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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장 사퇴, 전북민심 조용, 광주전남과 다르다"
정의장 표면적 김대중-노무현 승계 인식, 전북은 또다른 '지역주의'
 
특별취재팀   기사입력  2004/04/14 [13:49]

정동영 의장의 선대위원장 사퇴 이후, 각 당과 여론조사 기관은 막판 변수에 대해 촉각을 기울였다. 정의장의 사퇴가 열린우리당 지지층의 결합을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 있는가 하면, 열린우리당의 영남 운동세력의 당 장악으로 인해 호남표가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총선 표심을 가를 전북의 민심을 살피기 위해 브레이크뉴스 특별취재팀은 긴급히 전주를 찾아갔다.

전주의 분위기는 과연 이 도시에서 선거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선거운동하는 차량 한 두 대가 다니고 있을 뿐, 거리에는 운동원은 물론 일반 시민들조차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50대의 택시기사는 전주의 민심을 이렇게 파악했다.

"정의장의 사퇴는 전주의 민심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다. 노인폄하 발언도 배운 사람들이 왜 저렇게 말을 험하게 하나, 이런 정도의 불만이 있었을 뿐이다. 아마도 대부분 열린우리당을 그대로 지지할 것이다."

전북대학교 앞에서 분식점을 경영하는 40대 여성 유권자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냥 대부분 열린우리당을 선호하는 것 같다. 정의장의 사퇴에 대한 관심조차 별로 없는 듯하다."

선거를 하루 앞둔 14일 오전, 전북대학교에서는 10여명의 학생들이 정문 앞에서 투표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여타의 학생들은 일상과 그리 달라보이지 않았다. 전북지역의 정치적 성향,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의 민심을 듣기 위해 전북 내에서 가장 개혁적인 일간지로 평가받고 있는 새전북신문의 문경민 편집장을 만나보았다.


▼ 브레이크뉴스 : 전북지역 사람들의 정동영 의장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문경민: 아마도 총선 뒤에도 정의장이 여권에서 상당히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지역에서는 그런 식으로 바라보고 있다.

▼ 브레이크뉴스 : 정동영 의장이 전북에서는 대표주자로 인정받고 있는가?

문경민: 지난 대선 때 민주당 경선 당시 유종근 전 전북지사와 함께 나왔을 때도 정의장이 압도했다. 전북 사람들은 정의장이 최고 득표율로 당선될 때부터 그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었다. 물론 정의장 자신이 확실한 지지세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 정치라는 한계가 있고, 본인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더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차피 큰 고비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브레이크뉴스 : 일각에서는 정동영 의장이 열린우리당의 영남세력에게 밀려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어떻게 보는가?

문경민: 정의장은 호남세력을 기반으로 성장했다고 보지를 않는다. 전북사람들은 정의장을 세련된 서울사람으로 인식한다. 그러므로 영남세력에게 밀려났다고 보기 힘들 것이다. 그러다보니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을 영남운동권 세력이 완전히 접수할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형 정치인들이 당분간 당을 유지하지 않을까 한다.

▼  브레이크뉴스 : 전북지역 역시 지난 수십년 간 김대중이라는 인물을 지지했다. 그 다음이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정동영 의장을 김대중 - 노무현 다음의 인물로 보고 있는가?

문경민: 김대중은 호남지역에서는 카리스마적인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물러났으니 어떤 대체 인물이 필요했다. 그것이 노무현 대통령이다. 정의장도 그런 식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정의장이 DJ를 제대로 계승했느냐 안 했느냐는 중요하게 보지를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쨌든 정의장이 표면적으로 김대중 - 노무현 뒤를 승계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 브레이크뉴스 : 같은 호남인데 광주-전남 지역에서의 인식은 다른 것 같다. 민주당의 지지도가 갑자기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어떻게 보는가?

문경민: DJ의 정치방식이 호남을 중심으로 돌아간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지역주의라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 광주.전남은 정의장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는다. 김대중을 제대로 계승했다고 보지도 않을 것이다. 거기서 민심이 갈라지는 것 같다.

▼ 브레이크뉴스 : 열린우리당에서 광주-전남 지역에서의 민주당 상승을 지역주의라 비판한다면, 전북지역에서의 열린우리당 우세는 지역주의를 탈피했다고 봐야하는가?

문경민: 아니다. 만약 전남지역에서의 민주당 우세를 지역주의로 본다면 전북지역에서의 열린우리당 지지세도 또다른 지역주의라 봐야한다. 전북사람들은 정의장을 '우리' 지역 인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 브레이크뉴스 : 전북의 총선 판세는 어떤가?

문경민: 전북에서는 인물로 판세가 갈리는 경향이 있다. 열린우리당의 정세균, 장영달, 김원기 등등 당의 주축인물들이 전북에 출마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정균환, 최재승 등 DJ의 후광을 받은 인물들이 출마한다. 정동영 효과도 있지만 인물들의 대세 자체가 열린우리당이 우세하기 때문에 정의장이 사퇴해도 그 지지세는 유지되는 것이다.

▼ 브레이크뉴스 :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인물에 호남출신이 배제되었다는데 전북지역에서는 이에 대한 동요가 없는가?

문경민: 큰 이슈는 안 되는 것 같다. 어차피 열린우리당이 전국정당화를 목표로 하고 영남에서의 의석을 얻어야 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면서 호남인물의 배려에 대한 관심도 떨어진다. 한 예로 비례대표 24번을 받은 김재홍 전 경기대 교수도 전북 사람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전북사람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이런 걸 널리 알리려 하지 않는다.

정의장은 선거운동 기간 중 한 번도 전북에 오지 않았다. 그리고 전북 지역구도 포기했다. 아마도 영남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큰 불만은 전북지역 내에서 없다는 것이다.

▼ 브레이크뉴스 : 전남과 큰 시각차가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민주당 분당에 대한 인식도 다를 것으로 보인다.

문경민: 전북에서는 민주당 분당을 분당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어차피 '우리당'인데 당 지도부만 바뀌었을 뿐이라 생각들 한다.

▼ 브레이크뉴스 :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문경민: 이 지역에서도 보수 기득권층이 있다. 대통령이 너무 경박하다는 인식들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권위주의를 버리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현재 상태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듯하다. TV에 얼굴이 비치지 않으니 점차 잊어버리는 것이다.

▼ 브레이크뉴스 : 탄핵에 대한 기억은 있을 것 아닌가?

문경민: 전북은 원래 조용한 곳이다. 탄핵 촛불 시위 때도 전북에서는 불과 3-400명 정도 모였을 뿐이다. 이 지역의 성향이 파이팅과는 거리가 멀다. 관객 지향적인 성향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북지역의 경제가 너무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떠들썩한 이슈에 많이들 지쳐있다. 지난 해에도 새만금, 부안 문제 때문에 전북이 시민운동의 집결지가 되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전북 민생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로 회의감을 갖는 것 같다.

▼ 브레이크뉴스 : 탄핵이 총선 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말인가?

문경민: 꼭 그렇지는 않다. 탄핵 전에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팽팽한 정책대결을 벌일 것으로 기대했다. 지역신문 입장에서는 이제야 한번 제대로 된 선거를 보도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새만금, 부안, 동계올림픽 등 지역 현안들이 탄핵으로 묻힌 것은 분명하다.

▼ 브레이크뉴스 : 대통령 탄핵 직후 고건 총리가 직무대행을 맡고 정동영 의장이 여당 대표로서 활동했다. 전북 지역 인사 둘이 중앙 권력을 잡았는데 전북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문경민: 고건총리는 전북 사람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전북을 위해서 일을 한 적도 없고 전북에 와서 지지를 호소한 적도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늘 90%의 지지를 보내왔던 그런 한계 때문에 별다른 권력에 대한 애착도 없는 것 같다.

▼ 브레이크뉴스 : 이번 총선 결과를 예상해볼 수 있겠는가?

문경민: 고창-부안에서 정균환 의원이 조직력을 갖추고 있고, 익산의 최재승 의원이 선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열린우리당이 우세하다.

▼ 브레이크뉴스 : 전북지역의 대표적인 지식인인 강준만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전북지역 지식인 다섯 명 중 자신 빼고 모두 열린우리당 지지로 돌아섰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강준만 교수는 민주당의 분당, 즉 열린우리당의 창당 자체를 민주당 지지자에 대한 배신으로 본다. 이런 생각이 전북에서는 인정받기 힘든가?

문경민: 강준만 교수는 호남개혁세력을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광주정신'으로 보는 듯하다.

▼ 브레이크뉴스 : 강교수가 전북의 지식인이면서 광주-전남의 정서와 논리를 대변한다고 보는가?

문경민: 그렇게 되면 강준만 교수를 호남지역주의자로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보다는 훨씬 더 미묘한 문제이다.

▼ 브레이크뉴스 : 마지막으로 지역매체 편집장으로서 인터넷 매체에 대한 조언을 준다면?

문경민: 새만금이나 부안 문제 같은 지역현안을 중앙 인터넷 매체가 다룰 때, 철저한 팩트조사없이 논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호남은 전북과 전남이 함께 묶여 김대중이라는 인물에 대한 압도적 지지만으로 일관해왔다. 지난 대선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한 투표경향이 이번 총선에서 크게 변하고 있다. 전북과 전남의 선택이 달라지는 것, 한국 정치사의 최대 연구과제인 '지역주의'문제를 제대로 검토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총선이 국가운명을 결정내지 않는다면 총선 이후에 차분히 논의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브레이크뉴스>와 <새전북신문>은 총선 이후 새만금, 부안 등의 지역현안을 보다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전문적인 토론으로 이끌기 위해 상호 제휴를 모색중에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새전북신문 가보기 http://www.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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