청자의 선택권 제한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거대 방송사의 프로그램이 재미도 있고 내용도 풍부한 편이다. 시청자들이 지상파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특히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높다. 케이블TV도 위성방송도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해야 가입율도, 시청율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위성방송의 수지기반을 확충하려면 지상파를 재송신해야 하는데 그것을 금지하니 가입자가 오히려 빠져나가는 형편이다.

 흔히 위성방송이 성공하려면 재미있고 품격 높은 콘텐츠를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막상 가입자가 줄어드니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콘텐츠 개발을 기대하는 게 무리다. 결국 스카이라이프는 재송신이라는 장벽에 넘지 못해 골병들고 140만 가입자는 보고싶은 것을 못 보니 시청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그래도 방송위원회는 뒷짐만 지고 있는 꼴이다.

 케이블TV업계가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방송을 반대하는 이유는 스카이라이프를 경쟁자로 보기 때문이다. 케이블TV는 가입자 1,000만명 시대를 맞았다. 지난 6~7년간 독점적 지역사업권을 누리면서 규모면에서 위성방송에 비해 7배 가량 성장한 것이다. 또 재벌은 100%, 외국자본은 49%까지 자본진출이 허용됐다. 케이블TV업계는 더 이상 경제적 약자가 아니다. 케이블TV업계가 말하는 매체간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면 언제까지 지상파 재송신을 반대할 수만 없는 일이다. 진정으로 방송발전을 위한다면 시장장벽을 뛰어넘어 경쟁의 초점을 양질의 콘텐츠 개발과 고선면 화질에 맞추어야 한다.   

 지역방송이 위성방송의 수도권 지상파 재송신을 반대하는 이유는 중앙 지상파의 전국 방송화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앙집중 현상이 균형 있는 국가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모든 국가기능이 서울에 집중되다보니 언론도 서울을 중심으로 발달하여 지역언론이 낙후되어 있다.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고 지방분권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도 지역언론의 창달은 중요하다. 이런 현실에서 위성방송이 수도권 지상파를 재송신하면 지역방송의 취약한 존립기반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카이라이프는 그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지상파를 권역별로 나눠 재송신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중앙지상파가 아닌 지역지상파를 재송신하는 방식으로 시청자의 볼 권리를 충족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식을 채택하면 초기 투자비용이 200억원이나 들고 해마다 1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기술적 안정성은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 방안에 대해 서울의 지상파 방송3사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역방송도 이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케이블TV업계는 여전히 입장을 달리하는 모양이다.

 최근 방송위원회는 내년부터 위성방송을 통해 서울 MBC와 지역 MBC, SBS, 지역민영방송의 권역별 동시 재송신을 허용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관련사업자의 반발을 감안하여 권역을 엄격하게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방안을 놓고도 일부에서는 여전히 반발하는 것 같다. 방송정책이 언제까지 방송사업자의 이해에 끌려 다닐 수만 없는 일이다. 이제 지상파 재송신을 둘러싼 비생산적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방송위원회는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먼저 눈을 떠야 한다. 그리고 시청자의 권리도 생각해야 한다. 돈을 내고 보는 유료방송인데 어느 방송은 볼 수 있고 어느 방송은 볼 수 없다는 논리는 월권행위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지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다. 방송-통신이 융합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위성방송을 통해서는 특정한 방송은 시청을 허용할 수 없다는 논리는 곤란하다. 공정한 시장경쟁이 단기적으로는 일부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줄 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품질향상에 기여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정보시대의 총아인 위성방송은 언제인가, 누구인가는 추진해야 할 국가적 사업이다. 위성방송은 통일시대에 대비한 한민족 공동체 방송으로서 그 의미는 중대하다. 그런데 그 중요한 국책사업이 사업영역의 중복이라는 이유로 사업실패라는 최악의 사태로 치닫는다면 그것은 한국방송의 퇴보를 의미한다. 이 경우 또 다시 위성방송을 추진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방송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시사평론가
 
방송위,스카이라이프 지상파 재송신 허용
 
[파이낸셜뉴스] 2004년 07월 26일 (월) 22:18:34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는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의 지상파 재송신과 경인방송(iTV)의 권역외 재송신을 조건부로 허용하기로 확정했다.
방송위는 26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스카이라이프의 지상파 채널 재송신을 해당 방송구역에 한해 공표일로부터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허용하고 자체 편성비율 50% 이상인 지역방송에 대해 케이블TV 방송국(SO)을 통한 역외 재송신도 허용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방송위는 “스카이라이프의 재송신에 대해 지상파 방송 신호 수신을 제한할 수 있는 수신제한시스템(CAS)의 완비와 기능 입증 및 관리가 절대적인 전제 조건”이라는 단서를 달았으며 “공표일(26일)부터 6개월간 시행을 유예한다”고 덧붙였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4/07/26 [10:20]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