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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의 원인제공자는 노대통령 자신이다
민주당 분당과 지지세력의 분열, 스스로 고립자초
 
낭만주의자   기사입력  2004/03/09 [23:20]

원론을 따지기 이전에 국민들을 위한 선택을 해야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상정되었다.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말이다.

그렇다고 누가 말하듯이 노 대통령이 하야되면 어떻게 되나 하는 '불안함'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니다. 나의 관심사는 노무현 개인이 대통령에 계속 있든 하야되든 큰 관심이 없다. 오히려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대한민국의 진로이다.

노무현보다 대한민국의 문제

나중에 결과야 어찌되었든 그래도 노무현은 우리 개혁적 시민들이 힘을 모아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다. 그 때 힘을 모았던 사람들 내부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마저 별로 찬성하지 않는 일을 굳이 강행해서 대한민국에 얻는 이득이 무엇일까?

제아무리 노 대통령과 신당파들이 원인을 제공했지만, 민주당의 이번 처신은 잘못되었다. 한나라당이야 원래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당이 이 정도의 일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무리다. 차라리 국민합의 없이 국민들의 목숨이 달려있는 일을 추진한 이라크 전투병 파병안을 이유로 하는 게 낫다.

지지자들의 동의 없이 강행한 신당 추진, 아니 민주당 분당이 많은 문제점을 낳았듯이... 국민들의 동의 없이 강행한 탄핵 추진은 많은 문제점을 낳을 수 밖에 없다.

소장파들은 민주당, 한나라당에 보배

지금 민주당, 한나라당은 착각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탄핵추진을 철회하려다가 이회창의 긴급 기자회견에 힘을 얻은 덕분인지 강공책으로 돌아섰다.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함께 위기의 수렁 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내가 볼 때, 이번 민주당, 한나라당의 탄핵 추진은 결코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총선은 물론 장기적인 당의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의 도움없는 거사 추진은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각 야당들의 소장파들은 이 탄핵안에 대해 반대를 하였다고 한다. 젊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상만으로 봐서는 소장파들이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결코 그들은 노무현이나 열린당 첩자들이 아니라, 각 야당들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각 당의 지도부는 이들의 말을 듣지 않아 결국 자신들의 조직을 수렁에 몰아놓고 있다. 이번 탄핵(혹은 그 추진효과)에 실패하면 민주당에서 조순형 지도부는 급격히 퇴조하고 추미애가 전면으로 부상할 것이며, 한나라당에서는 홍사덕 지도부가 급격히 퇴조하고 다른 대안인물이 전면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승리지상주의에 몰두된 정치인들

우리나라 정당들의 가장 큰 문제는 뭐냐하면, 단기적인 이익에 너무 급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보스들이 당 정체성을 정해주고 그 밑의 졸개들은 그냥 따르는 행태가 되고 말아 당의 정책적 발전을 위한 고민이 거의 전무해왔고, 지금도 그런 행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 또한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추미애의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당 정체성과 조직운영도 진보적으로 나아가는 장기적 발전 전략이 현실의 단기적 발전 전략에도 유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 말이지 무조건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그러라는 말은 아니었다.

민주당이 추미애와 소장파 말대로 하면, 이번 총선에서 설사 실패하더라도 당의 장기적 발전 전망엔 희망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설사 이번 총선에서 선전하더라도 당의 장기적 발전 전략엔 희망이 적어진다.

이 점은 열린당도 마찬가지다. 오직 '노무현' 중심으로만 '올인'하는 방식으로 이미지 정치만 하면 당의 장기적 발전엔 전혀 도움이 안된다. 나는 그토록 입이 아프도록 '개혁'을 외치는 이 정당이 과연 기존 정당과 차별화된 어떤 철학과 정체성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이 당장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그건 열린당의 승리가 아니다.

내가 볼 때 아직 우리 사회는 송두율에 대한 지나친 편견이 너무 많이 상존하고 있을 정도로 퇴행적인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 내린 평가가 무조건 정의는 아닐 것이다. 진정 서구의 복지국가들처럼 국민의식이 발달한 다음에 내리는 현재 정당들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된 평가가 아닐까?

이번 탄핵안도 마찬가지다. 이번 탄핵안은 단순히 단기적인 득표전략에서 나온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발상이다. 한나라당은 그렇다 치고, 민주당은 언제까지 이런 식의 감정정치를 계속할 것인가? 노무현과 신당파측이 감정적 정치를 해온 덕분에 민주당 분당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노무현과 신당파측의 나쁜 점을 그대로 배워서야 쓰겠는가?

노무현의 발언을 물고 늘어지는 것도 이제 좀 적당히 해야한다. 노무현을 비판하려면 철저하게 정책노선을 가지고 문제삼아라. 그게 당신들이 궁극적으로 살아남을 길이다.

노무현측의 계속되는 도박정치

그러나, 민주당 한나라당이 잘못했다 해서 노무현과 열린당측도 면죄될 수는 없다. 물론 나는 노무현의 이번 정치적 발언이 크게 문제있다고 보지 않는다. 과거에 군사정부는 물론이요, 김영삼 김대중마저 선거운동 논란이 되는 발언은 있었다.

내가 볼때, 민주당은 분당만 되지 않았더라면 노무현에 대해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오진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다음 총선은 열린당과 한나라당의 대결이다" "나는 열린우리당 지지운동을 하고 싶다" 는 등 너무 노골적으로 솔직한 심정을 밝히는 바람에 야당, 특히 과거에 함께 했던 민주당을 자극하였다.

노무현 자신은 이런 게 원론적으로 뭐가 틀렸나 하고 따지겠지만 그래도 한국사회의 가장 큰 사회적 약자 집단이 지지하는 정당에 대해 그렇게 막무가내로 대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게다가 노무현은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에 대한 대우가 180도 다른 게 사실이지 않는가! 언제는 당정분리의 원칙이라며 분당 반대자들과의 면담도 응하지 않았던 그가 분당되자 마자 열린당 출마자뿐 아니라 김혁규 김기재도 만나고 다니지 않았는가?

다음 총선 때 열린당이 실패하면 민주당과의 공조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일각의 소문에 대해서도 나는 여전히 기대하며 노무현의 변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자신은 이 모든 문제의 시초가 분당과 관련해서 나온 것임을 모르는 듯이 자꾸 오만하게 행동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물론 노무현측의 심정도 이해는 한다. 영남에 표를 얻겠다는 정치공학적 발상인지, 진짜 구주류는 도저히 상대할 사람이 아니라 생각해서인지 모르지만 분당에 대해 그는 긍정을 했고 열린당 지지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한화갑 문제 등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여전히 검찰을 검찰 손에 넘겼다는 노무현의 말을 믿는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 모든 권한을 다 넘겨줬는데 특정정당 지지발언도 못하냐는 항변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초가 되었는지를 안다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안정된 정국상황과 국민들의 불안, 또 가장 중요한 문제인 한국사회의 가장 큰 약자집단의 심정을 달래주기 위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감 정도의 표명은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체 국민들은 노 대통령 탄핵을 별로 찬성하진 않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상하게도 상당수가 찬성하고 있고.. 탄핵은 찬성하지 않더라도 노 대통령의 발언은 잘못되었고 선관위의 결정이 옳다고 믿는 국민이 60%에 달하므로 너무 자기 고집만을 피울 필요는 없다고 본다.

노무현도 원론을 따지기 이전에 국민들을 위한 선택을 하라. 열린당도 무조건적인 노무현 추종 그만하고 전체 국민을 위해 노 대통령에게 그 정도의 건의를 부탁하라. 그게 모두가 살 길이다.

* <주장과 논쟁>란은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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