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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토론이 유시민·정형근의원의 기자회견장인가
구체적 개혁은 온데간데없고 물타기 말꼬리잡는 우리당 한나라당 의원들
 
임흥재   기사입력  2004/04/27 [09:27]

4.15 총선이 끝나면서 방송을 비롯한 모든 언론의 관심은 17대의 새로운 국회상을 비롯한 온통 개혁의 밑그림에 쏠려있는 듯하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화두의 중심 또한 변화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다. 총선에서 압승한 당이나 이에 조금 못 미쳐 서운한 당이나 ‘확 바꾸겠다’고 연일 대국민선무공작에 여념이 없다. 방송토론의 단골 주제 역시 개혁이다. 17대 국회에서 시급히 선결해야할 과제들은 무엇이고 이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살림살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우선인지를 놓고 열띤 토론이 한창이다. 그런데 필자는 그 토론들과 각 당에서 외쳐대는 소문들을 들으면서 고소를 금할 수 없고 개혁은커녕 개선의 수준도 아예 물 건너 간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그 사정과 이유는 이렇다. 현역에서 선수를 늘린 의원나리들이나 새로 금배지를 다신 초보 당선자들께서 연일 라디오며 티브이에 얼굴을 내밀면서 많은 공약과 다짐들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그 대국민약속이라는 것이 의제의 우선순위나 정책의 타당성과 실현가능성, 그리고 자신들의 당론으로 채택될 개연성 등은 깡그리 무시된 채 의원 개인의 제멋대로 논공행상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무슨 말이냐? 각각의 토론프로그램이나 인터뷰에서 말해지는 정책이나 의제가 출연하신 의원나리들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다. 우리의 내일을 위해 중요한 정책결정이 한마디로 매일매일 바뀌는 바겐세일 좌판의 떨이물건마냥 취급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커녕 한집안당도 못되는 것 같은 정당의 의원나리들께

▲kbs 100인 토론장면     ©naver.com
자신들의 당에서부터 심사숙고 논의되고 결정되어야할 중대한 정책사안들이 중구난방으로 전시된다. 아마도 17대 국회의 모토는 전시국회 이미지 국회인 모양이다. 저마다 잘난 자신들의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위해 의제를 매점매석하는 꼴이다. 소위 한나라의 소장파로 불리는 이들이 너무 우편향 되었으니 좌로 좀 가서 중도보수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하면 영남수구나리들은 비슷하게 표를 몰아준 국민들을 무시한다고 얼굴을 붉힌다.

탄핵폭풍에 나가 떨어져 있을 때는 끽소리도 못하고 유신괴수의 영애(?)에게 줄서며 살려줘를 외쳤던 무늬만 3선 재선이신 분들은 턱걸이 당선되자마자, ‘너 혼자는 안돼’ 하며 ‘나눠 먹자고’ 달려든다. 쪽 팔리는 것은 알아서 효과적인 대여견제와 여당으로부터의 집중포화를 나눠 맞아주려는 눈물겨운 형제애란다. 자신들이 누구며 세상의 인심이 바뀐 현실에서 자신들이 가야할 길이 어딘지부터 찾아야 한다는 젊고 타당한 생각을 말하면, 세비 받아 우기고 씹는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는 이른바 저격수 나리들은 철없는 것들이 뭘 아냔다.

아침에 정고문(拷問)께서 출연하여 민주노동당의 친북좌익을 호도하는 판에 밤에는 박모당선자께서 나오셔서는 노동관계법의 손질을 말한다. 두꺼운 독일노동법전까지 들고 나와 시청자들께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제스처는 빼놓지 않는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이번 총선에서 왜 정당명부제에 의한 일인이표제 선거를 시행한 것인지 알기나 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박모씨 다짐대로 차제에 불비한 노동관계법을 손질하고 개선하는 것이야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나 그전에 자신들의 당에서부터 그 실현가능성과 개선의 수준을 논의하고 결정하여 국민에게 보일 일이다.

그 비싼 전파비용을 무릅써가며, 귀한 시간 잠 쫓으며 들어주는 시청자들에게 한다는 소리가 정당의 공약이 아니라 개인의 말잔치 수준에다 사회자고 타당에서 구체적 진실을 물으면 궁색하게도 사견임을 전제하거나 당에 가서 더 논의해봐야 한다는 수준이 고작이다. 무엇 때문에 나와서 그나마 쥐꼬리만큼 남아있는 국민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짜증으로 밤잠까지 설치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한나라는커녕 한집안이나 제대로 건사하기를 바란다.

열린우리당의 유시민의원나리께

열린우리당이라고 한나라당의 꼴볼견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다. 자기 스스로 자기당이 잡탕임을 인정하였고, 그러나 자신이 나가지 않는 한 분당은 없다는 그 오만불손을 서슴치 않는 유모의원께서는 과반수가 넘고 선수가 더하니 이제는 눈에 보이는 것이 온통 가여운 중생이요 무지한 백성인 모양이다. 아무리 무혀니즘의 전도사를 자처할망정 토론에 나왔으며 겸손한 청취의 미덕 역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파병문제며 당내 이념의 불확실성에 대한 자기반성은 고사하고 다른 토론자의 입을 막는 그 무지막지한 태도에서는 국민을 위하는 겸손한 권력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가 없다.

자신들의 애매모호한 정체성을 눈 가리고 야웅하는 수법이, 논의되고 있는 사안들이 곧 이루어질 것이란 기대는 국민들을 또 한번 속이는 일이니 그 실현의 유무는 속단할 수 없다고, 친절한 대국민경고를 빼놓지 않는 것이다. 국회 과반수를 가진 정당이 자신들의 내부에서의 합의만 가능하다면 무엇이 그리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야당의 반대와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의 정치에 대한 부담 때문에라도 쉽지 않다는 정도의 늬앙스로 들린다. 그런 사람이 타당의 의견을 경청하기는커녕 말부터 자르고 자신의 주장만을 강변하는가.

불법자금의 국고환수법의 제정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 그 의원나리는 말한다. 그러자 민주노동당의 조모 당선자가 그렇다면 팔백몇억이고 일백몇억이고 연수원은 팔고 당사는 안되고 등등 그런 변명을 떠나 그 법의 제정이전에 스스로 불법자금을 국고에 반환하는 노력을 먼저 기울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충고를 한다. 그러자 이 교만한 의원께서는 논리상으로는 그렇지만 민주노동당 역시 두 번의 대선을 치른 당이니 함께 책임져야지 너무 선함을 과시하지 말라고 윽박지른다. 가뜩이나 큰 눈 부라리며, 제정할려는 불법자금환수법은 소급입법이 아니고 미래의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란다.

불법정치자금의 부패정치를 하던 시대에 의원 한명 없었고 지금도 부패와는 담쌓고 있음으로 해서 국민이 선택해준 민주노동당이 왜 저들의 더러운 오물을 뒤집어 써야하는가? 유모 의원은 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조모 당선자가 언제 불법자금환수법을 소급입법으로 제정해서 과거의 케케묵은 잔재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분열하자고 하였던가. 조모 당선자는 그 법의 제정이 필요하고 그 취지에 동의하기에 그 법이 진정한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불법자금과 부패정치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는 지금이라도 고해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도덕적 선행의무를 지적한 것이다.

▲유시민의원 케리커쳐     ©naver.com
철저한 자기반성은커녕 알량한 변명치레부터 하면서 왠 개혁을 논한다 말인가.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입후보자 및 당선자가 가장 많이 선거법 등을 위반하여 기소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것만으로도 유모의원과 열린우리당은 국민에게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 법원의 결정 이전에 범법의 개연성을 가장 많이 가진 것만으로도 당신들은 탄핵으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해주려는 희생을 감수한 국민들에게 겸손하고 진솔하게 사죄해야 한다. 하물며 자신만의 논리가 다 옳고 무엇이나 이미 다 알고 있는 듯이 함부로 강변하는 태도는 훌륭한 의원의 자질이 아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개혁적이고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개혁의 과제들을 식목하고 잘 자라도록 힘써야하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있다면 그럴수록 겸손하고 차분하게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아무리 가르쳐줘도 못 알아듣는 수구꼴통 한나라당에 대하여 인내하라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당신네 당과 주변에서 행하고자 하는 여러 혁신적이고 과감한 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위하여 연대할 수 있는 여지가 무한한 진보정당에게 만이라도 고개 숙여 얻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그토록 추앙하는 무혀니즘의 완성을 위하여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 것이다.

면책특권은 방송용이 아니다

한 때, 당신의 쓴 ‘항소이유서’는 나의 심금을 울리고 저 민주와 자유에 대한 열망을, 또한 부끄러움을 비춰주는 거울이었다. 나는 당신이 그 때의 아름다운 청년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학원프락치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를 받고 쓴 항소이유서의 서두에서 당신은 “이 항소는 다만 도덕적으로 보다 향상된 사회를 갈망하는 진보적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려는 노력의 소산입니다....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본피고인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하느님이 주신 양심이라는 척도이지 인간이 만든 법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또한 글의 말미에서는 “모순투성이이기 때문에 더욱더 내 나라를 사랑하는 본피고인은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라면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격언인 네크라소프의 싯귀로 이 보잘 것 없는 독백을 마치고자 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라고 썼다. 기억나십니까?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한 지금에 당신의 글이 실려 있는 책은 누렇게 바래 있다. 그 누렇게 바랜 책갈피가 당신의 영혼은 혹 아닌 것인지 측은하기도 하다.

내가 다 옳고 유의원나리께서 다 틀리다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적어도 나 같은-노무현을 지지하였고 전환기에서의 열린우리당의 역할에 여전히 애정을 버리지 못하는- 이에게 열린우리당은 몸집만 비정상적으로 커버려 상대적으로 이성적 판단이 부족한 애늙은이 정당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구호와는 반대로 개혁을 시작하기도 전에 개혁을 잃어버렸거나 슬그머니 버리고만 심증범이다. 지금이야말로 ‘슬픔과 노여움을 가지고’ 자신의 당을 위한, 조국을 위한 사랑을 시작해야할 때가 아닌가.

그 사랑의 첫걸음은 참여정부의 나팔수가 아니라 분단의 현실과 그것을 빗댄 상황논리에 의해서 무시되고 감추어지고 억지 참아내어야 할 것으로 치부되어온 소외와 희생으로부터 행복과 평등을 찾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방송에 출현하기 이전에 먼저 당에서 주변에서 치열한 싸움을 전개하고 그 전과물들을 가지고 국민의 곁으로 다가서서 약속하시기 바란다. 오늘처럼 당신의 무책임한 사견을 듣고 싶지 않다. 방송에서는 면책특권이 없다. 그러니 당신을 통해 진정으로 책임질 수 있는 열린우리당의 당론만을 듣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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