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추미애가 천·신·정과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
한민 공조도 모자라 정몽준이라니, 추미애에게 면목없다
 
율전   기사입력  2004/02/26 [23:18]

정치웹진을 돌아다니다 보니 지금 민주당 내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추미애를 과거 민주당 분당시의 천·신·정과 등가취급을 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시더군요. 추미애가 현재 보이고 있는 행태가 과거 천·신·정이 민주당을 분탕칠 때의 행태와 똑 같다는 게지요. 얼핏보면 그런 것도 같지만 내밀히 따져보면 전혀 상황이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추미애는 천·신·정(그 양반들 성 사이에 '·'찍기도 귀찮으니 이하 '3인방'이라 하겠습니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나 하나 볼까요?

1. 민주당 자체에 대한 애정의 강도

'발전적 해체'와 '분당'의 차이라 해야겠지요. 일전에 어떤 분께서 이 두 가지 말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에 대해 잘 설명을 해 놓은 적이 있었는데요, '발전적 해체'란 모체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고 '분당'은 모체를 이리저리 찢어발기는 것입니다. 이는 민주당이라는 정당을 떠나서 우리 주변의 작은 조직이나 모임에 대입을 해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동창계모임을 발전적 해체하는 것과 동창계모임을 졸업반별로 찢어서 1반 동창모임, 2반 동창모임 하는 식으로 나누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지요.

추미애(조순형도 그 때는 발전적 해체를 주장했었지요)가 말했던 것은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 즉 민주당의 해체를 통해 좀 더 폭을 넓히고 조직도 정비하여 그 때의 민주당보다 훨씬 발전된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었음에 반해 똑 같이 발전적 해체를 주창한 3인방의 경우, 민주당을 쪼개서 자신들이 의도하는 정당을 새롭게 건설하여 상층부의 인위적 통합을 이루는 것(소위 그들이 말하는 국민통합이지요)을 목적으로 했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민주당이 자연스럽게 죽어주기를 바랬고 그렇게 되지 않자 온갖 수단을 동원했고 동원하고 있지요.

추미애와 3인방의, 민주당에 대한 애정의 차이가 명백히 드러났던 시기가 바로 민주당의 분당국면이었습니다. 추미애는 분당에 결사 반대했지요. 3인방은 분당을 결사적으로 진행시켰고요. 추미애가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반면 3인방은 민주당을 죽이기 위해 노력했지요.

지금 추미애가 정통파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싸움은 민주당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1위를 달리고 있던 민주당의 지지율이 언제부터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는가를 잘 보세요. 정치개혁법안을 두고 열린우리당이 한·민 공조로 몰아 부칠 때부터였습니다. 그 때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지지율이 서청원의 석방결의안을 두고 열린우리당이 한·민 공조로 몰아 부치면서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의 한켠에서는 지금도 한·민 공조를 외치고 있는 분이 계십니다. 뿐만 아니라 정몽준에게까지 추파를 던지고 있다는 군요.

도대체 한나라당이 어떤 정당입니까? 그렇게 한나라당과 함께 하고 싶다면 열린우리당으로 날아간 독수리 5형제는 왜 핏대 세워가며 비난했던 것입니까?

한·민 공조를 통해, 자꾸 그렇게 나아가면 민주당은 아작 날거라는 국민들의 경고를 계속 무시하고 있는 분들은 누구입니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자꾸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면 민주당 죽는다고, 이미지 개혁만을 표방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에 진짜 개혁으로 승부하자고 하는 것이 과연 민주당을 죽이기 위한 행동이라고 봐야 할까요? 천만에요. 바로 그 길만이 가사상태에 빠진 민주당을 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추미애가 벌이는 싸움은, 과거 민주당 분당국면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 벌이는 싸움입니다.

2. 시선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정치가는 국민의 대리인입니다. 이른바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입니다. 추미애와 3인방의 다른 점은 여기에서도 나타납니다. 추미애는 자신의 지지세력의 확고한 대리인 역할을 해 왔고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추미애의 시선은 늘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향해 있습니다. 민주당에 대한 그의 사랑이 그것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반면 3인방은 엉뚱하게도 자신들의 지지세력을 휘저어 놓았습니다. 외려 딴 데서 새로운 지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원래의 지지자들을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작태를 벌이기도 하였지요. 특히 신뭐시긴가 하는 사람은 '호남을 흔들어야 영남에서 표가 나온다'느니 '영남에서 표를 얻을 수 있다면 호남의 절반이 떨어져 나가도 된다'느니 하는 망발을 지껄였지요. 그러더니 아무리 흔들어도 표가 안 나오자 우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호남으로 U-턴하는 후안무치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그 정점에 있는 어떤 양반은 훨씬 더 심했지만 말입니다.

분당 국면에서 3인방이 혹은 말로 혹은 이미지로 보여주었던 '변할 줄 모르는 반쪽에 대한 짝사랑'과 지금의 추미애가 벌이는 '지지자들에 대한 변함 없는 사랑'을 같은 값으로 후려칠 수 있을까요?

3. DJ의 햇볕정책에 대한 계승 유무

작년 2월엔가 미국을 다녀 온 후 신뭐시긴가 하는 사람은 이런 내용의 말을 했더랬습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시도할 경우 미국과 함께 대북 경제조치를 취하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바로 부시가 임기말의 DJ에게 강요했던 '맞춤형 대북 봉쇄'의 재탕이었지요. 그리고 나서 얼마 후 대북송금 특검을 3인방은 모두 찬성하였습니다. 그것으로 그쳤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나중에 민주당을 쪼개고 나가면서 외려 자신들이야말로 햇볕정책의 진정한 계승자라고 큰소리를 뻥뻥쳤지요. 그런데 그 후 정말 그들의 말대로 그들이 햇볕정책을 잘 계승해 나가던가요? 얼마 전 북한에서 온 사람이 그랬습니다. 정권이 바뀐 뒤로 시멘트 한 포대 전달된 게 없다고요. 잘 되고 있습니까? 3인방에 의한 햇볕정책의 계승 말입니다.

그럼 추미애는 어땠습니까? 특검 극구 반대했지요? 지속적으로 정부가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켜 나아가길 촉구하고 있지요? 미국에 가서도 햇볕정책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왔지요? 같습니까? 똑 같이 DJ의 픽업으로 정계에 진출해서 DJ의 총애를 받았으면서도 3인방이 DJ를 통해 단물만 빨아먹고 그친 데 반해 추미애는 끝까지 DJ를 지키고 있습니다. 같습니까?

정균환의 햇볕정책에 대한 사랑은 저도 인정하지만 박아무개는 어떻습니까? 걸핏하면 '급진' '좌파' '진보'를 입에 올려 색깔론을 제기하는 양반이 북한을 상대로 한 '화해와 평화 그리고 공동번영'을 주창하는 햇볕정책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을까요? 햇볕정책을 이용하고 도용하는 가짜들로부터 이를 지켜내고 더욱 발전시키고자 하는 추미애가 과연 민주당을 죽이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요?

4. 박·정·후에 대한 입장 차와 민주당에 대한 입장 차

민주당의 대선 승리이후 3인방이 민주당을 깨기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한 작업은 '인적 청산'을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박·정·후단협으로 대표되는, 대선 당시 노 후보에게 반기를 들고 몽과의 단일화를 추진했던 세력에 대한 인위적 배제를 추진한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그들은 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하고 새로운 기구로 당을 정비할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물론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에 뜻을 두고 있었던 추미애 역시 동의를 하고 스스로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는 결단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씨나 유 모씨와 같은 민주당의 외부인사들로부터 수차에 거쳐 민주당 구주류에 대한 인위적 인적 청산이 제기되고 민주당 내에서도 3인방 중 신·천에 의해 인위적 인적 청산이 제기되자 추미애는 이에 적극 반대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신주류 강경파들이 구주류 타도라는 정치적 목표를 지렛대로 삼아 개혁신당을 하면 지지자들한테 당장은 먹혀 들어가지만 그런 식으로 국민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진정한 개혁은 구주류 타도가 아니라 제도개혁이어야 한다" - 2003년 4월 27일자 [연합뉴스]

즉 3인방이 내부 권력투쟁을 통한 당의 헤게모니 장악을 시도하다 이것이 여의치 않자 다수 의원들과의 동반탈당을 통한 세몰이로 민주당을 고사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었던 데 반해 추미애는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해 민주당의 조직과 제도를 정비하고 그것을 토대로 한 개혁을 주창하였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 3인방이 지지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의도대로 모든 것을 처리하려고 하였던 데 반해 추미애는 자신들의 역할을 올바른 제도를 확립하는 데에 맞추고 그 나머지는 지지자(유권자, 국민)들의 손에 맡기려 한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같은 의미가 될 수 없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3인방의 경우 궁극적으로 민주당을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던 반면 추미애의 경우 민주당을 지지자들과 결부시켜 더욱 건강하게 키우는 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추미애가 지금에 와서 민주당 내 일부인사의 청산을 외치는 것이 어쩌면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추미애의 입장에서 보면 원칙은 그대로입니다. 즉, 분당과정에서 3인방의 인위적 인적청산을 반대하고 제도정립을 통한 개혁을 외쳤던 것은, 그것이 민주당을 살리는 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당 내 일부인사의 청산을 외치는 것은 또한 그 것이 민주당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변한 것은 추미애가 아니라 민주당을 죽이려는 사람들입니다. 분당 시에는 3인방이 민주당을 죽이지 못해 안달했었고 지금은 추미애가 청산의 대상으로 삼고있는 양반들이 민주당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지 못해 안달입니다.

지금 민주당을 실제로 지배하고 있는 세력은 자기들 스스로 소위 '정통파'라 이름 붙인 세력입니다. 그리고 그 정점에 박·정이 있습니다. 이들이 작년 전당대회에서 밀어 준 사람이 현 조순형 대표입니다. 원내 총무로는 유용태를 밀었습니다. 공천권을 행사하는 이로는 강운태를 밀었습니다. 조 대표는 대구출마를 선언하면서 큰 결단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정통파'는 요지부동입니다. 고작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란 정개법 개정에 있어서의 한나라당과의 공조, 서청원 석방 결의안 처리과정에서 한나라당과의 공조, 정치권에서 대표 철새로 이름난 김아무개의 복당 허용과 몽의 영입 시도 등을 통해 그 나마 십 몇 퍼선트 대의 지지율을 다 까먹고 이제 와서는 그도 모자라 민주당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데 열과 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과의 공조나 대표 철새의 영입은 말 그대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심하게 훼손시키는 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다시 묻지만 한나라당이 어떤 당입니까? 광주 시민들을 학살했던 전두환의 민정당의 후신 아닙니까? DJ의 햇볕정책을 대북 퍼주기 정책이라며 집권 내내 딴지를 걸었던 정당 아닙니까? 그랬던 한나라당과의 공조라니요. 아무리 노 대통령의 배신이 뼈에 사무쳤다손 민정당의 후신과의 공조는 절대 지지자들을 납득시킬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실제 한나라당과의 공조가 이루어지면서부터 또 그것이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리면서부터 민주당의 지지율은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몽이 누굽니까?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이 나라의 대재벌 아니던가요?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자임하던 민주당이 언제부터 재벌을 영입하지 못해 안달했더란 말입니까? 특히 이 부분에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몽과의 단일화를 그럴 듯한 액션으로 받아들이던 노 후보를 향해 눈물을 흘리며 만류하던 추미애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만큼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서의 민주당에 대한 정체성에 충실하고자 하는 추미애를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그 때는 가능했던 몽과의 결합이 지금은 왜 안 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 몽과의 결합은 곧 승리에 대한 보장이었지만 지금 몽과의 결합은 민주당에 있어 아무런 보장이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더불어 그 재벌은 지난 대선에서 투표 몇 시간을 앞두고 자신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 버렸던 사람입니다. 자신들의 입장에서 하는 변명이야 어찌 되었든(핑계없는 무덤 없다 했습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다만 몽과 김아무개는 우리나라 정치권의 대표철새로 낙인찍힌 사람들입니다. 철새들의 도래지에 국민들이 시선을 줄 이유는 없습니다.

설사 그들을 영입하여 외형적으로 의원 수를 한 두 석 더 늘린다손 그것이 가져다 줄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한 지지자들의 혼란과 민주당으로부터의 이탈은 다른 무엇으로도 다시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추미애는 바로 그 점을 지적하고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나라당과의 공조나 재벌의 영입 그리고 철새의 복당과 같은 어리석은 일의 반복을 통한 민주당의 정체성 훼손과 그에 의한 지지자들의 이탈 그리고 이어질 총선 패배와 민주당의 축소 내지는 사망을 예방하고 다 죽어가는 민주당을 어떻게라도 살려보기 위해 추미애는 지금 버거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5. 민주당 그 자체를 사랑하시는 민주당지지자들께

지금의 추미애는 분당 국면에서의 3인방과는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3인방이 민주당을 없애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 추미애는 민주당을 살려내서 건강하고 무럭무럭 잘 커나가게 하기 위해 민주당의 기득권 세력과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노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의 지지자들은 '그것 봐라. 그거 참 고소하다'며 무릎을 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또 민주당지지자를 자처하며 민주당지지자들일 이간질시키고 교란시키는 유치한 행위일랑 그만 집어치우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정치판이 개판이라지만 이성을 가진 일반 시민들끼리라면 '지킬 것은 지켜야'지요.

마찬가지로 민주당의 지지자들 역시 추미애의 행위가 민주당을 죽이기 위함이 아님을 잘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노무현 학습효과'를 들먹이며 추미애의 출신지역을 들먹이시는 분들께서는 단지 지역을 빌미로 하는 차별이 얼마나 잘 못된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추미애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추미애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에 대해서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 추미애만큼 민주당 그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김영환도, 김경재도 아닌 듯 합니다. 추미애가 사랑하는 민주당 그 자체를 위해 지지자들도 추미애에게 힘을 몰아 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지자들 역시 민주당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테니 말입니다.  

* <주장과 논쟁>란은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4/02/26 [23:18]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